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로서 블로그와 영향력, 그리고 블로거의 목소리

달콤한 UCC 열풍에 속지 말길...

등록 2007.08.29 08:38수정 2007.08.29 0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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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는 힘(제2의 슈퍼파워)을 가진, '1인 미디어'라 불리는 블로그(blog)의 영향력은 어느 정도나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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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지 표지 캡쳐 ⓒ 타임지 표지

2006년 12월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은 '2006 올해의 인물'로 'You'를 선정하고 '블로그나 미디어 영역에서 영향력을 키워가는 평범한 당신이 바로 올해의 주인공'이라고 발표, 새로운 문화 트렌드로서 UGC의 힘을 전 세계에 확인시켰다. UGC는 사용자가 직접 콘텐츠를 제작하는 것을 말하는 것으로, 사용자가 상업적인 의도 없이 제작한 콘텐츠를 온라인상으로 나타낸 것이다. 미국에서는 일반적으로 UGC(User Generated Content)로 알려져 있고, 한국에서는 흔히 UCC로 불린다.

국내서도 다음, 네이버 등 대형 포털사이트와 판도라TV, 프리챌 등 동영상 전문서비스 웹사이트를 중심으로 한 UCC 제작 열풍이 뜨겁게 불고 있다. 이는 인터넷, 디지털카메라, 휴대전화, 미니캠코더 등 정보통신기술의 발달과 보급화에 따라 전문가 집단이 아닌 일반인들도 기존 미디어보다 빠르고 의미 있는 정보들을 생산해 내면서 확산되고 있다. 일반인들의 동영상 제작에 대한 관심과 폭발적인 영향력은 이제 기성 주류미디어를 압도하고 있다.

특히 '1인 미디어'라 불리는 블로그에 의한 뉴스, 정보 콘텐츠 생산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일반 블로그 이용자의 증가뿐만 아니라 파워블로거, 유명블로거, 블로거기자라 불리는 이들의 활약과 온라인 속의 영향력이 두드러지고 있고, 어느새 구글 등 검색사이트에서도 블로그가 주요 검색메뉴나 페이지 자리를 차지하고 있고 블로거들의 글(포스트)이 메인페이지에 노출되어 수만, 수십만 조회 수를 얻기도 한다.

일례로 포털사이트 다음의 경우, '블로그 저널리즘'을 표방한 미디어다음 내 블로거뉴스를 통해 자사 블로그뿐만 아니라 설치형 블로그들의 포스트를 가지고, 기성 언론사와 기자들이 만들어내지 못하는 뉴스 콘텐츠를 가공해 유통시키고 있다. 이 블로거뉴스(블로거들의 글과 이야기, 사진, 동영상 등)들은 온라인과 인터넷을 장악, 독점하고 있는 포털사이트의 자본력과 영향력과 맞물려 큰 파급력을 발휘하고 있다. 그 영향력과 파급력 때문에 기성 언론미디어에 의한 보도, 취재의 대상이 되거나 뉴스 소재로도 이용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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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털사이트 다음의 뉴스페이지, 블로거뉴스가 주요하게 배치되어 있다. ⓒ 다음 웹페이지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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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무료신문에 게재된 블로거뉴스 ⓒ zoom 기사면 캡쳐


또한 참여, 공유, 개방을 모토로 하는 웹2.0의 기술과 철학을 제대로 구현치 못하는 온라인 생태계의 다양성을 저해한다는 거대 IT 독점자본의 집합체인 포털사이트와 달리, 블로고스피어를 주도하는 메타블로그(사이트)에 의한 여론형성의 영향력과 사회적 파급력도 만만치 않다. 네티즌과 블로거들의 의사표현(자본과 권력에 대한 비판)에 대한 규제와 감시, 검열로부터, 포털사이트보다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메타사이트(블로그)에서는 세상 사람들의 다양한 시각의 또 다른 목소리와 정보, 의견, 뉴스들을 접할 수 있다. 또한 태터툴즈 기반의 설치형 블로그 네트워크인 이올린, 이글루스의 이오공감 2.0 beta 등의 '추천'은, 블로그에 의한 블로고스피어 내의 여론형성에 상당부분 기능하고 블로거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

최근 새롭게 탈바꿈한 국내 최초 메타사이트 서비스인 블로그코리아(blogkorea, 이하 블코)의 경우, 날로 블로그의 영향력이 커간다고 하지만 아직도 포탈과 메타로 양분된 블로고스피어에서 제자리를 잡지 못하고 성장, 변화하지 못하고 정체되어 있는 현실을 타계하기 위해 블로그와 블로거 간 연대, 참여를 기반으로 한 서비스 '미디어로서 블로그'를 지향, 강화하는 개편을 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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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블로그를 지향하는 메타사이트 블로그코리아 ⓒ 블로그코리아 웹페이지 캡쳐


