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키니 대신 전신 수영복을 입은 수영장의 사람들김훈욱
한 사람이 "비키니 여인이 어데 있어?"하며 물었을 때는 궁색한 얼굴로 쳐다보는 수밖에 없었다. 수영장 옆 파라솔에 앉아 그 모습을 지켜보다 해변으로 나가 보기로 했다. 우리는 해변으로 나가면 여기보다는 더 나은(?) 볼거리가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하면서 울타리를 지나 해변으로 갔다.
역시 일반 해변으로 나가니 사람들은 많았다. 그런데 이상한 풍경을 발견했다. 수영복을 입은 애들은 아주 어린 애들뿐이고 바닷가에 앉아 있는 여인들이나 물 속에 있는 여인들이 모두 비키니 대신 바지에 티셔츠를 입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중동에서 온 관광객들은 그 긴 망또 같은 검은 옷을 입고 제트 스키를 타는 사람까지 있었다. 그런 풍경은 비키니 수영복을 입은 것보다 더 신기한 장면이었다.
그런 풍경에 신기해 하며 다니다 보니 점점 새로운 풍경들이 눈에 들어왔다. 얼굴을 가린 여인들은 밥을 먹을 때도 마스크를 벗지 않고 마스크를 한 손으로 든 다음 조심스럽게 숟가락을 입 안으로 가져갔다.
더 황당한 일도 겪었다. 휴게실에서 중동 여인이 아기에게 젖을 줄 것 같아서 젖 먹일 때는 어떻게 하나하고 흘끔흘끔 살폈더니 남편인 듯한 사람이 사람이 와서 무섭게 뭐라고 하는 게 아닌가. 보지 말라는 말처럼 들려 얼른 자리를 떴다. 멀리서 보니 아기에게 모유를 줄 때도 옷을 들추지는 않았지만 아이를 안는 모습은 우리나라 엄마들과 같았다.
결국 우리의 휴가는 예상 못한 상황 때문에 처음 기대한 것에는 훨씬 못 미쳤다. 하루를 지낸 다음 일행에게 미안해서 다른 곳으로 숙소를 옮길까 했더니 새로운 풍속을 아는 계기라 생각하고 괜찮다 해서 하루를 더 묵었다. 결국 남자들끼리 자유롭게(?) 휴식을 취하려던 기대는 깨졌지만 새로운 풍속을 알 수 있었던 휴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