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맨' 개발자가 말하는 좋은 게임·콘텐츠

[디콘 2007] 이와타니 토루, 리오 추 기조강연 현장

등록 2007.09.11 14:54수정 2007.09.11 15:43
0
원고료로 응원

오랫동안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명작 게임과 명작 애니메이션 탄생의 비밀. 10일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디콘 2007의 기조강연장은 성공한 문화콘텐츠의 비밀을 알고 싶어 하는 이들로 뜨거웠다. 이와타니 토루 동경대 교수와 리오 추 MTV 네트웍스 수석프로듀서의 이날 강연을 자세히 담았다.

 

'팩맨'의 성공비밀, 인간심리 이해 바탕한 서비스 정신


a  게임 '팩맨'을 개발해낸 이와타니 토루 동경공예대 교수가 10일 디콘 2007에서 성공하는 게임의 비밀에 대한 기조강연을 펼쳤다

게임 '팩맨'을 개발해낸 이와타니 토루 동경공예대 교수가 10일 디콘 2007에서 성공하는 게임의 비밀에 대한 기조강연을 펼쳤다 ⓒ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

게임 '팩맨'을 개발해낸 이와타니 토루 동경공예대 교수가 10일 디콘 2007에서 성공하는 게임의 비밀에 대한 기조강연을 펼쳤다 ⓒ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

"세계에서 통할 수 있는 콘텐츠는 역시 사람의 마음입니다. 사람의 마음은 기본적으로 어떤지, 지금 내 마음은 어떤지 항상 추구해보세요. 현재 나와 있는 게임들은 그냥 게임을 (하게) 할 뿐, 플레이어에 대한 배려는 없습니다. 좀더 플레이어의 입장에 서서 게임을 제작해야 할 것입니다. 20년 30년 오랫동안 사랑받는 게임을 만들기 위해서는 생각에 생각을 거듭해야 합니다. 플레이어를 가장 소중히 해야 하는 거죠."

 

일본 반다이 남코사에 30년간 몸담으며 약 50개의 게임을 개발해낸 이와타니 토루 교수는 첫 번째 기조강연을 통해 '세계에서 활약할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드는 기술'에 대해 소개했다.

 

그는 "문화콘텐츠-애니메이션, 영화, 게임을 보는 사람의 마음을 생각하는 것, 플레이어와 이용자의 마음을 이해하는 것이 콘텐츠 개발의 기본"이라 전제한 후, 그의 노하우가 집약된 총체라 할 수 있는 게임 '팩맨'을 들어 성공 요소 하나하나를 설명했다.

 

1980년 일본 남코사에서 태어난 게임 팩맨. 2005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업무용게임기로 기네스북에 등재된 전설적인 게임 콘텐츠로, 27년이 지난 오늘날까지도 리뉴얼되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팩맨 개발 당시에는 에이리언을 죽이는 등의 '아주 살벌한' 게임밖에 없었던 터라, 이와타니 토루 교수는 여성 고객이나 연인이 즐길 수 있는 게임을 생각했고, 어느날 '먹다'라는 동사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팩맨을 만들게 됐다.

 

그의 말에 따르면 팩맨의 성공을 이끈 것은 게이머에 대한 '섬세한 서비스'다. 게임상에서 팩맨을 위협하는 4개의 '고스트'는 팩맨을 항상 쫓아오지는 않는다. 심지어 가끔 휴식을 취하기도 하는데 여기에는 게이머를 향한 배려가 담겨 있다. 4마리의 몬스터가 팩맨을 둘러싸지 못하고 서로 떨어져 공격할 수 있도록 프로그래밍된 것이다.

 

이 프로그램에 따라 한 마리의 몬스터는 무조건 팩맨을 쫓아가게 되고, 분홍색은 팩맨의 32° 지점을 향해, 파란색은 팩맨의 정대칭이 되는 부분에서 움직이도록 한 것. 이러한 '섬세한 배려'를 통해 게이머는 게임을 더욱 즐겁게 즐길 수 있는 것이다.

