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터 매출이 80만원, 오매 대박 나것네
섬진강변에 퍼지는 유쾌한 웃음소리들

[현장 중계] 전라도·경상도 주민들이 만드는 지리산 문화제

등록 2007.08.25 13:28수정 2007.08.25 2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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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신 : 25일 밤 10시]

"다른 축제는 '보고' 가는데 여기선 '하고' 가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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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끼줄 빨리 꼬기대회에 참가한 어르신들의 손놀림이 빠르기만 하다. ⓒ 오마이뉴스 이주빈


오후 5시가 넘어서자 하동 악양 평사리공원 주차장엔 빈 공간이 거의 없어집니다. 한낮 폭염이 수그러들자 축제 장소를 찾는 주민들과 외지인들이 발길이 유독 많아집니다.

낮에 진행하는 마지막 행사는 새끼줄 빨리 꼬기대회. 초등학생부터 일흔이 넘은 할아버지까지 참가자도 다양합니다. 유봉례(74) 할머니는 "상 주는 대회는 처음 나와 봤다"며 "전엔 잘했는데 손이 좀 느려진 거 같다"고 시작부터 걱정입니다.

삽을 상으로 주는 새끼줄 빨리 꼬기대회의 우승자는 유봉례 할머니와 동갑인 김갑석 할아버지. 젊은 사람들마저 다 물리치고 우승한 할아버지는 "요즘 동작이 느려졌다"며 짐짓 여유를 부립니다. 친구분들이 "우승 기념으로 막걸리 마시자"며 김시 할아버지의 손을 이끕니다.

하동군 악양면 어르신들로 구성된 농악패인 '악양국악단'의 길놀이가 시작됩니다. 저녁 공연마당이 시작됐다는 신호지요.

일찌감치 도착해 리허설까지 마친 '옥종아름나라 예술단' 어린이들의 공연과 산청지역 문화자급밴드인 '얼레기 유랑단'도 무대에 오릅니다. 고즈넉한 강변무대에 오른 박남준 시인이 읊어주는 시는 유려한 섬진강을 따라 그렇게 축제의 밤으로 흘러갑니다.

주민들의 대동놀이와 영화상영을 끝으로 제2회 지리산 문화제의 막은 내려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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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양국악회의 길놀이로 저녁 공연이 시작됐다. ⓒ 오마이뉴스 이주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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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종 아름나라예술단 어린이들의 공연. ⓒ 오마이뉴스 이주빈


영·호남 주민들이 함께 하는 축제 '지리산 문화제'를 실무적으로 준비해온 지리산권 시민사회단체 일꾼들은 오늘 이 축제를 어떻게 평가할까요?

최석봉 섬진강과 지리산 사람들 운영위원장은 "다른 축제는 '보고' 가는 게 끝인데 지리산 문화제는 '하고' 가잖아요"하며 맑게 웃습니다. 주민참여형 축제에 만족한 듯 합니다. 참, 최 운영위원장은 "설비 좋은 무대에서 사회자로 첫 데뷔"도 했답니다.

최화연 지리산 생명연대 부장은 작년 구례 사포마을에서 열린 1회 지리산 문화제부터 실무를 도맡아온 이입니다. 최 부장은 "지리산권과 섬진강권에 너무 많은 문제가 있어서 이렇게라도 주민들이 마음 편하게 풀고 노는 자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합니다. 역시 만족한 듯 미소를 잃지 않습니다.

이번 지리산 문화제 추진사업을 총괄했던 이상윤 집행위원장은 "다양한 체험 코너를 만들어서 지역 어르신을 비롯해 많은 분들이 찾아주신 것 같다"며 조심스럽게 긍정적 평가를 내립니다.

기사를 마무리할 때가 됐군요. 저 유려한 섬진강물의 흐름처럼 지리산에도, 섬진강에도 평온한 일만 가득했으면 좋겠습니다. 물론 그와 함께 살아가는 이들과 독자 여러분의 모든 날도 평온하길 기원합니다. 여기 섬진강 고운 바람소리 보내드립니다, 좋은 밤 되세요.


