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한밤중에"... "당의 결정 존중하지만"

정동영-손학규, '여론조사 10% 반영안'에 강한 불만

등록 2007.09.10 13:47수정 2007.09.10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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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경선에 진출한 손학규 후보(왼쪽)와 정동영 후보.
본 경선에 진출한 손학규 후보(왼쪽)와 정동영 후보.오마이뉴스 이종호
본 경선에 진출한 손학규 후보(왼쪽)와 정동영 후보. ⓒ 오마이뉴스 이종호

대통합민주신당 손학규·정동영 후보가 "밤 잠을 이루지 못하고" 내린 결정은 "일단 두고 보자"였다.

 

전날(9일) 경선 규칙과 관련 '여론조사 10% 반영'이라는 당 지도부의 중재안에 대해 손학규·정동영 후보는 10일 사실상 수용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손학규 후보가 청와대의 경선 개입과 정동영 후보측의 동원선거 의혹을 전격 제기하고 나서면서 내홍이 쉽게 가라앉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정동영 후보도 "특정후보를 위해서 공정성을 심각하게 훼손했다"며 당 지도부에 강한 불만을 토로했다.

 

정동영측 "한밤 중에 쿠데타 하듯..."

 

경선 규칙과 관련 여론조사 반영을 강력히 반대해왔던 정동영 후보는 이날 오전 10시 30분경 영등포 중앙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당이 위기에 빠졌다"며 "야밤에 당헌을 개정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특정후보를 위해서 공정성을 심각하게 훼손한 원칙 위반이고, 당헌 자체의 위반이자 합의 위반"이라며 "(이 때문에) 밤새 잠을 못 이뤘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도 정동영 후보는 "그러나 대통합신당은 고난과 시련끝에 만들어진 마지막 희망"이라며  "저의 운명과 미래는 국민에게 맡기고 저의 길을 뚜벅뚜벅 걷겠다"고 말해, 전날 밤 당 지도부의 결정을 사실상 수용했다.

 

"지금 저의 심정은 솔로몬 법정에서 자식의 양팔을 잡아당기는 어머니의 처지에 와 있다. 그리고 저는 자식의 손을 놓아주는 친어머니의 입장에 섰다."

 

정 후보는 "당이 없으면 개인이 없고 개인이 없이는 당이 살 수가 없다"며 "저는 그동안 최고위원, 당 의장, 통일부장관을 지내면서 스스로 고난의 짐을 지기 위해서 버림의 정치를 해 왔다"고 강조했다.

 

또한 정 후보는 "민심은 바다와 같다. 저는 다시 민심에  바다 위로 나가겠다"며 "지금부터 국민만 믿고 반드시 대통합 민주신당의 후보가 되고 수구냉전 시대의 대표와 싸워 이기고 승리해서 보람을 안겨드리겠다"고 결연한 의지를 다졌다.

 

이어 "경선룰을 받아들인다는 말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정 후보는 목이 메이는 듯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하다가, "유효투표 10%의 여론조사는 당헌위반, 원칙위반, 합의 위반이지만 당을 위기에서 구하기 위해 조건을 달지 않겠다"며 "당의 결정을 존중한다"고 답했다.

 

앞서 정동영 후보측 김현미 대변인은 "당 지도부에 강력하게 항의하기 위해서 캠프가 아닌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캠프에 소속된 정청래 의원도 "정 후보가 결단을 했기 때문에 참모들도 후보의 입장을 존중할 수밖에 없다"면서도 "그러나 이것을 한밤 중에 쿠데타 하듯이 처리한 것은 남는다. 이 후에 공정성을 잃는 것까지 다 따르겠다는 것은 아니다"고 뼈있는 말을 남겼다.

 

손학규 "치사하고 좀스런 여론조사 안한다"

 

 5일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대통합민주신당 예비경선에서 손학규 정동영 이해찬 한명숙 유시민 후보 5명이 5일 예비경선을 통과, 본경선에 진출했다. 예비경선에서 1위를 한 손학규 후보와 2위를 한 정동영 후보가 악수를 하고 있다.
5일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대통합민주신당 예비경선에서 손학규 정동영 이해찬 한명숙 유시민 후보 5명이 5일 예비경선을 통과, 본경선에 진출했다. 예비경선에서 1위를 한 손학규 후보와 2위를 한 정동영 후보가 악수를 하고 있다.이종호
5일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대통합민주신당 예비경선에서 손학규 정동영 이해찬 한명숙 유시민 후보 5명이 5일 예비경선을 통과, 본경선에 진출했다. 예비경선에서 1위를 한 손학규 후보와 2위를 한 정동영 후보가 악수를 하고 있다. ⓒ 이종호

당초 예정시간보다 40여분 늦은 오전 10시 40분경 여의도 캠프 기자회견장에 들어선 손학규 후보의 표정은 잔뜩 굳어있었다.

