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대통령, 어떻게 구분해 볼까?

[정책선거를 위한 가이드] 경제 정책은 자동차 핸들일 뿐

등록 2007.08.30 19:52수정 2007.08.30 19:52
0
원고료로 응원
큰 정부를 열었던 미국 루즈벨트 대통령
큰 정부를 열었던 미국 루즈벨트 대통령루즈벨트 기념관 홈페이지
대통령 선거에서 가장 중요한 이슈는 무엇일까요? 이런 질문을 유권자 100명에게 물어본다면 거의 90% 이상이 경제 정책을 말할 것 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 사회의 다수가 지니고 있는 경제 문제 의식과 국가에서 시행하는 경제 정책의 관념에는 상당한 괴리가 있습니다. 이번에는 경제 정책에 대해서 독자 분들께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잘 살아보세. 잘 살아보세. 우리도 한 번 잘 살아보세."
이것은 상당히 오래된 노랫가사입니다. 새마을 운동 때 불려졌던 노래지요. 많은 사람들은 경제 분야 정책에 대해서 서민들을 잘 살게 하는 정책이 좋은 정책이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호황이냐? 불황이냐? 라는 것에 대해 평가가 엇갈리게 됩니다.

그런데 본질적으로 국민들이 생각하는 경제 정책의 평가와 정부 기관에서 평가하는 평가는 조금 차이가 있습니다. 아주 큰 흐름으로 보면 자국 국민을 부유하게 만들고, 안정적으로 경제 운영을 하는 것이 정부의 목표이긴 합니다만은 단기적으로 국가는 국민을 단지 부유하게만 만들 것인지보다는 좀 더 안정적이고 긍정적인 경제 성장을 추구합니다.

경제학자들은 대체로 국민들도 경제성장을 기대하지만 평가에 더 직접적인 요소는 경기변동이고, 국가는 경기변동보다 경제성장에 더 관심이 많다고 합니다. 국민들이 왜 그런 것에 반응하는 것은 명백합니다. 일단은 배부르고 등이 따뜻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경제성장과 경기변동의 차이점을 정치인들은 교묘하게 이용하기도 합니다. 권력을 다투는 정치인의 특성상 야당은 경기 불황을 경제성장이 부정적인 것으로, 여당은 경기 호황을 경제성장에 긍정적인 것으로 포장하기도 합니다. 해답은 둘 다 틀렸습니다. 호황이라고 지속적으로 긍정적인 면을 기대할 수는 없고 불황이라고 지속적인 부정을 말할 수는 없습니다. 이것들은 본질적으로 경제에 대해 말했다기보다는 지지를 이끌기 위한 논리에 불과할 뿐이지요.

그렇다면 경제 정책에 대한 판단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전 국민이 경제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면 좋겠지만 세상엔 경제학자들만 살지는 않기 때문에 그것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또한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급속도로 발전한 경제 성장 덕택에 세대별로 교육 수준의 격차는 엄청납니다. 문제는 많이 배웠건 못 배웠건 한 표는 한 표라는 소리입니다. 다만 유권자들이 할 수 있는 가장 현명한 것은 주어진 자신의 지식 내에서 가장 진실된 정보만을 받아들이는 방법입니다. 생각해보니 이게 가장 어렵겠군요.


먼저 한 가지 오래된 우리나라의 경제 정책에 대한 대응 방식 하나를 비판해야 될 것 같습니다. 하나는 정치인들이 지나치게 경기부양책만을 강조하여 전체적인 경제 구조를 왜곡시킨다는 점이고, 그러한 수단으로서 확장적 재정정책을 남발했다는 것입니다.

흔히들 기사에서 누구의 '뉴딜 정책' 이라고 표현이 되는 정책인데, 가깝게는 이명박 후보의 '한반도 대운하 사업'을 들 수 있겠습니다. 대규모 국책 사업이라고 말하는 것들인데, 이것들은 정부 지출로서 고용 확대 효과를 가집니다. 그렇게 되면 가계의 소득이 생기고 소비를 늘이는 과정에서 이른바 승수효과(multipler effect)를 일으키는데 가계와 기업 등을 순환하면서 형성되는 파급 효과를 말합니다. 그래서 침체된 경기를 부양시키기 위해서 간혹 정부에서 쓰는 방법입니다. 일이 있으니 누군가를 고용해야 하고, 소득이 생기니 써야 하고, 기업은 그 돈으로 수익을 얻어 또 고용하는 등 이러한 일련의 과정들이 반복해서 일어나기를 기대하는 것이지요.


