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들의 폭주행위 막을 수는 없는가?

등록 2007.08.24 11:31수정 2007.08.24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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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광복절을 맞이했다. 경축 분위기에 아랑곳하지 않고 광복절은 3·1절과 함께 폭주족들에게는 광란의 밤거리를 질주하는 날이다. 이들은 여의도 한강둔치와 자양동 뚝섬유원지, 그리고 주택가 근처에서 사납게 귀청을 찢는 굉음을 내며 과속으로 질주하여 교통사고를 유발함은 물론 심한 소음공해를 일으키고 있다.

이들은 폭염에 지친 시민들을 더욱더 지치고 짜증나게 만들고 있다. 폭주족들은 단순히 도로만을 차지하는 것이 아니라 폭행과 절도 등 범죄까지 저지르고 있다.

이처럼 폭주의 욕망을 떨치지 못하는 사람들이 무리를 이룬지 오래 되었다. 폭주족이라고 하면 흔히 오토바이를 타고 거리를 질주하는 10대 청소년들이 많지만, 승용차를 몰고 다니는 20~30대 성인 폭주족(이들 자동차 폭주족을 일명 ‘카폭’이라고 한다)의 비중도 무시할 수 없을 정도다.

어렸을 때 오토바이를 몰다 20대 이후에는 승용차나 견인차, 구급차 등을 타고 폭주행위를 일삼기도 하는 것이다. 폭주족은 만화, 영화, 대중음악, 소설 등 모든 장르에 자연스럽게 등장하고 있다. 최근에는 인터넷의 발달로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개설된 ‘강남연합 최강폭주’, ‘월미도 폭주카페’ 등 폭주족 관련 카페를 통해 폭주족들의 모임이 결성되고 있다.

폭주족들은 과거와는 달리 ‘옵저버’, ‘리더’, ‘칼받이’, ‘뒤커버’ 등 역할을 분담하여 폭주 대열을 경찰단속으로부터 유지·보호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옵저버는 선발대로 미리 코스를 확인하는 역할을 한다. 선두를 이끄는 리더는 양손에 번쩍이는 야광봉을 이용해 대열의 주행 방향과 속도를 조정한다.

칼받이는 ‘앞커버’라고도 불리며, 폭주 대열이 교차로를 지나가고 중앙선을 넘을 때 굉음을 내며 일반 차량의 진입을 막아 대열이 끊기지 않게 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뒤커버는 경찰 차량이 폭주 대열의 뒤에서 추격해 올 때 곡예운전으로 이를 막는 역할을 한다.

이처럼 폭주족들은 각자 역할을 나눠 리더의 야광봉 신호에 따라 진로와 속도 등을 조절하며 거리를 질주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갈지(之)자로 2~3개 차선을 지그재그로 질주하고, 중앙선을 넘나들기도 하며, 심지어는 역주행을 하며 마주 오는 차량을 위협하기도 한다.

그리고 드리프트(drift) 등 곡예운전을 보여주기 위해 중간 중간 전 차로를 가로막는 일도 예사로 저지른다. 폭주족들은 ‘리더 지시에 따른다’, ‘리더를 추월하지 마라’, ‘카폭은 1차선으로 다닌다’, ‘폭주시 심심하면 112에 신고를 한다’는 등의 내용을 담은 행동수칙까지 만들어 조직적인 활동을 펼친다고 한다.

왜 그리 사납게 달리느냐고 물으면 폭주족들은 한결같이 가슴에 맺힌 응어리를 달리면서 털어 내려고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폭주를 하고 나면 가슴이 후련해진다고 말한다. 게다가 경찰차가 뒤에서 따라오면 스릴(thrill) 넘친다고 한다. 폭주에 열광하는 젊은이들은 위험을 감수하면서 도로를 질주하는 스피드의 매력이 마약과 비슷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처럼 폭주족의 난폭운전과 소음으로 인해 시민불편이 참을 수 없는 수준에 도달했다고 판단하고, 경찰에서는 폭주행위가 예상되는 지역에 대한 특별단속을 지속적으로 실시하고 고성능 카메라와 차량탑재용 카메라 등 첨단 채증 장비를 활용해 현장 검거를 강화한다고 입버릇처럼 말한다.

그러나 경찰의 단속을 비웃기라도 하듯 매년 3·1절이나 광복절이 되면 폭주행위는 되풀이되고 있어 현실적이고 근본적인 대책이 마련되어야 하나 그마저도 신통치가 않다.

경찰관들이 자신들이 보는 앞에서 마음껏 법을 어기는 폭주족들을 속 시원하게 적발하지 못하는 것은 폭주족들의 안전문제에도 신경을 써야 하기 때문이다. 강력한 단속으로 인해 폭주족들이 사망하거나 중상을 입게 되면 경찰의 단속을 비난하는 여론이 들끓게 되어 경찰로서도 곤경에 처하기 일쑤다.

그래도 경찰관들은 주행 중 안전사고가 발생할 우려가 있어 적극적인 단속보다는 차량으로 추격하며 동선을 좁혀 자진 해산하도록 유도하는 수밖에 없다고 고충을 털어놓는 경우가 많다. 이처럼 경찰은 폭주족 단속의 어려움과 단속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최근에는 ‘그물망’, ‘바퀴에 감기는 밧줄체인’, ‘페인트볼 분사기’와 같은 최신 장비를 도입하여 폭주족의 단속을 지속하면서 폭주족을 상대로 한 계도활동도 적극적으로 펼칠 계획이라고 한다. 아울러 폭주족 가담행위자에 대한 간담회 개최와 문자메시지(SMS) 전송을 통한 사전 경고를 통해 난폭 운전에 대한 예방활동도 지속적으로 실시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폭주족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은 폭주족들이 자신들의 행동이 타인의 안전을 방해하는 심각한 범법행위라는 사실을 인식케 하는 것에 주안점이 두어져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들에 대한 가정에서의 적절한 훈육은 물론 학교·사회·정부의 지속적인 관심과 건전한 육성방안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아울러 폭주행위를 즐기는 청소년들의 말처럼 폭주행위가 절대 없어지지 않을 것이라면 폭주행위를 마음껏 즐길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주는 것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하지 않을까?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를 쓴 최응렬 교수는 동국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교수로 재직 중입니다. 이 기사는 인권연대 웹진 주간 <사람소리>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를 쓴 최응렬 교수는 동국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교수로 재직 중입니다. 이 기사는 인권연대 웹진 주간 <사람소리>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폭주족 #경찰 #광복절 #폭주행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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