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 비만 유전자+의지력 부족?

몸도 마음도 넉넉한 아름다운 내 친구...

등록 2007.09.06 11:58수정 2007.09.06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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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8월 중순경, 난 친구 시어머니 생신에 초대받았다. 친구 시어머니 생신에 초대받는 기이한 일, 아무에게나 오는 행운은 아니죠. 그러나 아쉽게도 난 참석을 못했습니다.

 

생신은 피서 겸 계곡에서 했습니다. 일가 친척들 다 모셔놓고 삼겹살과 장어를 즉석구이해서 대접하는, 그야말로 초호화판이었던 셈이지요. 그날 장어가 특히 맛있었다고 친구는 내내 한스러워했습니다. 내가 먹어보지 못한 게 못내 아쉬웠다며.

 

그러나 그 말을 듣는 순간 그 더위에 손님들 어르신들 챙기느라 동분서주했을 친구의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그날 얼마나 더웠는지, 우린 여행중이었는데도 머리가 아프고 정신이 다 없었는데. 남들처럼 에어컨 팡팡 나오는 식당에서 밥 한끼 대접으로 끝났다면 얼마나 편하고 좋았겠어요. 그러나 그 정도로는 성에 안 차니 어르신들을 다 계곡으로 모셔간 거죠. 요즘 그런 며느리가 어디 있을까요? 요즘 세상에 정말 찾아 보기 힘든 아름다운 사람이지요.

 

그런 친구의 고민은 바로 그 넉넉한 몸. 한때는 몸무게를 줄여보려 꽤 노력을 했지요. 다이어트로 유명하다는 병원에 주사 맞으러도 다니고. 나도 몇 번 따라가 보았는데, 그곳에는 참 많은 사람들로 붐볐습니다. 갔다하면 한 시간 기다리는 건 기본. 그만큼 살에 대한 일반인의 관심이 크다는 방증이겠지요.

 

무슨 라이프라나 뭐라나 하는 다이어트 약도 복용했습니다. 처음 시작할 당시에는 확신을 갖고 덤벼들었고, 정말 살이 빠지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그 프로그램을 중단하면 얼마 안가 도루묵 상태. 인물도 그만하면 빠지지 않을 만하고 능통하고 사람 좋고. 사람좋다는 말, 괜한 말이 아닙니다. 우린 모두 그 친구를 중심으로 모이니까요. 언제나 그 친구는 우리의 중심이랍니다.

 

굳이 비교하자면 이금희 아나운서를 떠올리게 합니다. 그분이야 내가 확실히 모르지만 오래 방송에 나와 활동하는 모습을 보고 있자면 존경하는 마음이 저절로 생기지요. 내 친구를 바라보고 있자면 꼭 그렇습니다. 머리도 좋고 능력도 있고 누구에게나 고루 넓은 마음도 나눠주구요.

 

친구는 늦게 반려자를 만났습니다. 그런데 둘은 공교롭게도 환상의 콤비 주사파. 술을 즐기다, 안주를 즐기다. 이젠 둘 다 만삭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그들을 보는 내 시선은 안됐다기보다 상쾌하니 큰일 났습니다. 전혀 위기로 느껴지지 않는 겁니다.

 

사실 비만은 친구 잘못이 아닙니다. 그 친구가 갖고 태어난 유전자 잘못인 거죠. 운동도 하고 매일 사우나(?)도 하면서 꾸준히 노력했지만 역시 그때뿐, 효과를 발휘하지 못한 것만 봐도 증거는 충분한 셈. 그때 제가 말했습니다. 잠시만 그대로 기다리라고. 쫌 있으면 비만 유전자가 발견될 거고, 그때 가서 아예 뿌리 뽑아 버리자고.

 

그랬습니다. 우린 똑같이 먹어도. 아니 내가 더 먹어도 난 살이 찌지 않는답니다. 다만 한 가지 나를 내세운다면 난 몸무게가 3kg만 초과하면 그때부터 초비상. 먹는 것 줄이고 운동 시작. 자발적으로 몸무게를 원위치시킵니다. 독한 의지력이 먹혀든 결과지요. 하지만 그것도 평생 세 번 정도였으니 크게 내세울 자랑거리는 못됩니다. 그러나 친구의 그 못된 살은 그럴 겨를도 주지 않았으니 이건 분명 유전자 탓입니다.

 

난 이제와 생각해 봅니다. 그렇게 아둥바둥 먹는 거 못먹고 피 말리느니 차라리 편하게 먹고 사는 게 낫겠다고. 가끔 고도 비만 사람을 보게 되는데, 내 친구는 거기다 대면 아직 귀여운 수준. 생각해 보세요. 우리는 먹으면서 즐거움을 느끼는데 매 순간 먹으면서 살을 생각해야 하는 그 심정, 너무 불공평하지 않나요?

 

그러니 여러분 너무 뭐라 하지 마세요. 요즘 질병이니 뭐니 하면서 환자 취급들 하는데 그 사람들도 그러고 싶어 그런 건 아니라구요. 어떻게 사람이 똑같겠어요. 이런 사람 저런 사람 모여 사는 게 세상인데. 내가 조금 날씬하다고 우쭐해 하면서 살이 좀 많다고 이상하게 볼 거 하나도 없다구요. 그저 유전자 조금 잘 타고 난 것뿐인데. 내가 이렇게 말하니 눈치 채셨으리라 믿습니다. 물론 예외가 있긴 하지만 몸이 넉넉한 사람이 마음도 넉넉하답니다. 우리는 거의 그런 사람들 중심으로 모이고 덕을 보면서 살고 있구요.

 

그러니 내 친구를 비롯한 자기 몸에 살이 좀 과하다고 느끼시는 분들! 너무 살! 살! 하면서 힘들어 하지 마십시오. 그냥 조금만 적당히 조절하면서 편하게 사세요. 그 정도는 누구나 하는 거니까. 그리고 당당하게 나서서 큰소리 치세요. 나 뚱뚱해도 나 할 일 다 하고 살아. 내가 얼마나 중요한 인물인데 그래, 하면서 말입니다. 그래야만 다른 사람들처럼 즐겁고 행복한 인생을 살아갈 수 있지 않겠어요?

덧붙이는 글 | 비만=질병이라고 공모기사입니다.

2007.09.06 11:58ⓒ 2007 OhmyNews
덧붙이는 글 비만=질병이라고 공모기사입니다.
#비만 #비만유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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