확장적 재정정책의 한 프로젝트인 후버댐(당시 볼드댐) 건설 장면
확장적 재정정책의 한 프로젝트인 후버댐(당시 볼드댐) 건설 장면애리조나 주 홈페이지
그래서 루즈벨트 대통령(Franklin Delano Roosevelt, 임기 1933~1945)이 대공황 이후 경기 부양책으로 후버댐(당시에는 볼더댐)을 건설하고, 고속도로를 건설하는 등 대규모 토목 사업을 시행했습니다. 이것이 성공하자 이른바 다른 국가들도 앞다투어 이것을 시행했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관점의 경제 정책은 몇 가지 문제가 있었습니다. 사업을 시행하려는데 재원은 어디서 가져오는가와 화폐 유통량이 늘면서 생기는 물가 상승입니다. 한 마디로 정부는 빚을 지고, 시장에서의 돈은 가치가 떨어지는 현상이지요. 거기다 정부가 이런 사업에 깊숙히 관여를 하다보니 정치적 스캔들도 자주 일어나게 되었습니다.

우리나라는 박정희 정부 이후부터 주로 정부 주도의 경제 정책을 시도했습니다. 시장의 자율성을 상당히 억제해왔었습니다. 그 결과 위에 나오는 재정 적자라던지, 물가 불안정, 정치적 스캔들의 문제들이 국민들에게 매우 친근(?)한 문제들이 되어버렸습니다.

그래서 이런 부작용이 생기니까 국공영 기업을 민영화하고, 정부의 간섭을 줄이고, 화폐 통화량 조절을 통해 이자율과 물가를 조정하는 화폐 금융정책을 시행하기에 이르렀습니다. 국채를 발행하므로서 시중의 통화량을 줄이고, 빌린 돈을 상환함으로서 다시 통화량을 늘이는 방법을 썼습니다. 또한 이른바 '작은 정부로서의 회귀'라는 슬로건 마가렛 대처 수상(Margaret Hilda Thatcher, 임기 1979~1990)의 신자유주의와 신보수주의가 등장하게 된 것이지요. 즉, 큰 정부의 부작용을 처방하기 위해 시장의 자율성을 증가시키자는 맞지만 이상하게도 우리나라에서는 같은 정당에서도 이렇게 노선이 다른 경우가 있으니 조금 의아할 뿐입니다.

결론적으로는 우리나라에서 확장적 재정정책은 상당히 많은 부작용을 초래했던 정책입니다. 그렇다고 꼭 그러한 노선이 틀린 것도 아니지요. 루즈벨트식 큰 정부와 대처 수상의 신보수주의는 자동차의 핸들일 뿐입니다. 다만 오늘날 앞에 보이는 차선이 어디냐에 따라 좌우를 적절하게 흔들면서 안정적이고 앞으로 나갈 뿐입니다.

오늘날은 좌회전을 해야 할까요? 우회전을 해야 할까요? 다만 우리나라의 대선 후보에서는 이러한 거시적인 경제 정책 이념을 판단하기 매우 힘들다는 것 입니다. 그나마 거시적 경제 정책 이념을 확실히 한 사람은 박근혜 한나라당 의원이었습니다.

허나 오늘날 대한민국이 달리는 차선이 어딘지는 서로의 관점이 다르겠지요. 일단은 유권자들은 이러한 경제 정책의 시류를 잘 파악해야 합니다. 이 정도는 딱히 많은 지식을 요구하는 수준은 아닙니다. 여러분들이 뉴스에서 느끼는 경제 뉴스를 차근차근 떠올리면서 어떠한 차선을 달리고 있는지 잘 파악하는 것 입니다. 결국 어느 방향으로 갈 것인가? 보다는 내가 있는 곳이 어디냐가 더 중요하다는 이야기지요. 아무리 구체적으로 멋들어진 정책이라도 1차선을 달리는 주제에 핸들을 좌우로 흔들 순 없으니까요.

