고려인 강제이주 70년을 맞아 지금까지 러시아식 이름을 사용해 온 고려인들에게 한국식 이름을 지어주는 작명행사가 키르기스스탄의 수도인 "비슈케크"에서 열리고 있다.
교육인적자원부 산하 '비슈케크 한국교육원'(원장 조영식)'이 주관하고 한글작명가인 전북교육청 문창룡 장학사와 한문작명가인 전북 정읍 영원초등학교 이인기교장이 22일부터 28일까지 중앙아시아 키르기스스탄 고려인들에게 무료작명행사를 벌이고 있다.
지난 백여년 이상을 고국을 떠나 살면서 강제이주의 쓰라린 역사의 풍랑속에 한국식 이름을 잃어버리고 어쩔 수 없이 남의나라 이름을 붙이며 살아 온 지난 세월이다. 그동안 성은 '김', '이', '박'등 한국이지만 이름은 '슬라바', '알렉산드로', '알료나', '일리사'같은 러시아식 이름을 써 온 고려인들에게 모처럼 한민족으로서의 정체성을 일깨워주는 뜻깊은 행사다. 비슈케크에서 한시간거리인 도쿠목에서 행사소식을 듣고 달려 온 남 안드레이라는 분은 자신의 새로운 한국이름 "남 안다"라는 담긴 액자를 만지고 또 만졌다.
"선생님은 이제부터 이름이 '안다'입니다. 많이 알고있다는 뜻도 포함되있고,'안드레이'라는 러시아식 이름도 참고로 하였기에"라며 작명풀이를 해주자 환하게 웃는 남 안드레이는 조만간에 정식으로 호적에 개명신청하겠다고 좋아했다.
고려인 강제이주 70년을 맞아 마련한 이번 작명 행사에 신청자가 250여명이 몰려 고려인들의 모국에 대한 간절한 바람을 엿볼 수 있었다. 지난달부터 신청을 받은 고려인 지원자들의 성과 생년월일, 태몽 등의 자료를 기초로 작명법에 따라 순수 한글이름과 한문 이름이 만들어졌다.
이름과 뜻풀이가 적힌 액자를 받아든 고려인들은 자신의 새 이름을 기념판에 적어 보기도 하였는데 신청자들에게는 개명한 한국이름과 뜻풀이등이 인쇄된 액자와 전북 정읍의 영원초등학교 학생들이 만든 부채 백여점이 고려인들에게 전달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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