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한 사람들의 '특별한' 사랑 나누기

고려대 경영전문대학원 최고경영자과정 63기생들이 만드는 따뜻한 세상

등록 2007.09.11 18:18수정 2007.09.11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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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에서 국문학을 공부하고 편집 일을 시작한 지 19년, 기업이나 기관의 간행물 편집 제작 업무와 관련하여 글쓰기를 업으로 삼은 기자에게 아주 '특별한' 일감이 생겼다. 고려대 경영전문대학원 최고경영자과정(AMP; Advanced Management Program) 63기생들의 홍보 간행물을 기획해서 제작하는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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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경영자과정을 마치고 한 학기 동안의 짧은 과정이지만 우리 사회를 위해 봉사하고 솔선수범하는 마음자세를 가다듬는다. ⓒ kasoonchan photo

▲ 최고경영자과정을 마치고 한 학기 동안의 짧은 과정이지만 우리 사회를 위해 봉사하고 솔선수범하는 마음자세를 가다듬는다. ⓒ kasoonchan photo

중학교 시절 문예반 활동부터 고등학교 시절 교지 만드는 일 3년, 대학에서 학생기자 하면서 신문 편집한 일 4년을 보태면 기자의 글 쓰고 편집해온 경력은 자그마치 29년이 된다.
뉴스레터와 매거진에서부터 글로벌 기업의 후원으로 이뤄진 대규모 공익 캠페인에 이르기까지, 책자 만드는 일과 관련하여 실로 다채로운 경험과 맞닥뜨려온 29년차 편집자(writing editor)로서 지금껏 한번도 접해보지 않은 분야의 홍보 책자를 기획하게 되었으니 이 얼마나 흥미진진한 일인가.

 

"기왕 할 일이라면 남다르고 멋지게---"

 

AMP 63기 안명준 회장 "가진 자들이 베풀고 봉사할 때 우리 사회는 더욱 밝아집니다." ⓒ 가순찬

▲ AMP 63기 안명준 회장 "가진 자들이 베풀고 봉사할 때 우리 사회는 더욱 밝아집니다." ⓒ 가순찬

국내 주요 대학들에 설치된 AMP가 그렇듯이 고려대 AMP 구성원 역시 기업을 경영하는 실질적인 오너이거나 소속 기관의 고위 책임자들이 대부분이다. 사회 통념으로 볼 때 이른바 성공한 사람들의 모임이다.


첫 번째 편집회의는 예상했던 대로 시내 모처의 호텔에서 이루어졌다. 붉은 카펫 위로 잔잔한 음악이 흐르고 탁 트인 실내는 한눈에 보기에도 고급스러웠다. 예상했던 대로 그들은 편집회의를 기회 삼아 여유와 풍요로움을 만끽하면서 그들만의 교분을 쌓을 것처럼 비췄다. 이럴 경우 대개는 "전문가께서 알아서 잘 만들어주쇼" 하고는 자기들끼리 둘러 앉아 시간이나 때우기 일쑤다. 적당한 수준에서 번지르한 시늉 정도만 내줘도 제작비 받는 일이 수월할 터였다.

 

하지만 그런 예상과 기대는 산산조각이 나면서 빗나갔다. 회의를 하러 온 것인지 싸움을 하러 온 것인지 모호할 정도로 상대방의 주장에 거침없는 일격을 가하기 시작했고, 자신의 의견을 밝힐 때는 눈에서 광채가 났다. 스무 쪽 남짓한 행사 안내책자 하나 만드는 일 가지고 이들은 도대체 왜 이러는 것일까. 여건에 맞춰서 자연스럽고 편안하게 내용을 구성하면 되는데 따지고 넘어갈 게 무엇이 이리도 많단 말인가. 책자 만드는 일에 특별한 경험을 가진 사람은 한 명도 없었지만 비중 있는 콘텐츠를 확대 연출하는 요령부터 기사 가치(Value)를 정하는 일에 이르기까지 이들의 주장을 종합해보면 모두가 실무자였고 편집장이면서 발행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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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가 한 자리에 배우자의 조건없는 사랑과 내조야말로 상대로 하여금 세상에서 가장 크고 위대한 일을 달성케 한다. 고려대 AMP 63기행사에는 대부분 부부가 동참한다. ⓒ amp 63

▲ 부부가 한 자리에 배우자의 조건없는 사랑과 내조야말로 상대로 하여금 세상에서 가장 크고 위대한 일을 달성케 한다. 고려대 AMP 63기행사에는 대부분 부부가 동참한다. ⓒ amp 63

의욕들이 몹시 앞섰다. 욕심도 과했다. 지나칠 정도로 뜨거운 분위기였는데, 딱히 무엇을 꼬집을 수는 없지만 가만히 들어보니 대개가 아주 합리적이다. 기왕에 펴내기로 한 책자라면 제대로 만들어서 혼신의 노력을 다 쏟겠다는 의도가 분명했다. 그들은 당연히 그래야 한다고 되뇌면서 머리를 싸맨 채 회의석상에 나온 것이다.


