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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365일 한가위만 같아라'라는 말이 있다. 한해 농사의 수확을 거둬들이는 가을, 그만큼 1년 중 가장 풍족하고 마음까지 넉넉했기에 생겨난 말이 아닐까.
천안시 사직동에 자연적으로 생겨난 지 어느새 100년이나 지났다는 남산중앙시장. 이곳 노점에서 20년째 과일을 판매하며 한 자리를 지키고 있는 이한구(49)씨는 우리네 재래시장이 변해온 모습을 기억하고 있다.
남산중앙시장은 1995년 천안 서부지역이 개발되기 전까지 지역 어느 시장들보다 활기가 넘쳤다. 그때는 천안의 모든 사람들이 시장에 나와 장을 보던 시절이었다. 자영업을 하는 사람들에게 추석은 업종을 가리지 않고 단연 최고의 대목으로 꼽힌다. 설보다도 더 큰 대목으로, 평상시와 비교하면 3배~4배의 매상을 올릴 수 있었다.
그러나 천안시의 서부권 도시개발이 지속되자 원도심 인구가 빠져나갔고, 대형유통마트들이 생겨나면서 사람들은 교통이 편리한 마트로 향하게 됐다. 시장 상인들은 소득이 예전 같지 않고, 물가는 날로 올라 집안에 대학 다니는 아들, 딸이라도 하나 있으면 근심은 말로 다 할 수가 없다.
이한구씨는 그래도 "주차장이 생겨서 시장 분위기가 그나마 나아졌어요. 연말에 비가림시설도 갖춰지면 더 많은 사람들이 남산중앙시장을 찾아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라며 희망을 내비쳤다.
재래시장에 오면 고향의 정취를 느낄 수 있다고 말하는 이씨는 "재래시장을 이용하기엔 아직 많이 불편한 것을 알지만, 온 가족이 모이는 추석엔 한번쯤 시장에 나와 보는 것도 좋지요. 싸고 좋은 물건이 많이 있습니다. 객지에서 생활하다 고향에 내려오는 식구들과 시장을 찾아준다면 상인들은 여기까지 와준 손님한테 정을 느끼고, 손님들은 변함없는 고향의 모습과 인심에서 정을 느낄 수 있을 겁니다"라며 올 추석 재래시장 이용을 권장했다.
대형유통마트가 여기저기 들어서고 인터넷으로 안방에서 쇼핑을 할 수 있는 세상이지만, 분명 그들이 갖지 못하는 것이 재래시장엔 있다. '말만 잘하면 그냥도 준다'는 말이 괜히 생겼겠는가. 이번 추석엔 재래시장만이 갖는 ‘덤과 에누리의 기쁨’을 느껴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천안과 아산에 발행하는 주간지 충남시사신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2007.09.15 15:06 | ⓒ 2007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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