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분쟁과 인권 문제 알리고 싶었다"

[서평] 이유경의 <아시아의 낯선 희망들>

등록 2007.09.03 20:53수정 2007.09.03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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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12월 기준으로 이전 15년 동안 지주 사병 조직은 무려 1000여명의 '달리트'를 살해했다. 그전 7년 동안에는 '달리트' 여성 100여 명이 이들 손에 살해된 것으로 추산된다. 그러나 잔인함은 숫자의 기록으로 끝나지 않았다. 2002년 란비르 세나 출신 죄수들은 '달리트' 죄수들과 함께 먹는 것을 거부하며 단식투쟁을 벌이기도 했다. '감옥으로부터의 불가촉'을 실천하는 이들의 이 무서운 신념은 정년 어디서 오는 걸까?"

 

"내 고집에도 불구하고 팡예는 내 가방을 들쳐 멨고 나는 이내 그것이 불가피한 선택임을 인정해야 했다. 그들 걸음으로 이틀이면 충분한 거리를 나 때문에 3일이 꼬박 걸렸다. 한때의 '산 소녀'는 우기의 밀림에서 한 발 내딛기도 어려운 '병자'였다. 더위도 추위도 혹은 비가와도, 밀림은 이 모든 날씨를 극단적으로, 때로는 신경질적으로 발산했다. 수많은 혁명 동지들을 앗아갔다던 말라리아는 여전히 득실거렸다..."

 

민주언론시민연합에서 상근 활동가로 활동하던 이유경씨는 2004년부터 아사아의 분쟁과 인권 문제를 중심으로 취재하고 기록하는 프리랜서 저널리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이유경 국제분쟁 전문 기자가 2004년부터 아시아의 여러 분쟁 지역을 취재해 출간한 '아시아의 낯선 희망들'
이유경 국제분쟁 전문 기자가 2004년부터 아시아의 여러 분쟁 지역을 취재해 출간한 '아시아의 낯선 희망들'한만송
이유경 국제분쟁 전문 기자가 2004년부터 아시아의 여러 분쟁 지역을 취재해 출간한 '아시아의 낯선 희망들' ⓒ 한만송

위의 두 사례는 이유경 기자가 지난 4년 동안 아시아의 분쟁 지역을 취재해서 지난 달 출간한 <아시아의 낯선 희망들>에서 부분 발췌한 것이다.

 

매일 같이 새로운 국제 관련 뉴스들이 쏟아지고 있으나, 국내 기자의 직접 취재는 가뭄에 콩 나듯 하는 것이 국내 언론의 현실이다. 그 와중에 20여명의 국민이 한 달 넘게 피랍됐고, 언론사들은 '일방 통행식'으로 정부만을 비난했다. 현실적으로 납치 단체에 대한 취재가 어려운 상황에서 이유경씨 같은 국제분쟁전문 저널리스트의 존재는 매우 빛난다.

 

이유경 기자는 <아시아의 낯선 희망들>을 통해 "한국이라는 섬에서 30년을 살아, 한 우물 안에서 30년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해 다양한 사람들과 세상을 만나면서 '섬 소녀'에서 '대륙의 딸'로 변모해 갔다"면서 "거의 모든 땅이 크고 작은 전쟁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아시아의 분쟁과 인권 문제를 세상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었다"고 자신이 분쟁 지역으로 뛰어들어 취재를 한 배경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 기자는 <한겨레 21> <뉴스메이커> 등을 통해 국내 언론 매체에 아시아의 각종 분쟁 관련 기사를 송고하고 있다. 특히 이 기자는 국내 언론들이 아프가니스탄에서 납치된 한국인 관련 취재를 못하며 좌충우돌하고 있을 때 "탈레반은 납치 사건이 있을 때마다 단계적으로 언론플레이를 했고, 미확인 외신보도를 받아쓰는 국내언론이 더 문제"라고 강하게 비판하며, 잘 못된 국내 언론 풍토를 지적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이유경 기자는 지난 3월부터 5월까지 아프간 현지에서 취재를 했으며, 현재는 또 다른 분쟁지역인 레바논으로 건너가 취재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아시아의 낯선 희망들>은 내전을 겪고 있는 미얀마와 '천의 얼굴을 갖고 있는 인디아' 인도의 공산당 운동과 현대판 노예 제도인 카스트 제도의 모순 등에 대해 사실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최근 인도 기행에 나서는 한국인들에게 "작가 R씨의 인도기행문에 자극받아 인도를 찾았다고 했다"며 "성자의 나라에 대한 호기심과 기대를 품고 온 그들에게 나는 카스트와 폭력, 힌두 극우주의와 점령 따위의 아주 낯선 이야기들을 녹음기처럼 풀어대면 초를 쳤다"고 이국땅에서 만난 동포들에 대한 솔직한 심정까지 털어 놓기도 했다.

 

이 기자는 아시아의 낯선 희망들에게 신흥 세계 강국으로 부강하고 있는 종교 전쟁에 대해서도 자세히 알려주고 있다.
 
인도 중부에 위치한 구자라트는 인도 출신 뉴요커의 약 40%를 배출한 도시로 인도인들의 '민족의 아버지'로 칭송해마지 않는 간디의 고향이다. 하지만 구자라트 인구 25%가 무슬림임이다. 그렇기에 구자라트는 인도에서도 '작은 파키스탄'으로 불리고 있다.

 

하지만 2002년 2월 27일 구자라트에서는 사바르마치 익스프레스 열차에 탄 힌두 순례자 59명이 화재로 인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인도의 다수 힌두주자들은 "무슬림의 테러다"라며 구자라트 외각 지역인 '나로다 파티야(Naroda Patiya)'에서 무려 105명의 무고한 무슬림들을 살해했다.

 

그러나 인도 언론들은 학살을 부추겨 '파키스탄 정보국이 개입한 국제 테러'라는 힌두 근본주의 단체의 주장을 열차 화재 현장과 함께 쉴 새 없이 중계해 열차 화재 사건이후 3개월 동안 4200여건 폭동이 발생, 최소 2000명 이상의 무슬림이 학살됐다.

 

난 책을 덮으며 이 책을 권하고 싶은 사람들을 떠올렸다. 먼저 난 나에게 다시  한 번 이 책을 권하고 싶었다. 적당히 세상 돌아가는 거 안다고 소주잔 기울이며 주워 담기도 어려운 말들을 했던 나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물론 나의 벗들에게도 이 책을 강매하고 싶다. 이외에도 외교관, 언론인, 대학생, 그리고 국외 선교를 떠나는 여러 종교 지도자들에게 권하고 싶다.

2007.09.03 20:53ⓒ 2007 OhmyNews

아시아의 낯선 희망들 - 끊이지 않는 분쟁, 그 현장을 가다

이유경 지음,
인물과사상사,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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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경 #아시아의 낯선 희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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