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왕사신기>의 환웅(배용준). 환웅은 훗날 '쥬신의 왕'이 될 담덕으로 환생한다.
김종학프로덕션
과연 닮은 꼴은 이뿐일까? <디 워>는 '애국심' 마케팅 논란에 휩싸였지만, <태왕사신기>의 김종학 PD는 대놓고 "애국심에 호소한다"고 말했다. 어쩌면 <태왕사신기>도 방송이 나간 뒤, <디 워>와 비슷한 논란에 휩싸일지 모른다. 공개된 <태왕사신기> 1회의 CG는 환상적이었다. 할리우드 영화 못지 않았다. 더구나 국내 기술이라니 믿겨지지 않을 정도였다.
문제는 이야기였다. <태왕사신기>는 태초에 ‘환웅’(배용준)에 얽힌 가진(문소리)과 새오(이지아) 이야기를 1회로 정리했다. 2회부터 고구려였다. 그런데 1회는 단박에 이해가 가지 않았다. 등장 인물은 많았고 이야기는 복잡했다. 누가 누군지 헷갈렸고, 이야기는 살짝 살짝 끊겼다. 김종학 PD도 “그게 가장 걱정”이라며 “쉽게 풀어가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첫 방송 전에 10일 스페셜 편성은 그 일환이었다. 스페셜은 드라마만 봐선 이해하기 힘든 환웅과 사신의 관계, 광개토대왕과 사신의 관계와 역할에 대한 예습이었다.
거기다 초반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도 닮았다. <디 워>에서는 조선에 태어난 이무기와 주인공들이 500년 뒤 LA에 환생한다. <태왕사신기>도 주인공들이 훗날 환생한다. 땅을 이롭게 하려고 하늘에서 내려왔던 환웅과 가진, 새오가 훗날 고구려 초기에 담덕(배용준), 기하(문소리), 수지니(이지아)로 환생한다. 게다가 전생을 보여주는 방식은 두 작품이 아예 같다. 둘 다 내레이션이다.
<디 워>는 전생에 도사였던 잭이 이든에게 전생을 설명해준다. 조선시대 화면 위로 잭의 내레이션이 흐른다. <태왕사신기>는 현고가 수지니에게 ‘환웅’ 시대 이야기를 들려준다. “가진은 저항할 수 없는 힘을 느끼고 있었어.” ‘환웅’ 시대 화면 위로 이런 전지전능한 내레이션이 흐른다. 과연 이 해설자 목소리는 효과적일까?
물론 <디 워>와 달리 <태왕사신기>는 배우들 연기력이 집중 포화를 받을 것 같진 않다. 탄탄한 배우들이 포진했다. 한류의 주역인 배용준 뿐만 아니라, 문소리, 최민수, 윤태영이 드라마틱한 광개토대왕의 파란만장 일대기를 떠받친다. 새오 역을 맡은 이지아만 신인이다. 특히 화천회(과거 중국) 대장로 역을 맡은 최민수의 연기는 깜짝 놀랄 만큼 발군이다.
1회와 2회의 반 가량을 미리 본 기자들은 CG는 훌륭하다고 입을 모았지만, ‘이야기’엔 말을 아꼈다. 훌륭한 영상에 반해 서사가 부족하단 <디 워> 평가를 의식한 탓인지 김종학 PD는 누차 강조했다. “드라마에 내러티브(서사) 만큼 중요한 건 없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언제나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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