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에는 무엇이 살고 있을까?

[아이들과 함께 읽는 책 45] 김태정 선생님이 들려 주는 <독도 식물 이야기>

등록 2007.08.27 12:15수정 2007.08.27 14:47
0
원고료로 응원
a 김태정 선생님이 들려 주는 <독도 식물 이야기>겉그림

김태정 선생님이 들려 주는 <독도 식물 이야기>겉그림 ⓒ 가문비

우리나라는 괭이갈매기의 서식지를 보호구역으로 정하여 괭이갈매기를 보호하고 있다. 독도는 충청남도 태안군 근흥면 난도(卵島), 경상남도 통영시 한산면 홍도(鴻島)와 더불어 대표적인 괭이갈매기 보호구역이다.

날개에 검은 무늬가 있어서 다른 갈매기들과 쉽게 구분되는 괭이갈매기는 우리나라를 비롯한 일본, 중국 등지에서 번식하고, 중국에서 겨울을 나는 동북아 특산종이다. 한 번 맺으면 오래도록 사랑을 나누는, 부부애가 좋은 새로도 알려져 있다.


울음소리가 괭이(고양이)와 비슷하여 '괭이'를 넣어 이름을 지었다는 괭이갈매기는 물고기 떼가 많은 곳에 주로 모이기 때문에 옛날부터 어부들의 길잡이 새였다. 어부들에게는 당연히 고맙고 친근한 새인지라 오래도록 사랑을 받아왔음은 물론이다.

독도에는 괭이갈매기들이 번식하는데 도움을 주는 '개밀'과 '띠'와 같은 풀들이 있다.

뭍에서 퇴비나 가축의 사료로 쓰이는 '개밀'은 독도에서는 괭이갈매기들이 보금자리를 만드는데 꼭 필요한 풀이다. 괭이갈매기의 번식이 시작되는 5월에, 포기 위에 집을 지을 수 있도록 30cm 이상 자란다. 개밀 위에 짓지 않으면 잎을 따다가 다른 곳에 짓기도 한다.

봄이면 우리나라 어디에나 노랗게 피어 흔하디흔한 민들레꽃은 독도에서 다소 특별해진다. 부드러운 개밀을 놔두고 민들레꽃 옆에 둥지를 트는 괭이갈매기부부도 있기 때문이다. 민들레꽃 옆에 둥지를 지을 때 쓰이는 재료는 당연히 개밀 잎이거나 띠의 잎이다.

민들레꽃 옆에서 사랑을 나누고 알을 품고 있는 암컷을 위하여 먹이를 열심히 물어다 주는 수컷 괭이갈매기. 이젠 한포기 풀꽃으로만 바라보던 민들레꽃을 볼 때마다 민들레꽃 무더기 옆에서 사랑을 나누는 독도의 괭이갈매기들을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독도에는 또 어떤 풀들, 어떤 생물들이 살고 있을까?

우리 풀꽃 지킴이 김태정 선생님이 들려주는 독도 식물 이야기


▲ 괭이밥 : 손톱에 봉선화물을 들일 때에 백반 대신 괭이밥 잎과 줄기를 넣고 꽃잎을 찧어서 손톱에 싸매 놓으면 물이 아주 곱게 들어요.
▲ 쇠비름 : 벌, 모기에 쏘였을 때 줄기와 잎을 찧어서 나온 즙을 상처 난 곳에 바르면 곧, 독이 풀리고 시원해져요.
▲ 박주가리 : 어린 순은 나물로 먹고 열매는 몸을 튼튼하게 하는 약으로 쓰여요. 명주실 같은 흰 날개는 도장밥이나 바늘 쌈지 등을 만들 때 쓴답니다. - 책속에서


이 여름이 가기 전에 봉숭아꽃잎과 어린 시절 소꿉놀이 할 때 예사로 따먹던 괭이밥 시큼한 잎을 따다 콩콩 찢어 봉숭아물을 들일까? 가을 찬바람 날 무렵에 하얗게 날리는 박주가리 명주실 같은 날개로 올 가을에는 국화빵만한 바늘쌈지 하나 만들어 볼까?

저자는 독도에 사는 풀이야기와 함께 이처럼 식물 관련 상식들도 풍부하게 들려줘 어린 시절과 고향을 생각하며 책을 읽었다. 독도에 사는 식물들 이야기이지만, 괭이밥이나 쇠비름처럼 뭍에 사는 풀들도 풀꽃 전문가가 들려주는 풍성한 이야기로 다시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풀꽃을 위한 친근하고 느낌 생생한 우리말

튀는 열매, 여윈 열매, 합친 열매, 구슬 눈, 고른살꽃차례, 무딘톱니모양, 갈래열매, 둥근기둥모양꽃차례, 자갈색, 까락, 꽃싸개잎, 송이꽃차례, 이삭꽃차례, 꽃 이삭, 우산털, 턱잎, 숨구멍... - 책속에서

주아, 삭과, 총상화서, 포, 수상화서, 화수, 수과, 관모, 취산화서, 산형화서 등에 해당하는 말을 저자는 이처럼 표현하고 있다. 주아나 삭과 등은 백과사전 등에 반드시 나오지만 튀는 열매와 여윈 열매 등에 대한 설명을 찾기가 쉽지 않다.

