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학원관련법이 개정된 이후 신설된 '기숙형 학원'의 등록과 유치원 및 초·중·고교 재학생의 수강제한 문제가 논란거리로 등장한 가운데 법 개정을 주도한 교육인적자원부가 '기숙형 학원'의 규제에 대한 소신 없는 태도를 보여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더욱이 최근 전북도 내 일부 시·군 단체장들이 공립형 기숙학원인 인재숙을 서로 운영하기 위해 발 벗고 나선 상황에서 교육부가 모든 책임을 전북교육청으로 떠넘기는 듯한 입장을 밝혀 오히려 지자체와 교육당국의 갈등만 부채질하고 있다.
27일 전북 김제시는 전북교육청이 지난달 12일까지 입법예고했던 '전라북도 학원의 설립·운영 및 과외교습에 관한 조례 일부개정 조례안'과 관련해, 얼마 전 재학생들의 수강제한을 반드시 막아야 하는지 여부를 교육부에 질의했다고 밝혔다.
이 질의에 대해 교육부는 "시행령에서는 조례가 정하는 재학생 수강제한 기준을 충족하도록 명백하게 규정돼 있다"면서 "질의사항은 법령의 적용에 관한 사항으로, 재학생 수강제한에 관한 사항은 교육감과 협의하여 처리하시기 바란다"는 답변을 김제시에 보냈다.
이에 대해 김제시는 "기숙형 학원의 재학생 수강제한에 대한 기준은 교육감의 '재량행위'로 볼 수 있고, 따라서 개정조례안도 방학 중에는 재학생들의 기숙학원 수강을 허용한 것 아니냐"는 주장이다.
그러나 전북교육청의 입장과 해석은 전혀 다르다.
교육부가 전북교육청에 내련 보낸 '시도조례 개정안 마련 시 기숙학원 등록기준 엄격 반영'이라는 지침에서는 "유·초·중·고교 재학생 수강제한 및 시설·설비기준 강화 등 숙박시설을 갖춘 학원의 등록기준을 최대한 엄격하게 규정"하도록 하고 있기 때문이다.
교육부의 입장을 정리하면 전북교육청에 대해서는 기숙형 학원의 등록과 재학생의 수강 제한에 대해 엄격하게 적용하도록 하면서도, 김제시의 질의와 관련해서는 조례의 발의권자가 교육감이니 교육감과 알아서 하라는 식이다.
결국 교육부는 기숙형 학원과 연관된 인재숙 문제에 대해 골치 아픈 지역논쟁거리로 치부해 명확한 입장을 밝히기보다는 전북교육청에 해결을 떠넘기고 있는 꼴이다.
전북교육청 관계자는 "시행령에서 '재학생들의 수강을 제한해야 한다'고 규정했다면 이러한 논란도 생기지 않았을 테지만, '조례에서 정하는 교습제한 기준을 충족할 것'이라고 규정한데다 교육부마저 애매한 입장을 취하고 있어 문제 해결이 더 어렵다"는 고충을 토로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법의 입법취지와 함께 시행령의 구조를 살펴보면 기숙형 학원에 대한 재학생 수강을 제한하는 입법조례가 타당하다는 게 법률전문가들의 견해"라고 덧붙였다.
한편 최근 군산시의 경우 인재숙을 따로 운영하기보다는 지역 내 고교에 직접 투자해 교육환경을 개선하고, 전문강사들을 초빙해 방과 후 특별프로그램으로 운영하고 있어, 교육계에서는 가장 합리적이면서 현실적인 해결사례를 제시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 | '인재숙'과 '기숙형 학원 수강제한'을 둘러싼 논란 | | | | 인재숙의 원조는 지난 2003년부터 전국에서 처음으로 순창군이 운영하기 시작한 옥천인재숙이다.
이곳에서는 순창군이 지역 내에서 성적이 우수한 중3∼고3 학생 200명을 선발해 전원 합숙시키면서 서울과 광주 등지에서 초빙된 전문강사를 통해 강의를 듣게 하고 있다.
교육비와 기숙사비, 교통비 등 연간 10억원이 넘는 예산을 모두 순창군에서 지원하는 옥천인재숙에서는 올해 대학입시에서 15년 만에 서울대 합격생을 배출하기도 했다.
순창군은 서울대 합격생 배출과 더불어 감소하던 인구가 매년 300∼500명씩 증가세로 전환됐다는 점을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심각한 인구유출을 경험하는 단체장들 입장에서는 이보다 좋은 치적이 없을 뿐 아니라 교육문제에 대한 관심으로 유권자인 학부모들에게 좋은 이미지로 다가설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실제로 순창의 옥천인재숙은 행정자치부로부터 우수 행정혁신사례로 선정되기도 했다.
그러나 교육계에서는 순창에서 배출된 서울대 합격생은 학력수준의 향상보다는 서울대의 '지역균형할당제'에 의한 수혜라는 지적과 함께 군민의 혈세를 일부 학생들에게만 특혜를 주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아울러 자치단체가 나서서 공교육에 대한 불신을 부채질하는 것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오히려 지역의 교육적 기반을 붕괴시키는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됐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해 학원법이 개정되고, 올해 대통령령으로 시행령이 마련되면서 기숙형 학원의 등록과 재학생 수강제한 문제가 논란이 되면서 교육당국과 순창, 김제 등 일부 지자체가 갈등을 겪고 있다.
전국적으로 16개 시·도가 모두 학기중 재학생들의 기숙형 학원 수강을 제한하는 조례안을 입법예고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전북을 포함한 5개 시·도가 방학 중 수강에 대해서는 허용하고 있다. / 소장환 | | | | |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전민일보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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