분위기가 점점 재미있게 돌아갔다. 일사분란했다. 편집회의를 주재하려고 했는데 졸지에 손님이 되어버렸다. 이들은 오랜 세월 동안 최고경영자의 위치에 오르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을 것이며, 경영자로서 삶의 방향을 설정하기까지 자기자신과의 치열한 싸움이 매 순간마다 되풀이되었을 터였다. 그 누구한테도 결코 뒤지지 않되 신사답게 이기는 요령을 터득한 듯 했다. 남다른 승부근성과 뜨겁게 달궈진 분위기를 지켜보면서 걱정과 우려로 굳어졌던 마음에 반가운 물결이 일렁거리기 시작했다.


AMP 구성원들이 달라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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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 골프대회에서 단지 놀면서 즐기는 골프대회가 아니라 부부가 함께 참여하여 밝고 건전한 행사를 함께 치룬다. ⓒ Kimchulsoo Photo

▲ 군산 골프대회에서 단지 놀면서 즐기는 골프대회가 아니라 부부가 함께 참여하여 밝고 건전한 행사를 함께 치룬다. ⓒ Kimchulsoo Photo

지난 8월 18일은 군산에서 AMP 63기의 골프대회가 있는 날이었다. 골프대회 회장을 맡은 이정용 회장(ㄱ건설 전무이사)은 행사 취지를 이렇게 밝혔다.
"AMP 63기에는 누구보다도 열심히 자신의 직분을 다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주위로부터 존경 받고 참된 사랑을 실천하는 분들인데, 이번 대회를 통해서 승부에만 집착하지 않고 매너를 지키는 훌륭한 모습을 당당하게 보여드릴 것입니다. 바쁘고 치열한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대자연의 숨결을 접하면서 초심으로 돌아갈 때 솟구치는 에너지로써 더 큰 일을 할 수 있을 겁니다."

이정용 군산대회 회장 "골프를 통해 깔끔한 페어플레이정신과 깨끗한 매너를 배웁니다." ⓒ 가순찬

▲ 이정용 군산대회 회장 "골프를 통해 깔끔한 페어플레이정신과 깨끗한 매너를 배웁니다." ⓒ 가순찬


이날 군산 컨트리클럽에서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63기 원우들 말고도 '사모님들'이 골프대회에 함께 참석하여 행사의 모양새를 이채롭게 만들었는데, 한 골프장 관리자의 말이 흐뭇함을 더해준다.


"부부동반으로 골프 치러 오시는 분들 거의 없죠. 이번에 이 분들이 처음입니다."


주말에 이곳을 찾는 이용객들은 대부분 낮에 골프를 즐기고 밤이 되면 인근 유흥시설을 찾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새벽이 될 때까지 술판을 벌이거나 소모적으로 시간을 버리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하지만 고려대 AMP 63기에는 '사모회'라는 조직이 구성되어 가정에서 내조만 하던 사모님들도 '바깥어른'과 함께 당당하게 행사에 참가한다.  

 

 

 

 

"바쁜 남편들 대신해서 우리가 나서야죠"

 

AMP 구성원 개개인의 직분을 살펴보니 흥미롭다. 이들은 모두 우리 사회의 특정 분야를 이끄는 지도자들이며 자신의 분야에 관해서 공인 받은 승부사들이다. 의사, 법조인, 기업 임원, 군 장성, 연예스타, 컨설턴트 등 다양한 직업을 가지고 '최고'의 가치와 성과를 추구하는 사람들이었다. 작고 사소한 일에도 소중한 의미를 부여할 줄 아는 이들은 '피 터지게' 싸우면서도 모두를 위해서 화합해야 할 때는 곧장 목소리를 낮춘 채 오감을 총동원해서 정황을 직시한다.

 
지난 시절 우리는 오피니언 리더로서 존경 받아야 할 인사들이 자신의 직분과 사명을 잊은 채 민심을 배신하는 경우를 줄곧 지켜봐야 했다. 그래서인지 많은 사람들이 AMP를 오해하고 있다. 가진 자들이 놀고 먹으며 품위 있게 사람 사귀기 위한 프로그램 정도로 생각한다. 그러나 겉으로는 그렇게 보일지 몰라도 속을 제대로 들여다보면 생각이 달라진다. 고려대 AMP 63기의 경우 체계적이고 수준 높은 학과 수업도 수업이지만 어둡고 그늘진 우리 사회의 구석구석을 살피고 빛을 더하는 일에 남다른 의지를 가지고 있다. 이들은 그러한 사회적 책임과 사명을 다하기 위해 별도의 모임인 '사모회'를 통해 자원봉사 활동과 기부 활동이 활발히 이루어지도록 적극 지원하고 있다. 바빠서 좀처럼 하기 어려웠던 선행을 부인들이 대신할 수 있도록 참여의 마당을 활짝 열어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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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르신들 곁으로 봉사는 남을 위한 것이 아니라 자신을 위해서 하는 것이다. ⓒ amp 63

▲ 어르신들 곁으로 봉사는 남을 위한 것이 아니라 자신을 위해서 하는 것이다. ⓒ amp 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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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들이 바쁘니 우리가 나서야." 노인 요양원 봉사활동을 마치고. ⓒ 가순찬

▲ "남편들이 바쁘니 우리가 나서야." 노인 요양원 봉사활동을 마치고. ⓒ 가순찬


최근에도 형편이 어려워 불편을 겪는 노인 요양원을 방문하여 어르신들의 말벗이 되고 일손도 도왔다. 어르신들에게 목욕 봉사를 비롯하여 청소, 간식 제공, 산책길을 동반하기도 했으며 거동이 불편한 분들에게는 침상으로 바짝 다가가 흘러간 노래와 율동 실력을 뽐내며 마음의 문을 열어놓았다.