[2신 : 25일 오후 5시 10분]

시골 장터 매출이 80여만원, 놀랍지 않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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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문화제 참가자들이 만든 천연염색물들이 섬진강바람을 맞으며 날리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주빈


놀라운 일입니다. 섬진강이라고 한낮의 폭염이 비껴가진 않지만 지리산 문화제에 참여하는 주민들의 열기는 작열하는 태양을 부끄럽게 만들 정돕니다.

화가 오치근씨가 섬진강변에 마련한 타일벽화 작업실엔 벌써 50여명의 어린이가 다녀갔다네요. 어른 손바닥만한 타일엔 아이들이 생각하는 지리산과 섬진강의 이야기가 소담스럽게 그려지고 있습니다.

박남준 시인은 백일장에 참여한 어린이들과 주제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 있네요.

박 시인 : "섬진강물은 어떻게 흘러가지?"
아이들 : "평화롭게요."
박 시인 : "평화롭게 강물이 흐르는 모습은 어떤 모습일까?"
아이들 : "(잠시 생각한 후 불쑥 한 아이가) 기관단총을 버리고 흘러가요."
박 시인 : "그래, 그렇게 '강물이 기관단총을 버리고 흘러간다'고 하니까 훨씬 구체적이지. 글은 그렇게 쓰는 거야."


그래도 아이들에게 백일장 대회 글쓰기는 버거운 일인가봅니다. 제 이름만 적어놓고 해찰을 부리는 어린이가 있는가 하면 두어줄 쓰고 고민에 빠진 얼굴로 괴로워하는 어린이도 있네요. 부산에서 온 박채현(부흥초등 1학년) 어린이는 "지리산에 아름다운 꽃이 피었으면 좋겠다"고 썼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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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치근 화가가 연 타일벽화 체험교실에서 어린이들이 벽화를 그리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주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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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는 왜 이렇게 힘든거야'... 백일장대회에 참가한 어린이들. ⓒ 오마이뉴스 이주빈


홍대영 지리산 평화교회 목사가 옥종 아름나라예술단 어린이 40여명과 함께 도착했네요. 아름나라 어린이들은 오늘 저녁 공연을 할 예정이랍니다. <아름다운 나라로>, <서울 아이들> 등 모두 세 곡을 부른다고 합니다.

국립관리공단에서도 지리산 문화제에 부스를 만들고 행사를 돕고 있습니다. 지리산에 사는 야생동물 발자국 찍어보기, 솟대만들기 등을 하고 있습니다. 이재성씨에 따르면 오후 3시 현재까지 100여 명이 참여를 했다는군요.

국립공원관리공단 부스 옆에는 하동군 여성농민회 준비위에서 마련한 먹을거리 장터가 있습니다. 간단한 식사와 막걸리 등을 팔고 있지요. 유정자 준비위원장은 "하동 남성 농민회는 만들어진지 3년이나 됐는데 우리 여성농민회는 이제 발족준비한지 3개월 밖에 안됐다"며 먹거리 장터를 연 까닭도 "여성농민회 발족 자금에 보태기 위해서"라고 밝히네요.

이경희 사무국장은 "날씨가 더워서 손님들이 많이 오진 못했지만 보람 있는 일을 하고 있어서 힘들지 않다"고 맘씨 좋게 웃네요. 이 국장은 "지리산권 사람들과 만나 얼굴 보고 사는 이야기 나누면서 농촌의 현실과 대안에 대해서 고민해보는 계기"라며 지리산 문화제에 의미를 줍니다.

참, 정오 무렵에 흥정이 붙기 시작했다는 하동 자활센터에서 운영하는 아나바다장터 기억나시죠? 오후 4시 현재 약 4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고 하네요. 거의 절반 가격에 파는 것을 감안해서 일반 가게 매출로 계산하면 약 80만원의 매출을 올린 것이라고 합니다. 시골장터에서 네 시간여 만에 80만원의 매출, 놀랍지 않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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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우 만들기 체험을 하며 즐거워 하는 아이들. ⓒ 오마이뉴스 이주빈


[1신 : 25일 낮 12시 30분]

어른, 아이 모두 체험하고 즐기는 지리산 문화제


마지막 폭염이 기승입니다. 많이들 더우시죠? 저는 경남 하동군 악양면 섬진강변에 있는 평사리공원에 나와 있습니다. 이곳에서 열리는 2회 지리산 문화제를 오마이뉴스 독자 여러분께 실시간으로 중계해드리려구요.