주아나 삭과는 백과사전에서 어떤 식물을 설명하면서 쓰이는 말들이지만, 그것을 이해하고 제대로 설명할 수 있는 일반인들이 얼마나 있을까? 그런데 저자가 쓰고 있는 말들은 예쁘기도 하거니와 느낌이 생생하다.

'튀는 열매'라는 말에선 손만 대면 톡하고 튕겨나가는 봉숭아꽃 열매나 괭이밥 열매 등이 쉽게 연상된다. 주아(珠芽)보다는 구슬눈으로 훨씬 쉽게 떠올려지는 것이 동글동글한 그 무엇 아닌가. 쭉정이처럼 마른 열매를 설명하는 여윈열매는 또 어떤가.

우리 민중과 오랜 세월을 함께 살아오면서 때로는 주린 배를 채워주고 때로는 약이 되었던 풀들. 그래서 민초라고도 했던가. 우리 곁의 나무나 풀들 이름 중에는 우리 민족의 정서와 해학이 녹아있는 것들이 많다. 그렇다면 우리말을 살려 설명함이 마땅하지 않을까?

<김태정 선생님이 들려주는-독도 식물 이야기>는 고학년 어린이 눈높이에 맞춰져 있지만 어른들이 읽기에도 썩 유용한 책이다. 어른들에게는 식물 관련 유용한 상식과 활용을, 아이들에게는 자연 생태계와 독도에 대한 관심으로 이끌어 줄 법하다.

독도에는 어떤 식물들이 살고 있을까? 독도는 우리에게 어떤 의미일까? 우리는 독도를 왜 지켜내야만 하는가? 수많은 식물들과 동물들이 살아 있는 섬 독도, 독도에 대한 진정한 애정과 주인 의식은 독도에서 살아가는 동식물에 대한 관심까지 당연히 포함되어야 하는 것 아닐까?

일본의 무분별한 남획으로 멸종한 독도의 강치

ⓒ사이버독도닷컴
독도의 다른 이름에는 '가제도'와 '가지도'가 있다. 이중 가제도는 일본의 무분별한 남획과, 남획으로 멸종한 '강치'를 기억하게 하는 이름이다.

강치는 물개와 비슷하지만 물개과가 아닌 식육목 강치과에 속하는 바다동물(포유류)이다. 이 강치를 울릉도 사람들이 '바닷가제'로 불렀고, 바닷가제가 많은 섬 독도를 '가제도'라 부른 것이다.

가제도라 표기한 문헌도 있다고 하니 강치가 어지간히 많았나보다. 하지만, 1900년대 초 일본인들이 무자비하게 남획하여 독도의 강치를 멸종시키고 말았다. 국권을 빼앗기며 수많은 문화재들이 훼손되고 침탈당한 것처럼 생물들도 이처럼 수난을 겪은 것이다.

같은 무리인지는 모르겠는데, 일본강치라 불리던 것도 있었다. 하지만 일본강치 역시 1951년에 자취를 감춘 이후 반세기가 지나도록 아예 발견되지 않고 있다. 일본강치의 멸종과 함께 공식적으로 북태평양에서 살던 강치는 절멸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일본인들의 무분별한 남획이 북태평양에서 강치를 멸종시키고 만 것이다. 현재 캘리포니아강치, 남방강치, 갈라파고스강치 등이 캘리포니아, 갈라파고스 같은 곳에 살고 있다. / 김현자

덧붙이는 글 | -김태정 선생님이 들려 주는 <독도 식물 이야기>(김태정/가문비 어린이/2007년 7월/15,000원)의 책속 세밀화는 우정사업본부의 염료식물시리즈 우표(2002~2006) 원화를 그린 정영호씨가 그렸다.

덧붙이는 글 -김태정 선생님이 들려 주는 <독도 식물 이야기>(김태정/가문비 어린이/2007년 7월/15,000원)의 책속 세밀화는 우정사업본부의 염료식물시리즈 우표(2002~2006) 원화를 그린 정영호씨가 그렸다.

독도 식물 이야기 - 김태정 선생님이 들려주는

김태정 글 사진, 정영호 세밀화,
가문비(어린이가문비), 2007


#독도 #괭이갈매기 #강치 #김태정 #가문비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늘도 제게 닿아있는 '끈' 덕분에 건강하고 행복할 수 있었습니다. '책동네' 기사를 주로 쓰고 있습니다. 여러 분야의 책을 읽지만, '동·식물 및 자연, 역사' 관련 책들은 특히 더 좋아합니다. 책과 함께 할 수 있는 오늘, 행복합니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김건희·채상병특검법 부결, 여당 4표 이탈 '균열' 김건희·채상병특검법 부결,  여당 4표 이탈 '균열'
  2. 2 한국만 둔감하다...포스코 떠나는 해외 투자기관들 한국만 둔감하다...포스코 떠나는 해외 투자기관들
  3. 3 [이충재 칼럼] 윤 대통령, 너무 겁이 없다 [이충재 칼럼] 윤 대통령, 너무 겁이 없다
  4. 4 "KBS 풀어주고 이재명 쪽으로" 위증교사 마지막 재판의 녹음파일 "KBS 풀어주고 이재명 쪽으로" 위증교사 마지막 재판의 녹음파일
  5. 5 "이러다 임오군란 일어나겠다"... 약속을 지키지 않는 대통령 "이러다 임오군란 일어나겠다"... 약속을 지키지 않는 대통령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