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추 사전예약제는 어떨까?

종잡을 수 없는 배추가격 사전예약제 해보면 둘 다 이익

등록 2007.08.28 18:42수정 2007.08.29 09:43
0
원고료로 응원
【오마이뉴스는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생활글도 뉴스로 채택하고 있습니다. 개인의 경험을 통해 뉴스를 좀더 생생하고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당신의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농산물 가격이 폭락하면 어김없이 나오는 장면 하나가 있다. 바로 배추밭을 갈아엎는 모습이다. 배추가격은 좋을 때는 한 포기에 몇 천원도 하지만 추락하면 100원까지도 하락한다. 그러다 보니 수확해봐야 인건비도 건질 수 없어 배추밭을 트랙터로 갈아엎는 것이다.

배추가격이 이렇게 널뛰기를 하는 이유는 생산량과 소비량이 매년 다르기 때문일 것이다. 어느 해는 많이 심어서 가격이 하락하고 또는 풍년이어서 폭락한다. 또 어느 해는 적게 심어서 또는 어느 지방에 자연재해로 가격이 상승하기도 한다.

a

유기농 배추 미리 예약하세요. ⓒ 조태용

지금부터 10년 전 전주에서 배추장사를 한 적이 있다. 부모님이 배추를 심었는데 김장하고 남은 배추 500포기를 전주에 가서 팔아 달라고 했기 때문이다. 어머니와 아버지는 8월에 배추를 심어서 아침마다 일어나 배추벌레를 손수 잡아주고 자식처럼 배추를 돌봤다. 곁에서 이런 모습을 매일 지켜봤기 때문에 그 배추가 그냥 배추처럼 보이지 않았었다.

친구에게 1톤 트럭을 빌려 배추를 싣고 전주로 향했다. 배추는 아는 지인이 자기 동네에서 팔아주겠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해서 파는 것도 문제가 되지 않았다. 전주로 향하는 나를 보는 어머니 얼굴은 배추를 팔아 벌 돈을 생각하는지 얼굴에 미소가 가득했다. 배추를 팔아서 뭐할까? 하고 상상하니 기분이 좋으셨을 것이다. 나 역시 가득 실은 배추가 만선어부처럼 기분 좋았다.

그러나 웬걸...

배추 500포기를 팔아서 번 수입은 고작 20만원이었다. 그 해 배추가격이 한 포기에 400원이었던 것이다. 지인 역시 미안하지만 시장가격이 400원이니 그 이상은 달라고 못하겠다는 것이다. 그래서 결국은 그 돈만 받고 차에 시동을 걸었다.

하루 종일 배추를 트럭에 실어서 나르고 옮기고 했는데 20만원이라니…. 몇 개월간 배추에 정성을 들였을 부모님의 얼굴을 생각하니 그 돈을 도저히 드릴 수 없었다.

은행에서 돈을 찾아 30만원을 보탠 뒤, 50만원을 드렸다. 어머니는 배추가격을 잘 받았다며 용돈 하라고 10만원을 주신다고 하신다. 그 돈을 다시 돌려주고 트럭을 돌려주러 친구에게 돌아가는데 눈물이 났다. 고작 20만원을 벌기 위에 여름부터 가을까지 그 고생을 했단 말인가?

a

올 초 갈아엎기 직전에 구출된 배추들 ⓒ 조태용

그래서 그런지 배추 이야기만 나오면 남일 같지 않게 생각된다. 올 봄에 '젊은 농부에게 희망을'이라는 기사를 쓴 적이 있다. 31살의 젊은 농부가 배추를 못 팔아서 고민이라고 글을 올렸는데 다행히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줘서 유기농배추를 모두 판매할 수 있었다. 그 젊은 농부는 올해도 어김없이 배추를 심는다고 한다. 그런데 벌써부터 걱정이 된다.

올 봄처럼 2000평 배추밭을 갈아엎는 일이 또 일어나지 않을까?

그래서 예약을 받아보면 어떠냐고 제안을 했다. 올해 배추가격이 오르게 될지 폭락하게 될지 아무도 모른다. 지속적으로 농사를 할 수 있는 가격을 제시하라고 했더니 6포기에 11000원을 받으면 된단다. 물론 배송비 3000원이 포함된 가격이니 저렴하다. 추가로 구매하면 할인이 된다. 당연히 농약 한 줌 주지 않고 키운 유기농배추다.

배추를 주식으로 치자면 이것도 하나의 투자가 될 것이다. 요즘은 김장을 많이 하지도 않으니 6포기면 충분할지도 모르겠다. 11000원을 주고 예약 구매해주면 가을 배추 가격과 무관하게 그 가격에 유기농 배추를 집에서 편안하게 받아 볼 수 있다. 괜찮은 거래 아닌가? 혹시 배추 가격이 포기에 3000원씩 한다면 7000원의 수익을 볼 수도 있을 것이다.

미리 주문을 받아서 농사를 계속 지을 수 있는 지속 가능한 가격을 받을 수 있다면 농부는 농사에만 전념할 수 있고 이미 예약한 고객들이 있으니 더 많은 애정으로 배추를 키우게 될 것이다. 소비자 역시 배추가격이 어찌될지 고민하지 않아도 되는 것은 물론이다. 더불어 이런 거래가 정착된다면 모두에게 이익이 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참거래 농민장터에서는 유기농 배추 사전예약을 받고 있다. 배송날짜는 직접 선택할 수 있으며 6포기 한 상자가 11,000원, 배송료는 무료다. 유기농 배추 사전예약 바로가기

덧붙이는 글 참거래 농민장터에서는 유기농 배추 사전예약을 받고 있다. 배송날짜는 직접 선택할 수 있으며 6포기 한 상자가 11,000원, 배송료는 무료다. 유기농 배추 사전예약 바로가기
#배추 #사전예약제 #농산물가격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지리산에서 생산자와 소비자를 연결하는 친환경 농산물 직거래 참거래농민장터(www.farmmate.com)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서양에선 없어서 못 먹는 한국 간식, 바로 이것
  2. 2 모임서 눈총 받던 우리 부부, 요즘엔 '인싸' 됐습니다
  3. 3 카페 문 닫는 이상순, 언론도 외면한 제주도 '연세'의 실체
  4. 4 생생하게 부활한 노무현의 진면모... 이런 대통령은 없었다
  5. 5 "개도 만 원짜리 물고 다닌다"던 동네... 충격적인 현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