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노을 너머로 '가을'이 다가오고 있었네...

[포토] 성큼 다가온 한강시민공원의 가을풍경

등록 2007.08.25 10:16수정 2007.08.25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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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의 문턱'인 처서(23일)가 지났음에도 낮에는 따가운 햇볕이 내리쬐지만 해가 질 무렵이면 어김없이 선선한 공기가 코끝을 스친다. 가을이 다가오는 것을 실감하며, 오랜 만에 짐 크로스의 '타임 인 어 보틀'을 들었다. 오지 않은 버스를 기다리듯이 우두커니 서있던 내 모습… 그리고 설명할 수 없는 감정들은 저녁노을이 스러지는 한강으로 나를 이끌었다.

열심히 자전거 패달을 돌리던 내 이마에 구슬땀이 송송히 맺힌다. 하지만 금세 강바람에 날아가 버린다. 나를 따라 온 잠자리 때가 '뱅뱅' 원을 그리다가 달아난다. 산책로 주변에는 제초가 끝나 치워진 푸른 잔디 대신 핑크빛 새 생명들이 피어있었다. '코스모스'였다. '찰칵찰칵' 사진기의 셔터소리가 바빴지만 '두둥두둥' 철교를 지나는 전철소리에 묻혔다.

유유히 흐리던 강물은 어느새 노을빛으로 변해버렸다. 한편에서 고개를 숙이고 생각에 잠겨 있는 학생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무언가 모를 고민과 쓸쓸함이 묻어 나왔다. 가을이 다가 오면 고독한 사람들은 고개를 숙이는 대신 옷깃을 세운다. 하지만 옷깃 없던 학생의 소매는 그 쓸쓸한 고민을 미처 가리지는 못했다.

선선해진 저녁바람을 타고 산책 나온 시민들의 모습은 평온했다. 가족과 함께, 연인과 함께, 강아지와 함께…. 노을이 물든 강변을 걷고 있었다. 무더위에 찌들었던 낮엔 볼 수 없었던 여유와 가벼움이 느껴졌다. 사람들을 보며 짐 크로스의 '타임 인 어 보틀' 한 구절이 생각났다.

만약 시간을 병속에 담아 둘 수 있다면
제가 가장 먼저 하고 싶은 것은
영원이 지나도록
그 모든 시간을 담아서
당신과 함께 나누는 거예요.


노래가사처럼 '병' 속에 시간의 추억을 담는 낭만이 가능하면 좋겠다. 그렇지만 '병' 대신 내겐 추억을 담는 '카메라'가 있었다. 자전거 패달을 열심히 돌려가며, 계절이 다가오는 시간을 사진 속에 담았다. 가을은 먼 곳에 있지 않았다. 이미 우리 곁에 한걸음 다가와 있었다. 풍성한 감수성으로 계절이 선사하는 '이기(利己)'를 누릴 때가 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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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시민공원 근처 한 주택가에는 벌써 '감'이 열려 있었다. ⓒ 손기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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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의 전령사 '코스모스'가 한강시민공원 곳곳에 활짝 피어 있었다. ⓒ 손기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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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모스에 꿀벌이 앉아 있다. ⓒ 손기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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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빛이 점점 사라져가는 '강아지풀'이 저녁노을에 물들고 있다. ⓒ 손기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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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선한 바람이 부는 저녁, 한 시민이 산책로를 따라 자전거를 타고 있다. ⓒ 손기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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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에 잠긴 학생이 한강시민공원 한 편에 앉아 있다. ⓒ 손기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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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루미 한 마리가 노을 빛에 물든 강가를 총총히 걷고 있다. ⓒ 손기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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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노을 너머로 가을이 다가오고 있었다. ⓒ 손기영

#가을 #코스모스 #한강 #한강시민공원 #가을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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