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성녹차밭. 지리산 남쪽 기슭에서 주로 자라던 녹차 재배지가 강원도 춘천 지방으로 까지 올라갔다.전남도청
서울 하늘에 시커먼 구름들이 잔뜩 꼈다. 한바탕 장대비가 쏟아질 것 같다. 하지만 오늘 오전 까지만 하더라도 무척이나 무더운 날씨였다. 요즘처럼 변덕이 심한 날씨도 없는 듯하다.
그러다 보니 기상청 욕하는 소리를 자주 듣게 된다. 오늘(29일) <한국일보>는 기상청의 빗나간 오보를 도마에 올렸다. '날씨 예측 난감…오보에 민망…/하늘만 쳐다보는 기상청'이 기사 제목(박상준 기자)이다. 관련 기사로 500억원짜리 슈퍼컴퓨터가 제값을 못한다는 기사도 실렸다. 차라리 "할머니 신경통을 믿지…" 기상청 예보를 믿지 못하겠다는 이야기다.
도대체 예보 적중률이 얼마나 되기에 이런 혹평이 기사 제목으로 달렸을까?
"26일 하루 동안 강수 적중률 48.7%에 불과했다. 전국 76개 지점의 상수 유무를 조사할 결과 40개 지점에서 예보가 틀린 것. 이 달 들어 27일까지 적중률이 40%에 불과했던 날도 4일나 됐다. 7월 한 달 강수 예보 적중률도 평균 75%에 그쳤다."
기상청 예보가 왜 이리 빗나가는 경우가 많을까. "장마가 끝난 뒤 세력을 확장했다가 떠났어야 할 북태평양 고기압이 계속 머물러 있고, 비구름대가 동서가 아닌 남북 방향으로 걸쳐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한마디로 한반도 기후 패턴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그러니, 아무리 성능 좋은 슈퍼컴퓨터를 돌려본 들 예측 모델 자체가 없다보니 예보 오보율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영월·양구 사과에 남양주에선 열대과일 구아바 재배
기상 이변과 기후 변화는 이제 체감 수준을 넘어 우리의 일상생활 곳곳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경제활동 역시 마찬가지다.
<한겨레>가 지난 월요일(27일) 보도한 '특산물 지도가 바뀐다'는 기사(전국 종합·오윤주 기자)는 한반도의 기후 변화가 전국의 특산물 지도를 바꿔 놓고 있는 추이를 전국적으로 입체적으로 포착한 기사다. 기후 변화의 영향을 이처럼 실감나게 드러낸 기사도 없을 것이다.
이 기사에 따르면 한반도의 기후 패턴 일부가 아열대성으로 바뀌면서 지리산 남쪽 기슭에서 주로 자라던 녹차 재배지가 강원도 춘천 지방으로 까지 올라갔고, 대구 사과도 옛말이 됐다. 대신 강원도 영월과 양구 사과가 대거 선보이고 있다. 남양주에서도 열대 과일 구아바가 재배되고 있다. 제주 특산물인 한라봉이 남해안에 상륙한 것은 물론이다.
사과 주산지라는 이름을 강원도와 경북 북부 지역에 내준 경북 영천은 대신 복숭아와 포도 노지재배 1위를 차지하고, 감귤 특산지를 내준 제주 역시 아보카도나 패션프루트, 마카다미아 등 새로운 열대작물 재배로 그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꽤 오래 전부터 시작된 기후변화, 그런데...
아열대성 병충해도 빠른 속도로 번지고 있다. 아열대성 병해충인 재선충이 서울 근교로 까지 번져 올 봄 '비상'이 걸렸고, 푸사륨 가지마름병과 벼 키다리병 등이 전국의 산림과 논밭을 해치고 있다.
<한겨레>는 특산물 지도의 변화와 함께 수산물 지도의 변화(정대하 기자)도 살펴보았다. 동해에서 주로 잡히던 오징어 떼가 전남 진도에서 전북, 군산, 충남, 서산 근해에서도 잡히고 있다. 남해안에서 많이 잡히던 멸치 떼는 전북 군산 뿐 아니라 충남 보령 등 서해 북부까지 올라왔다. 동해에서는 과거에는 볼 수 없었던 보라문어와 붉은 바다거북, 만새기, 흑새치 등 아열대 어종이 다량으로 잡히고 있다고 한다.
사실 이런 변화는 꽤 오래 전부터 시작됐다. 하지만 이는 도시인들의 촉수 밖이었다. 모든 촉각을 권력과 대도시에 맞춰놓고 있는 언론 또한 이런 변화에는 둔감할 수밖에 없었다. <한겨레>의 '특산물 지도가 바뀐다'가 돋보이는 이유다.
새로운 기후에 맞는 산업 말고 재난 대처 방법 찾자
오늘(29일) <중앙일보>에는 '새로운 기후 문화를 창조하자'는 칼럼이 실렸다. 이병욱 세종대 교수의 글이다.
이병욱 교수는 이 글에서 "우리 국민, 나아가 지구상의 인류가 당면하고 있는 과제는 날로 이상해지고 있는 기후 조건에 어떻게 적응하며 살아가는가 하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는 곧 "새로운 산업의 영역으로 발전할 수도 있다"며 새로운 비즈니스의 기회가 될 수도 있음을 역설했다.
그는 기후가 문화를 낳고, 문화는 비즈니스를 낳는다고 했다. 새로운 기후 문화에 관심을 가질 때라는 이야기다.
맞는 이야기다. 하지만 더 시급한 것은 기후 변화가 몰고 올 여러 변화 가운데서도 그것이 재해나 재난으로 이어질 수 있는 개연성에 대한 대처가 아닐까 싶기도 하다. 올해 집중 호우로 심각한 수해 피해를 입은 북한의 실정이 이를 웅변해주고 있다.
우리의 경우 북한 보다는 숲이 우거지고, 수해 방지 시설이 잘 돼 있어 수해 피해를 입더라도 북한 보다는 덜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그 차이라는 것이 기후 변화의 큰 흐름에서 볼 때는 사소한 것일 수 있다. 수해 방지를 위한 각종 사회기반시설은 물론 도시 설계, 나아가 주택과 도로 설계의 기본부터 다시 생각할 때가 된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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