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고가 기업 신진대사 원활히 한다"
"50년 동안 해고 없는 도요타를 보라"

[대논쟁-4탄] 문국현- 공병호 논쟁, "자유주의와 사람중심 진짜경제"

등록 2007.09.03 23:57수정 2007.09.04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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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국현 대선예비후보와 공병호 경영연구원장은 3일 오후 유종일 한국개발연구원 교수의 사회로 '자유주의 대 사람중심 진짜경제'에 대해 토론했다. 문국현 대선예비후보가 공병호 원장와 토론하고 있다. ⓒ 이종호


"그러면, 기업이 누구의 것입니까?"

공병호 공병호경영연구소장의 목소리 톤이 올라갔다.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CCMM 빌딩 12층, 한국의 대표적인 보수 자유주의자로 알려진 그가 문국현 전 유한킴벌리 사장과 마주 앉았다.

기업의 주인을 묻는 공 소장의 질문은 이날 논쟁의 핵심이나 다름없었다. 문 전 사장이 답 하기도 전에, 이날 대담 사회를 보던 유종일 교수(한국개발연구원)가 끼어들었다.

유 교수는 "공 소장님 생각엔 당연히 (기업 주인은) 주주라는 답이 나올 것으로 생각할 것"이라면서, 세계적인 경영대학원인 미국 펜실배니아 경영대학원의 최근 논문 내용을 소개했다. 그는 "어느 교수가 '그런 ('기업의 주인이 누구냐'는) 질문을 프랑스와 영국·일본에 가서 했는데, (기업 주인이) 주주일 것이라고 답한 사람이 거의 없었다'면서 '깜짝 놀랐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곧이어 문 전 사장은 "특히 일본에 가서 물으면 주주라고 말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면서 "도요타에 가서 물어도 (기업의 주인은) 종업원과 지역사회의 것이라고 말한다"고 강조했다.

[노동 유연성] "세계적 기업들은 고용안정"- "기업 활력 위해 해고 필요"

문국현 대선예비후보가 공병호 원장와 토론하고 있다. ⓒ 이종호

우파 자유시장주의 논객인 공 소장과 문 전 사장과의 120분간 논쟁은 조용하게 진행됐지만, 서로의 논리와 주장은 치열하게 맞섰다.


특히 외환위기 이후 국내 재벌 문제와 해법, 정부의 역할, 노동시장 유연화, 사회적 대타협 등을 둘러싸고 한 치의 양보없는 논쟁을 벌였다.

우선 노동시장 유연화 문제. 문 전 사장은 "노동시장 유연성은 해고 유연성이 아니다"면서 "기술과 능력의 유연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가 강조해 온 '평생 교육'을 통해 여러 기능을 가진 노동자를 육성해서, 노동자 스스로 다른 업무로 쉽게 이동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고용 보장은 기본이다.

이에 대해 공병호 소장은 "외환위기 이후 기업들이 생존하기 위해 노동의 유연성을 높일 수밖에 없었다"면서 "기업이 처한 생존과 성장의 갈림길 속에서 해고를 통해 생존과 성장을 모색할 수밖에 없다"고 답했다.

그는 한 발 더 나아가, 해고가 기업에 긴장감을 불어넣고 사람으로 따지면 신진대사를 원활하게 한다고 주장했다.

문 전 사장의 반박과 공 소장의 답변이 이어졌다.

문국현 "세계최고 경쟁력을 가진 기업들을 보라. 도요타도 이직율이 가장 낮다. 최근 50년동안 한번도 사람을 자르지 않았다. 고용이 안정된 기업은 주인의식과 기업가 정신이 투철하고, 평생 학습 시스템이 있다."
공병호 "기업들마다 유한킴벌리같은 타입도 있고, 도요타 같은 스타일이 각자 있는 것이다."
문국현 "사람을 잘라야 잘된다고 말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공병호 "그런 의도가 아니라, 기업은 환경이 바뀌면 불가피하게 마지막까지 같이 갈수 없지 않나."
문국현 "도요타나 유한킴벌리 등도 그동안 얼마나 많이 변했나. 사람들을 씹던 껌처럼 버리지 않았다. 노동을 쓰고 마는 것이 아니라 재생산이 되도록 해야 한다. 소비도 해야 하지만, 재충천해서 생산하도록 해야 한다. 직장이라는 곳이 소비만 하는 곳이 아니라 끊임없이 재충천해서 하도록 해야 한다."

[정부 역할] "정부 조직개편도 일자리 창조로"-"여성부·해수부 왜 있어야 하나"

노동시장의 유연성은 자연스레 정부의 역할로 이어졌다. 효율과 경쟁, 작은정부를 주창해 온 공 소장과 문 전 사장은 다시 치열한 논쟁을 벌였다.

