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장 맛 삼삼하게 땡기네!"

[오지고 푸진 맛] 전남 여수 '두꺼비식당'의 게장백반

등록 2007.08.29 21:03수정 2007.08.30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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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삼삼한 간장게장

삼삼한 간장게장 ⓒ 조찬현


a 매콤한 양념게장

매콤한 양념게장 ⓒ 조찬현


식당 방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밥을 시키려고 주변을 살펴보니 벽면에 나붙은 메뉴판에는 게장백반은 없고 조기매운탕과 고등어가 5000원이다. 게장백반 집으로 알고 찾아왔는데 메뉴판에 게장백반이 없다. 이거 뭐가 잘못됐다. 이게 어찌된 걸까. 궁금증도 잠시 곧 의문이 풀렸다.


이 집은 게장백반 전문점으로 조기매운탕과 고등어 중 손님 식성대로 선택해서 먹을 수 있는 특혜가 주어진다. 이 음식은 물론 덤이다. 오후 5시, 저녁을 먹기에는 아직 이른 시간이다. 그러나 방안은 손님들로 북새통이다.

a 벽면에 나붙은 메뉴판, 게장백반이 5000원이다.

벽면에 나붙은 메뉴판, 게장백반이 5000원이다. ⓒ 조찬현


덤 음식(고등어조림, 조기매운탕)도 골라 먹는다

서비스메뉴로 무얼 시킬까 한참을 망설였다. 고등어조림, 조기매운탕… 선뜻 결정할 수가 없다. 아무려면 조기매운탕이 낫겠지 생각하고 주문을 한 뒤 식사중인 사람들의 음식을 살펴보니 웬걸 거의 대부분 고등어를 먹고 있다. 다시 바꿀까 망설이는데 곧바로 15찬의 기본 밑반찬이 들어온다.

고등어 메뉴에는 기본 찬에 뚝배기 된장찌개와 쌈이 더 주어진다. 조기매운탕은 냄비에 매운탕만 달랑 하나. 하지만 어떤 메뉴를 시켜 먹든 고민할 필요는 없다. 더 달라고 하면 된장찌개 정도는 그냥 덤으로 준다. 인심 한번 후하다.

a 게장백반 기본 상차림(조기매운탕 주문시)

게장백반 기본 상차림(조기매운탕 주문시) ⓒ 조찬현

게장을 담글 당시의 돌게는 알이 노랗다. 간장에 담그면 변색이 된다.


"알이 많이 들어 있는 거여. 여물어~ 여수 돌게는 알아주는 거여."

새벽 4~5시경에 국동 어시장에서 게를 구입해 온다는 주인아주머니는 여수 돌게 맛이 최고라며 일반인들은 시장에 가도 구입이 어렵다고 말한다.


"게를 잡아다 간장에 풍덩 빠트리면 게장이 되나요?"
"정성을 다해서 끓이고 양념하고… 다시 간장에 담가야 꼬스름하죠."
"꽃게는 간장에 담그면 2~3일이면 물러져 부러서 못써, 돌게는 한 달이 가도 그대로인데."

양념게장은 양념게장대로 향이 은은하고 달큼하니 맛있다. 간장게장은 다시마 육수에 여러 가지 과일과 생강, 마늘, 양파 등을 넣는다.

"갈아서 안 보여서 그러지 양념이 많이 들어 있어."
"이건 송어젓갈이여~ 뜨거운 밥에 올려 먹으면 맛있어, 꼬소름해."

a “전어보다 더 맛있는 거여~ 까시가 살살 있어, 땡초를 넣고 양념을 해 먹으면 더 좋아.”

“전어보다 더 맛있는 거여~ 까시가 살살 있어, 땡초를 넣고 양념을 해 먹으면 더 좋아.” ⓒ 조찬현

a 문어 무침은 간간하고 야들야들하다. 하지만 씹을수록 쫄깃해진다.

문어 무침은 간간하고 야들야들하다. 하지만 씹을수록 쫄깃해진다. ⓒ 조찬현

a 멍게향이 그윽한 노란 멍게 젓

멍게향이 그윽한 노란 멍게 젓 ⓒ 조찬현

a 돌새우 장

돌새우 장 ⓒ 조찬현


송어는 준치의 일종이라고 아주머니가 알려준다. 송어젓갈은 아삭함과 육질의 씹히는 질감이 좋다.

"전어보다 더 맛있는 거여~ 까시가 살살 있어, 땡초를 넣고 양념을 해 먹으면 더 좋아."

문어 무침은 간간하고 야들야들하다. 하지만 씹을수록 쫄깃해진다.

"아침에 살아 있는 것을 시쳐(씻어)갖고 무친 것이여."

멍게향이 그윽한 노란 멍게 젓과 새우 중에서 가장 맛있다는 돌새우 장도 별미다. 미나리에 버무린 갑오징어 초무침도 맛깔스럽다. 밥은 노란 조를 넣어지었다.

주 메뉴인 간장게장은 삼삼하니 맛있다. 신기하게도 먹으면 먹을수록 깊은 맛에 푹 빠져든다. 이제야 게 맛을 제대로 알았다.

진짜 게장의 참맛은 간장게장이 최고!

게장 맛 삼삼하게 땡기네. 진짜 게장의 참맛은 간장게장이 최고다. 이 녀석 진짜 밥도둑이네. 평소보다 반 그릇을 더 먹었으니. 배는 불러오는데도 게장 맛에 빠져 손과 입은 계속 부지런을 떤다.

먹을수록 빠져드는 간장게장의 맛은 기막히다. 노란 게 알은 입에 닿는 순간 사르르 녹아든다. 게 집게발도 단단하지가 않아서 이빨이 부실해도 걱정 없다. 살짝 깨물면 오도독~ 이내 달큼한 게살의 감촉이 느껴진다.

밥 한 공기를 어느새 다 먹고 입맛을 쩝쩝 다시다 더 시켰다. 게장은 한없이 먹어도 끝이 없다. 양념게장의 매콤함과 간장게장의 삼삼함을 번갈아가며 먹는 묘미가 그만이다. 양념게장을 먹을 때는 입안이 얼얼하고 이마엔 땀방울이 송알송알 맺힌다.

a 게딱지를 먹는 맛, 이게 바로 게장 맛

게딱지를 먹는 맛, 이게 바로 게장 맛 ⓒ 조찬현


밥 한 공기 반을 먹고 나서 간장게장을 휘 저어보니 아직도 남아 있다.

"묵어도 묵어도 자꾸 나와."

숟가락을 놓는 순간까지 아직 게장은 남아 있다. 마저 먹을까 망설이다 밀려오는 손님들에게 조금 미안한 생각이 들어 아쉬움을 뒤로 하고 자리를 털고 일어섰다.

수북이 쌓여가는 게 껍질, 불러오는 포만감... 세상 부러울 게 없다. 하지만 난 오늘 게장밥도둑에게 완전한 포로가 되고 말았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뉴스큐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뉴스큐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게장백반 #밥도둑 #삼삼한 맛 #양념게장 #간장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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