그리고 '블로그 저널리즘' '블로그와 미디어의 결합'을 위한 시도가 두드러진 블로그 사이트는, 단연 2004년 블로그를 통해 나의 생각을 표현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첫 선을 보인 미디어몹(http://www.mediamob.co.kr/, 이하 미몹)이다. 미몹은 기존 블로그 서비스들이 블로그라는 도구 자체에 집중했던 것과, 다르게 미디어적 역량을 강화한 헤드라인 시스템 방식을 도입해 하나하나 흩어져 있는 많은 블로그들을 발 빠르게 소개하고 개인 블로거들의 목소리에 힘을 실어주는 방법들을 채택하고 있다고 한다. 네이버, 다음 등 포털사이트(블로그)와 올블로그에 편중된 블로고스피어에 식상한 미몹 매니아 블로거들이 찾는 곳이다. 미몹과 한 식구인 메타사이트 오픈블로그(http://www.openblog.com/meta.aspx)도 9월에 새롭게 개편(http://kr.openblog.com/)할 계획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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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 저널리즘을 표방한 미디어몹 3월 개편안 ⓒ 미디어몹 웹페이지 캡쳐


위와 같이 일상의 이야기나 개인의 생각을 수많은 사람들에게 알릴 수 있고 소통할 수 있는, 미디어로서 블로그와 UGC의 영향력을 간파한 것은 블로거나 네티즌들만이 아니다. 블로그와 UGC(UCC)가 돈벌이가 되고 여론을 형성하는 주요한 기재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을 간파한 기득권(기성 정치인, 정당, 주류 언론방송사, 재벌기업 등)들도 기성미디어와 기업마케팅을 위해 블로그와 블로거들을 이용하고 있다.

특히 12월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예비후보 정치인들은 블로그나 UCC를 만들어 내놓거나, 스스로 자신을 블로거들과 친구라며 블로거들의 표심을 잡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또한 기성 언론사들도 자체적으로 블로그를 운영하기 시작했고, 오마이뉴스의 시민기자와 비슷한 뉘앙스를 풍기는 블로거들을 활용하거나 블로거들의 콘텐츠를 이용해 기사를 작성하고 있다. 조선, 동아의 뉴스블로그나 기자블로그, SBS U포터뉴스가 그 예다. 기업들의 블로그 마케팅도 마찬가지다. 제품 리뷰나 각종 UCC 이벤트나 공모전 등을 통해 기업이미지와 제품마케팅, 홍보효과를 극대화시키려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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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인터넷 등 모든 매체에서 광고되고 있는 삼성의 '고맙습니다' UCC캠페인 ⓒ 고맙습니다 웹페이지 캡쳐


뿐만 아니라 이들은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블로거와 네티즌에 대한 회유, 포섭, 감시, 검열, 통제, 탄압도 자행하고 있다. 최근 반인권 반노동 기업인 이랜드의 비정규직 대량해고 사태와 관련하여, 포털사이트 네이버에서 명예훼손 운운하면서 이랜드 관련 블로그 포스트를 삭제해 물의를 일으킨 것이 그 대표적 예이다.

이렇게 블로그가 기성미디어를 뛰어넘는 하나의 미디어로서 자리매김 했고, 여론형성 등 그 영향력이 날로 높아지는 지금. 고민스러운 것은 역시나 블로그와 블로거에 손을 뻗치고 그들의 사고를 장악하고 있는 자본과 권력의 달콤함에 빠지지 않고 위협에 굴하지 않고, 웹2.0의 정신을 지키며 블로그, 블로거, 네티즌들이 자신의 목소리(사회적 블로깅)를 낼 수 있느냐 없느냐일 것이다. 이용당하지 않고 철저히 이용할 수 있는 신념과 방법의 모색일 것이다.

미디어로서의 블로그와 영향력을 이용하려는 노력(?)들 속에, 알게 모르게 우리가 눈치 채지 못하는 가운데 세상의 부조리와 부정의에 타협하거나 자본과 권력의 생리와 메커니즘에 흡착된 블로깅을 하게 되기 때문이다. 자유로운 블로깅을 저해하는 무수히 많은 것들에 대한 공격을 어떻게 막아낼 것인가도 중요한 문제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선거UCC관리지침이나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 의한 제한적 본인확인제 등등.

여하튼 블로그코리아 2007 시사회에 참석한 소프트뱅크 미디어랩 유한석 소장의 말처럼, 사회적으로 블로그의 힘이 커진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블로거나 블로고스피어의 영향력과 커뮤니티, 네트워크가 미약하고, 그것을 위한 노력들이 있지만, 결국 그 동력들이 다시 기득권들에게 쏠리게 되고 있는 건 아닐까란 생각을 해본다. 보기 좋고 듣기 좋은 달콤한 UCC란 이름으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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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재벌기업의 UCC 캠페인과 블로거뉴스 ⓒ 블로거뉴스 웹페이지 캡쳐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SBS U포터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SBS U포터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블로그 #영향력 #미디어 #블로거 #언론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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