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내 가혹행위 자살자, 일종의 '고문희생자'"

군의문사위·자살예방협회 세미나 '군 복무 중 자살, 판례 분석'

등록 2007.09.18 15:58수정 2007.09.18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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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군의문사위와 한국자살예방협회는 18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세미나 <군 복무 중 자살에 대한 이해와 판례분석>을 열었다.

군의문사위와 한국자살예방협회는 18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세미나 <군 복무 중 자살에 대한 이해와 판례분석>을 열었다. ⓒ 이철우


"폐쇄된 군대 내 구타와 성추행 등은 고문방지협약이 규정하는 '극심한 신체·정신 고통을 가하는 행위'로 일종의 '고문'이며, 가혹행위로 목숨을 끊은 자살자들은 '고문희생자'로 볼 수 있다."

김호철 군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군의문사위) 상임위원(변호사)은 군의문사위와 한국자살예방협회가 18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연 세미나 '군 복무 중 자살에 대한 이해와 판례분석'에서 군내 가혹행위에서 비롯된 자살자를 '유공자'로 대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군의문사위 진정 사건의 60%가 자살 처리된 사건이지만, 적지 않은 수가 국제법이 정하는 고문이나 굴욕스런 처벌 과정에서 정신 외상을 입고 사망에 이르렀음이 확인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군 자살자를 여타 군 사망자와 차별 없이 유공자로 인정하는 합리적 선택을 하지 않고 군 자살을 복무환경에 적응하지 못한 나약한 개인의 선택으로 보는 것은 사회적 편견"이라 지적했다.

이어 "군에서 인권존중, 생명존중 가치관을 확립하는 등 바람직한 병영문화를 형성하는 것이 길게 보아 병역의무에 대한 사회 성원들의 자발적 수행과 신뢰로 이어질 것"이라 덧붙였다.

징병 응한 것 자체가 국가 위한 희생

그는 또한 "군 자살자는 헌법과 법률을 준수하고자 징병에 응해 국가안보라는 공익에 헌신하던 중 생명을 잃는 희생을 당한 것"이라며 "엄격한 규율과 통제가 강조되고 폐쇄된 병영생활을 감수한다는 자체가 국가를 위한 희생이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군내 자살자 순직 인정기준'이 '일반 공무원 공무상 사망 인정기준'에 비해 엄격하게 적용되고 있음을 거론, "희생에 이르게 된 데 국가의 강제력이 계기가 되었음을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유공자보상'이 특별한 공헌과 희생자 보상에 관한 것임을 감안하면, 헌법과 법률이 정한 국방의 의무를 이행하려고 기꺼이 징집됐다 자살한 사람을 소홀히 대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는 "2001년에 들어서야 군은 유족에게 위로금 500만원을 지급하고 있지만, 이 역시 제도로 보장된 것이 아니라 각 군의 복지기금에서 참모총장이 재량으로 지급하는 것"이라 밝혔다.

가혹행위에서 비롯된 자살이 자유의지?

한편, 그는 대법원이 '국가유공자등예우·지원에 관한 법률'(국가유공자법, 99.6.8.선고 99두3331판결)을 해석하며 '자유로운 의지'에 따르지 않은 자살은 '자해행위'에 해당 안 된다는 이론을 정립한 것은 "명예를 회복할 수 있는 '황금의 문'을 마련한 것"이라 평가했다.

그러나 그는 "대법원이 '자유로운 의지'라는 모호한 개념을 추상적으로 해석하면서 자살 장병에 대한 유공자 인정을 엄격히 제한함으로써 '황금의 문'은 '통곡의 벽'으로 변했다"고 말했다.

군내 자살처리자 국가유공자 인정여부 판단에 망인의 죽음과 공무수행의 상당인과관계 여부와 함께 '자유의지'라는 개념을 도입했기 때문에 판례의 모순이 생긴다는 지적이다.

그는 대다수 대법원 판결이 군복무중 가혹행위와 자살의 상당인관관계를 인정하면서도 그 자살을 자유로운 의지에 따른 것이라고 하여 국가유공자로 인정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김호철 상임위원은 이와 관련, "완전한 자유의지와 자유의지의 전적인 부재 사이에는 무한한 단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대법원이 자유의지 판단기준을 명시하지 못하는 것은 그것이 명확히 규정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라 덧붙였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홍강의 한국자살예방협회 회장(서울대 의과대학)의 <자살의 현황과 자살행동의 이해>, 이승택 판사(대법원 재판연구관)의 <군자살의 배상 및 보상에 관한 판례의 취지 및 이론적 배경>, 함봉진 교수(한국자살예방협회 운영위원, 서울대 의과대학)의 <군자살자 판례에 대한 정신의학적 고찰>, 김호철 상임위원의 <군의문사 조사경험을 통해 본 현판례에 대한 비판적 고찰> 등 발제가 이어졌다.

또한 이명문 교수(수원자살예방센터장, 아주대 의과대학), 정남철 교수(숙명여대 법과대학), 김경란 판사(대법원 재판연구관)가 토론자로 참여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참말로 www.chammalo.com 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참말로 www.chammalo.com 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군의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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