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카슈랑스 확대, 소비자에게 득될까

[생활속희망경제] 보험-은행업계 다툼에 소비자만 '봉'

등록 2007.09.10 09:56수정 2007.09.10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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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업계는 방카슈랑스 확대 시행을 반대해 왔다. 사진은 2004년 11월 전국사무금융노조연맹의 서울시청앞 광장 집회. ⓒ 사무금융연맹


2008년 4월 4단계 방카슈랑스 확대 시행을 앞두고 보험업계의 반발이 심하다. 보험업계에서는 시행을 연기할 것을 요청하고 있다. 은행만 혜택을 보는 불균형 구조가 심화되고 소비자들의 피해가 우려된다는 이유에서다.

방카슈랑스는 2003년 8월부터 시행되었으며 은행에서 보험상품을 판매할 수 있도록 만든 제도이다. 초기에는 연금보험 등 저축성 보험의 판매를 은행에 허용했으며 현재까지 3단계에 걸쳐서 은행 판매가 가능한 보험상품의 범위를 넓혀왔다. 만약 내년 4월부터 마지막 4단계가 시행된다면 보장성 보험의 주력상품들인 종신보험, CI(치명적질병)보험과 자동차보험까지 은행에서 판매할 수 있다.

얼핏 보기에는 지점망이 많은 은행에서 모든 보험상품을 취급하게 되면 금융소비자들이 필요한 보험을 가까운 은행지점을 통해 가입함으로써 장점이 많을 것처럼 보인다. 또한 보험사 입장에서도 다양한 판매 채널을 통해 보험을 판매함으로써 이득을 볼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은행을 제외하고 소비자와 보험사가 모두 득이 없을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은 왜일까?

보험사도 괴로운 방카슈랑스

모 대형생보사에서 방카슈랑스 팀장을 맡고 있는 최아무개씨는 최근 많은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자사 상품의 판매실적은 떨어진 반면 전체적으로 은행을 통해 판매되는 방카슈랑스 보험판매실적은 늘어났기 때문이다.

일부 중소형보험사 방카슈랑스 상품의 경우 상품 자체도 경쟁력이 있었지만 무엇보다도 자사 상품보다 훨씬 높은 수수료율을 은행에 제공하고 있었다. 결국 현재의 판매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서는 상품 내용도 개선해야 하지만 은행에 제공하는 기존의 판매수수료율을 높여야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중소형 보험사들이 상품 내용도 좋게 만들고 판매수수료율도 높여준다면 은행 입장에서야  좋을 수 있다.  하지만 보험업체 끼리의 과당경쟁은 결과적으로 은행만 살찌우고 보험사의 이익은 줄어드는 제살 깎아먹기 경쟁이 되는 것 같아 최 팀장은 씁쓸하기만 하다.


은행은 보험을 단순히 판매만 한다. 판매 후 사고가 발생하여 보험금을 지급해야 할 경우에는 은행이 아닌 보험사가 책임을 진다. 그나마 현재까지는 주로 단순한 저축성 보험 위주의 판매가 주를 이루어왔다. 하지만 예정대로 내년 4월부터 모든 보험상품을 은행에서 판매할 경우 보장성이 강한 상품도 모두 포함된다. 종신보험이나 CI(중대질병)보험의 경우 보험료가 비싼 고가상품인 데다 보장 내용도 복잡해 가입 시 정확히 확인할 것이 많다. 판매 시 보험에 대한 전문성이 강하게 요구되는 것이다.

현재의 방카슈랑스는 만약 은행이 정확한 판매 절차를 지키지 않고 보험을 판매하게 되면 그 뒤 사후관리는 모두 보험사가 떠맡아야 하는 구조로 되어있다. 게다가 보험사끼리 과당경쟁으로 상품 판매시 보험사 자체이익도 줄어든다면 보험사들은 사후관리에 대한 책임만 늘게 되어 실속 없는 장사가 되어버릴 가능성도 높다.

보험사들은 그렇다치자. 가장 중요한 소비자들의 피해는 이보다 훨씬 커질 가능성이 높다. 최근 한국갤럽과 생명보험협회, 손해보험협회가 실시한 방카슈랑스 이용고객 대상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중 22%가 은행에서 대출 이용 시 보험에 가입했다고 한다. 금융감독원에서 은행의 꺾기 관행에 대한 조사와 경고는 여러 차례 진행되었으나 실제로 개선될 기미는 별로 보이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나마 비교적 단순한 보험 상품인 저축성 보험에 대해서도 불완전 판매로 많은 소비자들의 피해가 발생해 왔다. 예를 들면 장기상품인 보험을 적금과 비슷한 상품으로 설명해 판매한다거나 내용을 자세히 설명하지 않고 대출시 슬쩍 끼워 파는 형태가 대표적이다. 하물며 가입기간이 저축성보험보다 훨씬 길고 전문적인 설계가 필요한 종신보험이나 CI보험 등의 경우 은행에서 단순하게 판매할 경우 소비자들의 피해는 당연히 늘어날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종신보험이나 CI보험의 마진율은 저축성보험보다 훨씬 크다. 거꾸로 소비자 입장에서는 잘못된 가입으로 엄청난 금전적인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시행 예정일에 얽매이지 말고 합리적인 방안 찾아야

금융통합시대에 맞춰서 방카슈랑스를 시행하려는 근본 취지는 이해한다. 하지만  금융회사간의 이해 득실을 떠나 금융소비자들의 피해를 막기 위한 현실적인 대책이 정부정책의 가장 우선순위가 되어야 한다.

은행에서 굳이 모든 보험을 판매해야 한다면 지점마다 일정수의 보험전문 직원과 보험전담 창구를 만들어서 판매해야 하고, 은행에서도 보험사고 발생 시 사후관리를 해줄 수 있는 최소한의 인적, 물적 시스템을 갖추도록 해야 한다. 하지만 보험보다 가입기간이 훨씬 짧은 펀드 판매시의 불완전 판매 등 현재까지의 은행 영업 관행으로 미루어 볼 때 단기간에 이러한 문제가 해결되기는 요원해 보인다. 

결국은 4단계 방카슈랑스 확대시행을 연기해 은행의 준비기간과 준비상황을 확실하게 점검하여 소비자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거나 과감히 시행을 철회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생각이 든다. 현재로서는 판매망이 상대적으로 열악하여 은행을 통한 매출 신장의 혜택을 보게될 외국계 보험사와 국내 중소형보험사들, 그리고 이에 편승해 판매수수료만 올리게 되는 은행에 득이 되는 방카슈랑스가 되어버릴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방카슈랑스 #보험 #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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