 

그 섬세한 서비스는 여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이와타니 토루는 제품판의 1/2 스피드판을 내놓았고, 난이도를 조정할 수 있게 했다.

 

"일본에서는 이를 '재팬 튜닝'이라고 합니다. 일본 사람들은 남을 배려하는 습관이 있는데, 그런 습관 덕에 일본에서는 '가려운 데를 긁어준다'는 속담이 있죠. 즉 상대방의 입장에 서서 게임을 설계하는 것입니다."

 

이미 세계에서도 주목받고 있는 '재팬튜닝'은 남에 대한 배려, 게이머에 대한 배려를 낳는 원동력으로 게임 콘텐츠 개발에 있어 중심이 되고 있다.

 

"일정 '룰'에 기초한 모든 놀이"를 게임이라 했을 때, 팩맨이 그러하듯 원숭이가 할 수 있을 만큼 단순하고, 게이머의 입장을 고려한 쉬운 재미('재미제일주의')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분명한 게임 목적과 게이머가 분명히 납득할 수 있는 게임 실패이유 설정으로 성공할 수 있을 거라는 의지를 심어줘 게이머가 재플레이를 하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것.

 

"이것은 곧 콘텐츠 창조를 위해 프로듀서가 가져야 할 마음과도 연결된다"고 그는 강조했다. 즉, 고객의 마음에 구입할 만한 '가치'를 느끼게 하고 경영자에게 버는 '가치'를 보여주고, 개발자에게는 크리에이터로서의 '가치'를 부여하는 것이다.

 

"고객들이 가치를 느낄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싸니까, 재미있으니까 혹은 돈을 지불해서라도 그 콘텐츠를 사고 싶으니까라는 가치를 느끼게 해줘야 하는 것이죠. 이 점은 프로듀서가 항상 마음에 염두해 둬야 할 부분입니다."


매력적인 콘텐츠의 시작은 '강력한 캐릭터'

a  리오 추 MTV 네트웍스 수석 프로듀서의 강연 모습

리오 추 MTV 네트웍스 수석 프로듀서의 강연 모습 ⓒ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

리오 추 MTV 네트웍스 수석 프로듀서의 강연 모습 ⓒ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

두 번째 기조강연의 주인공은 리오 추 MTV 네트웍스 수석프로듀서. 월트 디즈니의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인 월트 디즈니 피처 애니메이션 부사장을 역임한 그는 <뮬란>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니모를 찾아서> <릴로와 스티치> 등 세계적인 애니메이션을 제작한 주인공이다.

 

이날 강연에서 리오 추 수석프로듀서는 '성공하는 애니메이션의 비밀'에 대해 들려줬다. 그가 제시한 세계적 애니메이션의 성공 키워드는 대략 네 가지. ▲강력한 캐릭터 ▲심플하고 감성적인 (캐릭터의) 요구 ▲훌륭한 음악 ▲투어가이드 등이다.

 

리오 추 수석프로듀서는 강연 초반에 "애니메이션에는 막대한 제작비용이 소요되므로 국제적으로 호소력을 갖고 큰 돈을 벌어들일 수 있는 콘텐츠로 만들어야 한다"며 말하고, <뮬란>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릴로와 스티치> 등 자신이 제작했던 '구체적인 문화를 대변하는' 3편의 작품을 통해 세계적 성공의 '비밀'을 청중에 전달했다.

 

이들 작품들은 각각 중국의 전설, 일본 전통 풍물, 하와이 섬의 문화 등 각각 독특한 문화를 잘 보여주는 작품들. 애니메이션 속 주인공인 '뮬란', '치히로', '릴로'와 '스티치' 등은 영화, TV 혹은 온라인이나 디지털 미디어를 통해 자유롭게 옮겨다니며 자신의 문화와 콘텐츠를 대변하는 대사로 활동하고 있다.