 

손학규 후보는 "지금 이 당에서 또다시 분열과 갈등의 구태정치, 조직선거, 동원선거, 청와대 선거 개입이 노골화 되고 있다"며 "이를 결코 좌시해선 안된다"고 포문을 열었다.

 

그는 "이 당에 변화를 거부하는 세력이 활개치고 있다. 겉으로만 신당의 외투를 걸치고 안으로는 전혀 변화를 받아들이지 않고 과거의 구태를 답습하고 있다"며 "조직이나 돈에 의해 왜곡되어 국민전체 의사가 올바르고 정확하게 반영되지 않는 결점을 보완하고, 본선 경쟁력을 정확히 측정하기 위해서는 국민여론조사가 반드시 실효성있게 반영되었어야 했다"고 강조했다.

 

손 후보는 특히 "최근들어 현직고위층 인사들에 의해 저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라는 협박이 자행되고 있다"며 "민심을 외면하고 내부논리에 의해 조직선거, 내부선거, 청와대 선거 개입 등의 구태를 보이면 어떻게 국민의 사랑을 받고 12월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겠느냐"고 성토했다.


이어 "저 손학규는 한국정치의 발전을 가로막는 이러한 구태와 악습과 맞서 끝까지 싸워나갈 것"이라며 "국민의 지지를 조직과 돈과 권력으로 막으려는 어떠한 시도도 성공하지 못한다는 것을 보일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결국 당 지도부의 안을 거부하는 것이냐"는 질문에 손 후보는 "저는 10%다, 20%다 이런 퍼센티지에 연연하지 않는다. 그렇게 구질구질하게 살아오지 않았다"며 "한나라당을 탈당해 혈혈단신 맨주목으로 찬바람 몰아치는 시베리아 광야로 나온 저한테 '10%, 20%' 이런 것은 욕"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내가 옛날로 돌아가기 위해 정치를 하는 건지, 여기서 내가 얻을 것이 뭔지, 내가 추구하는 꿈과 이상을 여기서 실현할 수 있는지, 저 자신에 대한 자괴감이 앞선다. 분노한다"며 "이 분노를 어떻게 삭힐지 잠못 이루는 밤이 많다"고 호소했다.

 

이에 기자들이 "경선 규칙을 거부하고, 탈당까지 할 수 있는냐"고 묻자, 손 후보는 "솔직히 이제 여론조사에 아무런 관심 없다"며 "여론조사 (반영이) 10%다, 15%다, 20%다 여기에 저를 더럽히고 싶지 않다"고 답했다.

 

특히 손 후보는 "지금 여론조사 10%를 반영하고 그것도 경선이 다 끝나 뒤에 하겠다는 것인데, 이게 국민여론을 제대로 반영하겠다는 것이냐"고 반문한 뒤, "설사 여론조사 10%가 경선 결과에 영향을 미친다고 하더라도 저는 결단코 '여론조사 10% 반영'안을 거부한다. 안 받겠다"고 선언했다.

 

손 후보는 이어 "(여론조사 없이) 경선 그대로, 정말 우리나라의 새로운 정치, 깨끗한 정치를 몸으로 싸워서 만들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임하겠다"며 "치사하고 좀스러운 여론조사, 이런 거 안하겠다. 정정당당하게 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와 관련 우상호 대변인은 "당에서 한 결정은 존중하지만 여론조사는 받지 않겠다는 뜻"이라며 "당의 결정을 거부하는 게 아니다"고 설명했다.

 

한편 손학규 후보가 언급한 청와대 경선 개입 의혹과 관련 우상호 대변인은 "청와대 모 수석, 모 고위인사가 우리를 돕고있는 주요한 활동가들에게 전화를 걸어서 '어떻게 손학규를 도울 수 있느냐'는 형태로 압박을 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이런 것은 청와대의 노골적이 경선개입이 아니냐는 격앙된 분위기가 캠프 내에 있다"고 전했다.

 

우 대변인은 또 "대통령의 손학규 때리기 발언, 안희정씨의 이해찬 후보 지지 발언, 이런 걸 통해 봐도 일련의 그런(청와대 개입) 움직임이 있었다"며 "손 후보가 여권 후보가 되어선 안된다는 뉘앙스의 발언과 차원이 다른 직접적인 영향력 행사가 있었다"고 강조했다.

 

우 대변인은 이어 "손 후보는 본인이 한나라당에서 쫌스럽게 이런 거 하려고 나온게 아닌데 취지살려서 가면 되지, 마치 5%냐 10%냐를 놓고 싸우는 사람처럼 비춰져서 모멸감을 느끼고 있고 있다"고 전했다. 손학규 캠프 내에서는 '경선을 드롭(포기)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2007.09.10 13:47ⓒ 2007 OhmyNews
#손학규 #정동영 #경선 규칙 #여론조사 #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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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너머의 진실을 보겠습니다. <오마이뉴스> 선임기자(지방자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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