이야기가 상당히 머리 아픈 부분까지 간 것 같지만은 적어도 대통령 선거에서 유권자들이 질문을 하는 것은 결론적으로 어떤 표면적 정책을 펼친 것인가보다 장기적으로 국가의 경제 노선을 어떤 방향으로 할 것인가가 더 중요하다는 이야기입니다. 사실 서민을 위한 확장 정책을 매일 해봐도 그것이 나와 아무런 관련성이 없다면 혜택을 받기 힘듭니다. 그때는 그 사업이 정말 이 나라를 위해서 필요한가를 판단하고, 재정 확보와 관련 제반 문제들을 판단하는 것이 필요하겠지요.

철의 여인 영국의 마가렛 대처와 레이거노믹스의 레이건 대통령
철의 여인 영국의 마가렛 대처와 레이거노믹스의 레이건 대통령http://www.libertyclarion.com/
세금을 낮춰주겠다고 말한다면 세금 종류별로 어떻게 감세가 되는지 살펴보길 바라겠습니다. 내게 낮아져도 상대적으로 더 감세 혜택을 받은 계층이 존재한다면 나의 세금 부담 비율은 증가하게 됩니다. 감세로 인해서 재정이 감소한다면 서민을 위한 정부 보조는 줄어들고, 각종 복지의 질은 떨어지겠지요.

오늘날 우리나라에 주요 정책 논쟁으로 떠오르는 것은 세계화입니다. 자유 무역이 그것이지요. 이미 현 정부에서 타결된 FTA 에 대해서 우리가 가장 현명하게 대처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를 찾아보는게 더 생산적일 것이라 생각합니다. 우리의 정부 시스템은 어떤 구조로 되어있으며 대외적으로 얼마나 취약하고 강한지를 검토해야 한다는 것이지요. 이것이 서민에게 와닿는 정책 과제들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교육도 마찬가지지요. 사교육비 절감은 가계 부담을 줄여주기 때문에 좀 더 다양한 소비를 누릴 수 있게 될 것 입니다. 분명한 것은 단지 경제 정책이라고 몇 가지 사업으로 성패를 결정할 수는 없다는 것이지요. 교육도 경제 정책 중 한 부분을 차지하고, 외교 또한 경제 정책 중 한 부분입니다. 너무나 다양한 이슈들이 서로 상호 연관을 지니기 때문에 유권자들은 일단 정치인들의 몇 가지 대표적 사업들에 휘둘려서는 안 된다는 것이 중요하겠지요.

일단 경제 성장을 위한 최소한의 조건은 정치적 안정입니다. 올바른 정치인을 배출하고 다양한 의견들이 공존할 때 사회는 해법을 찾아가기 쉽습니다. 자동차를 운전하기 위해서는 엑셀레이터와 브레이크, 핸들, 기어 등이 필요하듯 말이지요. 경제정책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하나만 옳다고 지지하는 것보다 오늘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스스로 판단해보고 그 해법들을 후보들의 공약에서 맞춰가보시길 바랍니다.
#경제 #정책 #정책 선거 #정치 #대선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사유화 의혹 '허화평 재단' 재산 1000억 넘나 사유화 의혹 '허화평 재단' 재산 1000억 넘나
  2. 2 중학교 졸업여행에서 장어탕... 이건 정말 '세상에 이런 일이' 중학교 졸업여행에서 장어탕... 이건 정말 '세상에 이런 일이'
  3. 3 보수논객 정규재 "이재명 1심 판결, 잘못됐다" 보수논객 정규재 "이재명 1심 판결, 잘못됐다"
  4. 4 이런 곳에 '공항'이라니... 주민들이 경고하는 까닭 이런 곳에 '공항'이라니... 주민들이 경고하는 까닭
  5. 5 남자선배 무릎에 앉아 소주... 기숙사로 가는 내내 울었다 남자선배 무릎에 앉아 소주... 기숙사로 가는 내내 울었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