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들이 K씨가 연행되지 않도록 몸으로 에워싸고 있다.이민선
한 여름 무더위는 한풀 꺾였지만 경기도 광명시 성채산은 점점 뜨거워지고 있다. 30일 오전11시께 주민 중 한명을 집회 장소 위반으로 연행하겠다는 광명결찰서 소속 사복경찰들과 "우리도 함께 잡아가라"며 항의하는 주민들 간 한바탕 소동이 펼쳐졌다.
경찰들이 주민 K(여)씨를 연행하려 하자 주민들은 격렬하게 항의하며 형사들 앞을 막았다. 그 과정에서 몸싸움이 벌여져 안양시 석수동 연현마을 주민 L(여·70)씨는 넘어져 부상을 당해 11시35분께 119구급대에 실려 갔다.
주민들은 K씨를 연행하지 않는다는 약속을 하면 물러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경찰 측에서는 이런 일은 타협의 여지가 없는 것이라며 일단 연행을 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 했다. 11시 40분께, 경찰 측에서 "여러분은 집회장소를 어기고 있으니 즉시 공사 현장에서 나가달라"는 내용의 경고 방송을 했다.
연현마을 주민들은 경고 방송을 듣고 공사현장에서 나가기 위해 입구로 몰려들었다. 경찰들은 주민들 틈에 끼어있는 K씨를 찾아내기 위해 입구에서 주민들 얼굴을 일일이 확인했다.
"저기 귀걸이 하고 모자 쓴 여자 끄집어내"라며 경찰들이 K씨를 연행하려 하자 주민들은 소리를 지르며 항의했다. "여러분 나가지 마세요 다시 들어오세요"라는 외침이 들리자 입구에 있던 주민들은 다시 공사현장으로 모여들었다.
K씨를 특별히 연행하려는 이유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경찰들은 대답하지 않았다. K씨에게 "왜 경찰들이 당신을 연행하려고 하는지 이유를 아느냐"고 질문하자 K씨는 "앞에 나서서 선동 한 적도 없는데 어째서 나를 찍었는지 모르겠다"고 대답했다.
당시 현장에서 이 상황을 목격했던 주민들은 어째서 경찰이 유독 K씨만을 연행하려 하는지 어이없다는 반응이다. 경찰이 "집회장소가 아니니 나가달라"는 방송을 할 때 주민 몇 명이 K씨와 함께 "우린 못나가요"라고 하자 갑자기 K씨만을 지목하며 연행하려 했다는 것.
"저 아줌마 나간다"라고 S건설 심 아무개 상무가 소리쳤다. 심 상무는 주민들과 경찰 간 대립이 펼쳐지는 동안 공사 현장 사무실 앞 철제더미 위에 올라서서 감시하듯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러나 심 상무가 지목한 사람은 경찰이 찾던 K씨가 아니었다. 주민들이 "그 사람 참 너무 하네"라며 야유를 하자 심 상무는 멋쩍은 듯 철제더미위에서 내려왔다.
사태는 12시경에 일단락 됐다. 연현마을 LG 빌리지 입주자 대표 강영한 회장(투쟁위 부위원장)이 "일단 문제가 있으면 출석 요구서를 보내라"며 현장에서 주민을 연행 하지 말 것을 요구했다. 경찰 측에서 이 요구를 받아들였고 주민들은 곧바로 공사 현장에서 철수했다.
문제는 오전 5시경에 시작됐다. 5시께, 포크레인이 성채산 납골당 부지 진입로 평탄 작업을 시작하자 밤을 새우며 공사현장을 감시하던 주민들은 몸으로 막아서 공사를 중지 시켰다. 그 후 포크레인 한 대가 더 공사 현장으로 진입하려 하자 주민들은 또 다시 몸을 방패삼아 포크레인 진입을 저지했다.
오전 10시께, 광명경찰서 소속 경찰들은 주민들에게 해산하라는 경고 방송을 했고 이에 불응 하자 K씨를 연행하려 했던 것이다. 그 후 사태가 일단락 된 12시 까지 연현마을 주민들과 경찰들은 공사현장에서 대립하고 있었던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