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재숙 어찌하오리까"…순창주민, 전북교육청 항의집회

경찰과 충돌 일부 기물 파손, 교육청 교육부 방침 내세우며 수용 불가

등록 2007.08.31 10:37수정 2007.08.31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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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최초로 전북도내에 설립된 기숙형 공립학원인 순창 옥천인재숙 문제를 놓고 전북도 교육청과 순창군이 갈수록 첨예한 대립양상을 보이고 있다.

순창군과 옥천인재숙 측은 30일 전북교육청을 항의방문해 인재숙을 현행대로 기숙형으로 운영하면서 재학생들이 수강할 수 있도록, 이번 학원 및 교습소관련 조례개정안에서 보장해줄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전북교육청은 절대 불가 입장을 밝혀 양측의 대립은 장기화될 것으로 보인다.

▽옥천인재숙 입장=이날 옥천인재숙 사수를 위한 학부모 비상대책위원회와 지역주민 600여명은 "순창 옥천인재숙이 안전하게 운영될 수 있도록 조례 안에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 2003년 7월 옥천인재숙 운영을 시작해 올해 대학입시에서 15년 만에 서울대 등 수도권 대학에 26명의 학생이 진학하는 등 좋은 성과를 얻었다고 밝혔다.

또한 이들은 이미 운영하고 있는 옥천인재숙만큼은 법적으로 보호 받을 수 있도록 이번 학원법 조례개정안에 제도적 보완장치를 마련해야 하고, 도 교육청이 제시한 숙박시설과 분리해 일반학원으로 운영하는 방안은 아무런 도움도 안되고, 탈법적 운영방안이라는 주장이다.

아울러 이들은 "예전에는 학교 교사들이 시간에 맞춰 퇴근하는 바람에 교육의 질이 낮아졌지만 옥천인재숙이 운영되면서 자세가 바뀌고 있고, 학생들 성적도 25~30%정도 상향됐다"면서 공교육에 대한 강한 불신을 드러냈다.


한편 이들은 이날 집회과정에서 고성능 마이크로 트로트가요를 크게 틀어놓고 하루 종일 꽹과리를 쳐대는 바람에 도 교육청의 행정마비는 물론 인근 상가 주민들이 크게 불편을 겪었으며, 교육청사 진입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경찰과 충돌하면서 일부 기물을 파손하기도 했다.

▽전북교육청의 입장=옥천인재숙 측의 주장에 대해 전북교육청은 학원관련 법률 및 시행령에 대해 전문변호사에게 법률 검토를 요청한 결과 법률적인 문제가 없다는 의견을 회신 받았기 때문에 조례안에 예외조항을 만들라는 요구는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


또한 개정 학원법과 시행령의 입법취지가 기숙형 학원의 재학생 수강을 제한하는 것이 맞고, 교육부의 방침에 따라 전국적으로 모든 시도가 마찬가지 사정이라는 것도 전북교육청이 옥천인재숙의 주장을 수용할 수 없는 중요한 이유다.

다만 전북교육청은 학교 내에 기숙사 시설을 확보하고 유명 강사를 초빙해 방과 후 학교 운영에 대한 지원형태 등 합법적인 범위 내에서 현행과 같이 운영 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 적극 지원하겠다는 방침이다.

전북교육청 평생교육과 관계자는 "이번 조례안에 순창 옥천인재숙에서 요구하는 예외규정을 포함해 달라는 요구는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면서 "일반학원과 숙박시설 별도 분리 조건 등에 대해 받아들일 수 없다면 학원법 조례안에 따라 제재가 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끝없는 대립과 침묵하는 전교조=현재 문제 해결 시나리오는 크게 세 가지를 생각할 수 있다.

첫째는 교육감의 결단으로 순창의 요구사항을 들어주면서 다른 시·군의 요구도 받아들이는 경우지만 가장 가능성이 희박하다.

둘째는 표준 조례안을 만들어 시·도에 배포한 교육부가 나서서 '기숙형 학원 재학생 수강 불가'입장을 명확히 하는 것이지만 역시 교육부가 직접 나설 가능성도 적다.

셋째는 순창군이 결단을 내려야 한다. 순창군이 옥천인재숙에 대한 운영권을 교육청에 넘기고, 예산 지원만 하는 것이다.

실제로 군산시의 경우 인재숙 설립을 포기하고, 지역내 고교와 연계해 유명 강사들을 초빙해 방과후 프로그램으로 운영하면서 학생들의 수혜대상과 범위를 크게 확대했다는 점에서 교육계에서는 크게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이 가능성도 크지 않다.

한편 이렇게 복잡하게 꼬인 현재 상황에서 또 다른 비판의 화살은 교원노조와 교육위원들에게도 돌아가고 있다.

그동안 '참교육'의 방향에 대해 가장 큰 목소리를 내왔던 전교조가 침묵하고 있고, 지역의 교육위원들조차도 이 문제를 뜨거운 감자처럼 여겨 개입하기를 회피하기 때문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전민일보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전민일보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기숙형공립학원 #순창 #옥천인재숙 #전북교육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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