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초열매와 노린재산초열매를 좋아하는 것은 인간뿐 아니다. 노린재는 산초열매 흔적 하나 남기지 않고 먹어 치운다.
강기희
지난 해엔 산초열매로 기름을 짜 두 홉짜리 소주병 다섯 개를 만들었다. 이리저리 나눠주고 두 개 남겼지만 그 마저도 한 병은 어머니께서 파셨다. 산초기름은 귀하기 때문에 비싼 값에 거래된다. 그럼에도 만든 공에 비하면 헐하다.
산초장아찌, 삽결살과 함께 먹으면 찰떡궁합 남은 산초기름으로 가끔 두부를 구워먹지만 그것도 귀한 손님이 왔을 때만 있는 일이다. 귀한 만큼 귀한 대접을 하는 것이다.
올해는 산초기름 대신 산초 장아찌를 담그기로 했다. 산초열매는 나무에 있는 가시때문에 따기도 힘든데다 기름을 짜면 쥐오줌 만큼 나오기 때문이다. 기름을 짜는 대신 장아찌를 담그면 열매를 다 먹을 수 있어 경제적이라는 생각도 했다.
장아찌를 담그면 열매뿐 아니라 산초 간장도 만들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산초 간장은 밥을 비벼 먹을 때 쓰이는데, 그 맛이 간장 게장 '저리 가라'다. 삼겹살을 구울 때 함께 먹으면 그 맛이 찰떡궁합이다.
산초열매로 장아찌를 담글 때는 열매가 익기 전에 따야 한다. 담그는 방법은 만드는 이의 입맛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올해 만든 장아찌는 진간장과 사과식초, 정종, 흙설탕을 같은 비율로 하여 30kg 담갔다. 이와 함께 집에서 달인 간장과 진간장을 같은 비율로 하여 10kg병에 따로이 만들어 두었다.
이것들은 담근지 100일을 넘긴 후에 먹어야 하지만, 맛이 궁금하여 벌써 몇 차례나 들어냈다. 맛이 제대로 익지 않았음에도 맛은 기가 막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