 

"남 돕는 것은 잘하는 일, 어려운 사람 돕는 것은 정말 잘하는 일"

 

"저희 회원들은 사회 지도자들의 부인들이므로 모두 선택 받은 분들이죠. 대부분 우리 나이가 되면 그 동안 고생길을 걸어왔으므로 어디 편안한 곳에 가서 쉬려고 합니다. 그런데도 우리 회원들은 봉사활동에 아주 높은 관심을 보여줬어요. 참석률이 높아서 저도 깜짝 놀랐죠. 다음달에는 형편이 어려운 모 대학병원의 불우 환자를 돕기 위해 바자회를 여는데 고려대 경영대학원 교우회에서도 저희를 적극 돕기로 했어요."

 

63기 사모회 회장을 맡은 이순남씨. 그녀는 올해로 14년째 호스피스로 활동하는 자원 봉사자다. 말이 호스피스지 환자를 위해 밥 짓고 빨래하는 일이 매번 줄을 잇는다. 그녀는 지난번에 회원들과 함께 노인 요양원을 방문했을 때 단지 육체적인 노동 봉사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여겨 모금을 제안했더니 각자 호주머니를 털어 즉석 모금에 적극 나서는 걸 보고 마음이 뿌듯했다고 했다. 고려대 AMP 63기 사모회의 자발적인 사회 봉사활동이 점차 확대되어 더 많은 분들이 동참하게 되길 소망한다고도 밝혔다.

 

오피니언 리더들의 사회공헌 활동 확대하는 계기 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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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료식장에 함께 모인 63기생의 사모들 짧은 시간 동안이었지만 이들은 우리 사회 곳곳을 빛내는 오피니언 리더로서의 책임과 사명을 다할 것이다. ⓒ amp 63

▲ 수료식장에 함께 모인 63기생의 사모들 짧은 시간 동안이었지만 이들은 우리 사회 곳곳을 빛내는 오피니언 리더로서의 책임과 사명을 다할 것이다. ⓒ amp 63

고려대 경영대학원 AMP 63기 사모들의 자발적인 봉사활동 소식이 알려지면서 서울시와 구청 등에 소속된 자원봉사단체와 로타리 클럽 등에서도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이제 이들은 서로 연대 협력하여 더욱 값지고 뜻 깊은 봉사활동 프로그램을 마련할 수 있게 된 것이다. AMP 63기의 안명준 회장은 사모회의 적극적인 사회공헌 봉사활동에 대해 고맙고 기쁜 마음을 가지고 있다.

 

"가진 분들이 베풀어야 합니다. 우리 사회는 아직도 그늘지고 어두운 곳에서 사랑의 손길을 기다리는 분들이 많습니다. 가진 분들이 뭉쳐서 솔선수범한다면 우리 사회가 더욱 밝아지지 않겠습니까?"


술 마시며 손뼉 치고 노래하는 것도, 골프를 치는 것도 모두 다 즐거운 일이다. 즐기려고 하는 일이다. 하지만 어려운 사람을 위해 봉사했을 때의 즐거움과 어찌 비교할 수 있을까. 어쩌면 고려대 경영대학원 AMP 63기생들과 그 사모들은 헌신적으로 봉사했을 때의 충만한 행복감을 누구보다도 잘 즐길줄 아는 사람들일지 모른다. 세상에서 가장 가치 있는 일을 했다는 자긍심을 발현시킴으로써 자신들의 미래를 더욱 윤기나고 따뜻한 세상에 내딛게 하고 있으니 말이다.   


지난 8월 27일, 한 학기 동안의 짧은 학업을 마치고 수료식을 했지만 이들의 헌신적인 자원봉사 활동은 앞으로도 꾸준히 이어져 후배들은 물론 타 대학원의 AMP 참여자들에게도 본보기가 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취재에 협조해주신 고려대 AMP 63기 관계자님들과 사모회 회장님에게 감사드리며, 국내 타대학의 최고경영자과정 원우들과 사모들에게도 귀감이 될 수 있도록 더욱 멋진 활동을 기대합니다.

2007.09.11 18:18 ⓒ 2007 OhmyNews
덧붙이는 글 취재에 협조해주신 고려대 AMP 63기 관계자님들과 사모회 회장님에게 감사드리며, 국내 타대학의 최고경영자과정 원우들과 사모들에게도 귀감이 될 수 있도록 더욱 멋진 활동을 기대합니다.
#고려대AMP #AMP 63 #사모회 #최고경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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