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병균의 집합체인 세탁기 대청소

세탁기가 가족의 건강을 해친다?

등록 2007.08.29 16:11수정 2007.08.30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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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를 편히 쉬고서 새롭게 회사에 나가야 하는 월요일이었지만, 이날은 몇 주 전부터 아내와 약속한 일이 있어 하루를 쉬게 되었다. 그 약속 내용은 다름 아닌 세탁기 청소였다.


얼마 전 모 방송에서 세탁기의 안이 얼마나 지저분한지를 보여주는 프로가 있었다. 보통 세탁기하면 더러워진 옷가지를 빨아서 새 것으로 만들어 주는 기계로 인식을 하고 있는데 그 프로에서는 기존의 상식을 엎어버리는 놀라운 사실이 방영된 것이다.

그날도 저녁에 함께 식구들과 있었는데 세탁기 이야기가 나오길래 별 관심을 보이지 않았지만 아내는 가족들의 건강을 책임지는 총책을 맡은(?) 관계로 자신의 의무를 다 하려는 듯 뚫어져라 방송을 지켜보았고, 방송이 끝날 즈음에는 크게 상기된 표정으로 "당장 날을 잡아서 세탁기를 청소해야 겠다"고 난리를 쳤다.

'뭐 그렇게 급하게 날을 잡고 또 꼭 그렇게 청소를 해야 하나!'하는 나의 생각 때문에 조금의 실랑이는 있었지만 어쩔 수 없이 날을 잡은 것이 바로 지난 월요일(27일)이었다. 평소에 기계를 다루는 것에 능숙치는 않지만 세탁기의 구조가 그리 어려워 보이진 않았기에 몇 가지 연장을 챙겨서 드디어 세탁기 해체 작업에 들어갔다.

세탁기 청소 중인 기자.
세탁기 청소 중인 기자.김만섭

세탁기 청소에 있어 핵심적인 내용은 세탁통의 청소에 있는 것 같다. 그리고 세탁통을 드러내고서 세탁통과 세탁통을 에워싸고 있는 큰 통이 있는데, 물론 이것은 세탁기 본체와 네 면에 모두 연결이 되어져 있다. 그리고 세탁통과 에워싼 통을 연결하는 연결고리와 연결봉의 청소가 중요한 것 같았다.

필요한 공구는 십자와 일자 드라이버 그리고 10과 13m의 복스가 필요하다. 일반 복스를 가지고서는 세탁봉의 볼트를 풀 수가 없기에 연결고리가 긴 복스가 필요하다. 솔직히 이날 그 볼트를 풀기 위해 동네에 있는 카센터를 몇 번 다녀왔는지 모른다.


왜냐하면 처음 보기에는 연결봉만 풀면 될 줄 알고 대충 사이즈를 제어서 가기는 했는데 정확한 사이즈가 아니면 돌아가지 않는 것이 볼트와 복스계의 법칙(?) 인지라 두 번이나 다녀오게 되었고, 그 연결봉을 풀어보니 아니나 다를까 더 큰 문제가 놓여있었다.

좀 전에 말한 세탁통과 그것을 에워싸고 있는 것의 분리였는데 여기에는 다른 사이즈의 복스가 필요했던 것이다. 이런 저런 이유로 5번을 왕복하며 더운 여름날 열심히 달리며 땀을 흘리는 나름의 진풍경도 연출해 보았다. 참고로 카센터에서는 공구를 자식 다루듯 하기에 잘 빌려주지 않는데 그 날은 약간의 감사표시로 음료수 두 병을 사들고 가서 부탁을 드렸다.


공구를 손에 쥐고서 정말 세탁기 분해 작업에 돌입을 했으며 하나하나 씩 분해해 나가는 과정에서 알게 된 것인데 구조가 정말 간단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사실은 정말 세탁기 내부가 너무나 더러웠다는 사실이다. 모두 분해를 하고서 열심히 수세미로 닦아내는 아내의 모습에서는 기쁨이 가득했고 그것을 보는 나도 즐거웠다.

세탁기 청소 업체에 문의를 해 보니 비용이 10% 할인을 해서 4만5천원이라고 했고 작업시간은 약 1시간 정도 걸린다고 했다. 공구가 없어서 왔다 갔다 한 시간을 제한다면 약 1시간 30분 정도 걸린 것 같다. 나도 이만하면 신림동 맥가이버가 되려나.

하여간 작업 내용들을 사진으로 모두 찍게 했으며 나의 블로그에 올릴 예정이다. 모든 작업을 다 하고나서 여러 가지 생각들이 들었다.

우선은 가족의 건강을 생각하는 아내의 마음이었다. 그런 수다스러움이 없었다면 이 일은 하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둘째로 '정말 1년에 한 번은 청소를 해 주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나 지저분했기 때문이다. 우리가 보이는 곳은 정말 깨끗한데 보이지 않는 곳이 그렇게 지저분할 줄은 생각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세번째인데 이 세탁기 청소를 하면서 느끼게 된 가족 간의 사랑이다.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었지만 그 속에서 찾을 수 있었던 이런 느낌들이 너무나 감사하게 느껴졌다.

이번 일을 계기로 '가족을 조금 더 살피는 내가 되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더운 여름의 기운들이 물러가고 처서가 지난 지금의 하늘은 왠지 가슴이 시원해지는 것만 같다. 그래서일까? 그렇게 더운 바람만 나오던 선풍기에서도 가을의 향기가 솔솔 불어나오는 것 같다.
#세탁기 #청소 #가족사랑 #감사 #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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