지리산 문화제는 전남 구례, 전북 남원, 경남 하동·산청 등 지리산을 중심으로 모여 사는 주민들이 스스로 준비해 개최하는 축제입니다. 지리산 문화제는 쿵쾅거리는 '뽕짝'에 비슷한 먹을거리만 나열돼있는 여느 축제와 다른 면이 많이 있습니다.

주민들 스스로 만든 잔치답게 주민들이 함께 체험하고 즐기는 행사가 많이 있답니다. 저와 함께 섬진강변에서 열리는 경상도, 전라도 주민들의 잔치 구경 한번 하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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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대학교 사진예술학과 학생들이 '장수사진'을 찍어주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주빈

"예쁘고 젊다고 빽이 좋네, 하하하."
"사진이 잘 나와 기분이 좋네, 하하하."

할머니들이 웃음소리가 섬진강에 쏟아지는 햇살처럼 유쾌하게 쏟아집니다. '장수사진'을 찍고, 출력된 사진을 바라보며 정 가득한 농담을 주고받고 계시는군요. 양길녀(62) 할머니는 아름다운 시샘을 한 몸에 받고 있군요. 다른 할머니들보다 상대적으로 젊은 죄랍니다.

장수사진? 조금은 낯설지요? 아마 영정사진이라면 이해가 빠를 거 같네요. 장례식에 쓸 사진을 영정사진 하지요. 예부터 나이가 들어가면 어르신들은 세 가지를 준비한다고 합니다. 영정사진과 수의, 묘지터.

'어르신 장수사진 찍어주기' 행사는 이창수 교수와 순천대 사진예술학과 제자 7명이 준비했습니다. 오전 10시부터 시작했는데 11시 현재 열댓 분의 어르신들이 차례를 기다리고 있네요.

이 교수는 "비록 그때(장례식) 쓸 사진이라도 가능하면 늦게 쓰는 게 좋지"라며 "영정사진이라 하면 한 번 더 어르신들이 죽음에 대해서 생각하니까"라고 장수사진이라고 한 까닭을 얘기합니다. 이 교수와 제자들의 세심한 배려가 아름답지 않습니까.

장수사진 찍어주기 행사장을 조금 지나니 어린이들이 고사리 손으로 뭔가를 꼼지락거리며 만들고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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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 아크릴 수세미를 만들고 있는 어린이들. 주민들이 직접 준비한 지리산 문화제엔 볼거리 보다는 체험거리가 많다. ⓒ 오마이뉴스 이주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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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여준 어린이는 나무목걸리에 그림을 그려넣었다. "동그란 건 수박'이라고 했다. ⓒ 오마이뉴스 이주빈

악양초등학교 3학년과 4학년인 김산하·임한백 어린이는 어머니와 함께 친환경 아크릴 수세미를 만들기 위해 서툰 뜨개질이 열심입니다. 두 어린이는 뜨개질이 잘 되지 않자 "어렵네, 어렵네"하면서도 뜨개바늘을 놓지 않는군요. 오기가 귀여울 때도 있습니다.

하동초등학교 정여준 어린이는 나무목걸이를 만들고 있습니다. "동그라미는 수박이에요"하고 설명하지만 제가 보기엔 수박이라기보다는 방울토마토같네요. 그래도 정 어린이는 "재밌어요"라며 지성스럽게 나무목걸이를 만들고 있습니다.

정오가 넘어서자 평사리 공원을 찾는 주민들이 더 많아졌네요. 자원봉사자들이 점심 식권을 나눠주는 모습도 얼핏 눈에 띄는 군요. 하동 자활센터에서 운영하는 '아나바나 장터'에선 흥정이 제대로 붙기 시작했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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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동 자활센터에서 운영하는 아나바나 장터에 제대로 흥정이 붙기 시작했다. ⓒ 오마이뉴스 이주빈

#지리산문화제 #악양 #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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