 

리오 추는 "성공한 애니메이션들은 스토리를 한 문화에서 다른 문화로 각색해서 변화시키는 게 아니라 캐릭터를 다른 문화로 소개하는 작업"이라고 주장했다. 스토리, 기술 모두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캐릭터'라는 것.

 

"우리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에 대해 관심을 많이 갖습니다. 우리가 즐겨보는 영화나 애니메이션은 '누군가가 무엇을 하는가 보는 것'이죠. 다시 말해 캐릭터가 중심이 돼 영화를 이끌어가는 것입니다."

 

"스토리는 콘텐츠의 중심이지만 이 스토리 역시 캐릭터에서 나온다"는 것이 그의 강연의 요지다. 캐릭터의 감성적인 의지, 캐릭터가 원하고 추구하는 것에 따라 스토리가 진행된다는 것. 그의 말을 빌리자면 "각색을 잘한다는 것도 어떤 각색으로 변화하는 게 아니라 스토리를 탄탄하게 잡아서 사람이 흥미로운 캐릭터를 만들어 그 캐릭터가 가는 여정에 대해 사람들이 눈을 못 떼게 하는 것"이다. <뮬란>의 주인공 '뮬란'이 병든 아버지 대신 전쟁에 참여하면서 스스로 강함을 깨닫는 것처럼 말이다.

 

강력한 캐릭터에서 비롯되는 강력한 감정과 감성적 요구는 곧 진정한, 구체적인 스토리를 만들어간다. 그런데 캐릭터의 인간적인 매력을 만드는 것은 곧 생생하고 풍부한 디테일 요소들. 디테일을 살리는 면에 있어 가장 뛰어난 인물로 그는 일본 애니메이션의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을 꼽기도 했다.

 

미야자키 하야오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 나오는 용을 묘사하기 위해 도쿄 수산물시장에서 장어를 꼼꼼이 체크하고, 치히로가 용에게 약물을 먹이는 장면을 그려내기 위해 수의사가 강아지에게 약을 먹이는 장면을 참조했다고.

 

이밖에 훌륭한 애니메이션을 만들어내는 요소로 그는 '음악'과 '투어가이드' 등을 언급했다. <뮬란>에 중국음악이 아닌 팝음악이 쓰인 것은 소녀가 주인공이고 장르 역시 뮤지컬이기 때문이고, <릴로와 스티치>에서 주로 쓰인 엘비스 프레슬리의 음악은 주인공 릴로의 엉뚱함을 보여주기 위해서였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음악이야말로 보편적인 언어로, 감정을 구체화시키죠. 음악은 캐릭터의 목소리가 돼 캐릭터를 어떤 문화로도 다 이해시킬 수 있습니다. 캐릭터와 청중의 커뮤니케이션을 이끄는 음악에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할 것입니다. 또, 할리우드나 서양의 스토리텔링에 익숙한 '투어 가이드'를 통해 시장성에 맞는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일 역시 중요합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 CT News 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2007.09.11 14:54ⓒ 2007 OhmyNews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 CT News 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 #디콘 2007 #이와타니 토루 #리오 추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김건희·채상병특검법 부결, 여당 4표 이탈 '균열' 김건희·채상병특검법 부결,  여당 4표 이탈 '균열'
  2. 2 과음으로 독일 국민에게 못 볼 꼴... 이번엔 혼돈의 도가니 과음으로 독일 국민에게 못 볼 꼴... 이번엔 혼돈의 도가니
  3. 3 집 정리 중 저금통 발견, 액수에 놀랐습니다 집 정리 중 저금통 발견, 액수에 놀랐습니다
  4. 4 "KBS 풀어주고 이재명 쪽으로" 위증교사 마지막 재판의 녹음파일 "KBS 풀어주고 이재명 쪽으로" 위증교사 마지막 재판의 녹음파일
  5. 5 [영상] 가을에 갑자기 피어난 벚꽃... 대체 무슨 일? [영상] 가을에 갑자기 피어난 벚꽃... 대체 무슨 일?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