문 전 사장은 정부 조직의 낭비적인 요소에 대해선 정비가 필요하다는 부분은 인정했다. 그는 "정부도 줄일 때가 있으면 줄여야 하고, 늘릴 때는 늘려야 한다"면서 "공무원 역시 고용안정을 바탕으로, 국민들이 원하는 쪽으로 공공서비스·사회적 서비스를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공 소장은 "공무원들의 생산성이 25% 수준에 불과하다"면서 "없앨 부분을 없애지 않고, 자꾸 더 만들고 있다, 정부가 커지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복지 문제도 민간에게 넘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간 위탁을 하거나 아예 민간기업에 복지를 맡기면 훨씬 더 효과적으로 할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병호 원장이 문국현 후보와 토론하고 있다. ⓒ 이종호

정부 부처 구조조정에 대해서도 공병호와 문국현의 해법은 달랐다. 사회자인 유종일 교수가 "어떤 정부 부문을 없애야 하는지 구체적으로 말해달라"고 했을 때다. 공병호 소장의 말이다.

"여성부가 꼭 있어야 하나. 해양수산부는 있어야 하나. 교육부는 그렇게 많은 예산을 가지고 간섭만 하고... 왜 대한민국은 230개 지방자치단체에 문예회관·소방서·교육청이 있어야 하는가. 다 낭비 아닌가. 기본적으로. 나는 그것이 다 비용으로 보인다. 도지사 움직이면 왜 그렇게 가방들고 다니는 사람이 많나. 다 비용 아닌가."

문국현 전 사장의 답이다.

"독일의 메르켈 총리가 이야기한 것이 '과거에 정부가 하던 일을 재편하고, 모든 정부 역할을 일자리 중심으로  맞춰야한다'는 것이다. 또 조직과 예산과 평가 시스템이 그에 따라야 한다고 했다. 이른바 창조적 정부론을 했는데, 엄청난 성과를 올리고 있다. 어떤 측면에서 보면, 공 소장과 비슷한 생각이지만, 나는 아직도 (정부가) 늘릴 데가 많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재벌 해법] "지금이라도 사회적 대화 해야"-"기업들이 돈이라도 줘야 하나"

재벌을 바라보는 문제와 해법 등도 이날 논쟁의 핵심 중 하나였다. 문 전사장은 국내 재벌 총수들의 불법 정치자금, 투명하지 못한 지배구조, 세금없는 부의 대물림 등에 대해 집중적으로 비판했다.

그는 "회장 전원이 부패에 관련돼 있거나 사적 린치를 한다거나 트럭으로 몇백억 원씩 (정치권에) 돈을 가져다준 것이 불과 몇년 전 일"이라며 "게다가 적은 지분 가지고 그보다 몇배의 권한을 행사하는 것은 나머지 주주들의 권리를 빼앗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공 소장은 "재벌은 과거 거래비용을 축소하는 일련 과정에서 탄생했다"면서 "기업 팽창과정에서 경제적 합리성이 있었다"고 반박했다. 그는 또 "최근 경영권 이전과 관련해서는 현행법상 불법적인 부분이 있어 일부 기업에서 문제가 됐다"면서 "재벌이 상속과 증여과정에서 정도를 걸을수 있도록 정부가 관련 법을 보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문 전 사장은 특히 재벌 문제가 한국역사의 '아이러니'라고 규정했다. 그는 87년과 93년 한국경제가 개방화되면서, 재벌들이 앞다퉈 중복투자에 나섰고, 이 과정에서 외환위기를 불러왔다고 말했다. 그의 말이다.

"그 당시 완전 부채밖에 없는 재벌들의 현금보유액이 오늘날 200조원다. 그 돈이 어디서 왔는가, 정부 공적자금, 금 모으기, 벤처와 아파트, 신용카드 붐으로 (기업들을) 살려낸 것이다. 전세계 어느나라보다 신상품을 팔리게 하고, 길거리에서 신용카드를 만들어주고, 살인적인 대부업 이자를 66% 보존해 주는 나라가 어디 있나.

이제와서 보면, 양극화는 심화되면서 개인들은 비정규직으로 몰리고,  국내 전체기업의 99%, 전체근로자 93%인 중소-벤처기업과 자영업은 위기로 내몰렸다. 아이러니 아닌가. 문제를 일으킨 사람들은 10% 이익율로 현금이 넘쳐나고, 그것을 도와준 사람은 비정규직으로, 기업들은 한계기업으로 내 몰리고 말았다."

문국현 대선예비후보와 공병호 경영연구원장은 3일 오후 '자유주의 대 사람중심 진짜경제'에 대해 토론했다. ⓒ 이종호


유종일 교수가 대안을 물었다. 문 전 사장은 "지도층의 전문성이 떨어졌다"면서 "대기업과 중소기업간의 상생을 위해선 지금이라도 사회적 대화, 사회적 타협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그렇지 않으면 큰 사회적 위기를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타냈다.

공병호 소장이 "사회적 대화를 어떻게 해야 하나"라며 "기업들이 돈을 기부해서라도 줘야하는가"라고 되물었다.

문 전 사장은 곧바로 "꼭 그런 식으로 하면 마치 좌익으로 몰리니까 조심해야 하지만, 왜 (재벌로) 잉여마진이 몰리는지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왜 재벌들은 법을 지키지 않는지, 왜 중소기업의 억울한 사연은 언론에 나오지 않는지,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 사회적 대화를 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문국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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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의 원인은 대중들이 경제를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故 찰스 킨들버거 MIT경제학교수) 주로 경제 이야기를 다룹니다. 항상 배우고, 듣고,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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