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에 대한 진보적 성찰의 향연

개혁을 위한 종교인네트워크 주최, <종교를 넘어 인간에게 봉사하는 선교>

등록 2007.09.19 09:22수정 2007.09.19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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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혁을 위한 종교인네트워크(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우리신학연구소·참여불교재가연대· 종교자유정책연구원·기업책임시민센터)의 주최로, 한국종교의 바람직한 선교에 관한 종교·시민사회단체 토론회 <종교를 넘어 인간에게 봉사하는 선교>가 9월 18일(화) 오후 3시부터 7시까지 서울 동대문구 장충동에 있는 우리함께빌딩 2층 만해NGO교육센터에서 열렸다. 토론회는 박영대 소장(우리신학연구소)의 사회로 진행됐다. 아래는 이날 토론회의 주요내용이다.

 

  평화, 대화, 나눔과 섬김으로서의 선교를 지향해야


  첫 번째 발제, “평화, 대화, 나눔과 섬김으로서의 선교”를 발표한 채수일 교수(한신대 신학과)는 선교에 대한 바람직한 이해를 촉구했다. 그는 “대다수 교회들과 그리스도인들이 선교를 ‘회심과 개종과 가시적 교회의 설립’으로 이해한다”면서, “이러한 교사적 태도는 ‘제도적 교회’를 하느님의 나라와 동일시하며, 서구 중심적으로 사고하며, 타종교를 믿는 사람들을 구원이냐 파멸이냐 라는 시각에서 대상화하는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그리스도교 선교의 목적은 평화이고, 대화와 섬김은 그 자체로 선교”라고 말하면서, “‘선교는 받는 교회, 보내는 교회 모두를 변화시키는 쌍방통행’이란 의식을 가지고 현지인들과의 파트너십에 기초한 선교동역을 추진함으로써, 상호존중과 신뢰를 바탕으로 서로에게서 배우며, 인류 공생의 미래를 함께 일구어가는 섬김의 선교를 지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제개발협력 활동과 조화를 이루는 선교


  두 번째 발제, “국제개발협력과 선교”를 발표한 이상준 사무처장(한국희망재단)은 국제개발협력 활동을 함에 있어서, 종교적 배경의 개발 NGO가 벌이는 선교 활동의 문제점과 대책을 말했다. 그는 “종교적 배경의 개발 NGO가 지금까지 국제개발협력에 기여한 공헌을 높게 평가”하지만, 이들의 공격적 선교 활동이 “해외 현장에서 현지의 전통 문화·종교와 충돌을 낳고 있으며, 그 결과로서 원조의 효율성이 저해되고, 현지 공동체의 분열까지 초래하고 있다”는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는 “종교적 배경의 개발 NGO가 현지 주민의 문화·종교적 자유를 보호하면서 현지 공동체의 종합적 발전에 참여하는 방향으로 활동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국제개발협력 활동과 선교의 조화를 위해 1)종단의 지도층은 국제개발협력 활동을 공격적 선교와 철저하게 분리하고, 현지 주민의 경제·사회·문화적 제반 권리를 보호하면서 선교하는 데 대한 분명한 원칙을 정립하여 신자들에게 알려 줄 것, 2)신자 또는 후원자들은 종교를 배경으로 하는 개발 NGO가 분명한 원칙에 따라 활동하도록 요구하고 감시하면서, 본연의 임무에 충실한 종교적 개발 NGO에게 우선적으로 후원과 지지를 보내 줄 것, 3)종교적 배경의 개발 NGO 활동가는 전문성을 키우고 소속 단체가 본연의 임무에 충실할 수 있도록 국제개발협력과 선교를 조화롭게 실천할 수 있는 정책과 방법을 개발할 것을 제안했다.

 

  공격적 선교, 힘에 대한 숭배에서 비롯됐다


  세 번째 발제, “아프간 피랍사태의 교훈, 그리고 협력과 공존을 위한 선교”를 발표한 최형묵 목사(천안살림교회, 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 운영위원)는 아프간 한국인 피랍사태가 1)가장 우선적으로 한국군의 아프간 파병의 정당성 문제와 함께 분쟁지역에서의 평화 수립의 과제를 다시 환기시켰고, 2)기독교의 공격적 선교 문제를 쟁점으로 부각시켰고, 3)국가와 교회의 관계 또는 국가와 NGO와의 관계에 관한 문제를 다시 생각하게 했으며, 4)한국사회가 공통적으로 안고 있는 공격적 배타성의 문제를 노정시켰다고 말하면서, 그 가운데서 기독교의 공격적 선교의 문제와 그 대안에 대하여 말했다.

 

그는 한국 기독교의 공격적 선교방식에 대해 “성장주의적 입장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말하고, “성장주의는 힘에 대한 숭배를 그 요체로 하고 있으며, 우승열패(優勝劣敗)의 가치관에 근거하고 있다. 타자를 배려하지 않는 주류 한국 기독교의 배타성은 그와 같은 가치관에서 비롯되었다. 그러한 기독교의 배타성이 해외선교에서도 그대로 재연되고 있다”고 문제점을 말한 뒤, 한국 기독교가 현재 해외선교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1)최소한 현재의 무분별한 자기과시적 선교경쟁을 조절할 수 있는 선교협의체를 구성하고 논의를 활성화할 것, 2)현지와의 협력관계를 통한 선교방식을 추구할 것, 3)진정한 협력을 통한 공존 모형으로서 선교를 추구할 것을 제안했다.

 

  쾌적한 공존을 위한 종교적 배려가 있어야


  네 번째 발제, “인권 감수성으로 본 선교와 포교”를 발표한 박광서 대표(종교자유정책연구원)는 기독교의 강제적 선교행위가 종교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말했다. 그는 “종교의 자유는 인간의 기본권으로 개인적이며 은밀하고 절대적인 자유”이므로, “한 개인은 그가 믿는 종교 때문에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키지 않는 한, 그 사람의 내면적인 종교는 존중되어야 한다”고 말하고, “그런데 배타적 정복주의에 익숙한 한국의 기독교는 개국 시 교육과 의료 부문 같은 서구문물과 함께 들어오면서 친서구적 사회지도층들에 의해 각별한 역할과 위상을 인정받으며 그동안 초법적·위헌적 선교행위를 해왔고, 그 잘못된 관행은 무소불위의 기득권처럼 굳어져, 이제는 그런 행위들이 헌법정신을 유린하고 있다는 사실마저 잊게 만드는 사회병리로까지 발전하여, 종교 자체에 대한 혐오감을 부추길 뿐만 아니라 사회적 갈등의 씨앗으로 남게 되었다. 오늘날 그러한 강제적 선교행위는 ‘종교폭력’으로 간주, 민사소송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문제는 우리 사회가 그동안 ‘민주화와 투명화, 그리고 평등사회’라는 거대담론에만 매달려 그 성과에 안주한 나머지, 개인적이고 은밀한 종교자유 문제와 그에 따른 심각한 인권유린 현상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무감각하다는 것”이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이런 상황 속에서 “다종교사회의 공존원리에 입각한 선교방식의 추구를 우리 사회의 진지한 화두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말하면서, 1)공공영역을 종교로부터 자유롭게 할 것, 2)종교적 표현이나 행위가 다른 종교인들이 불편해하지 않을 정도여야 할 것을 촉구했다.

 

  공격적 선교 주체의 내부 권력 구조를 문제 삼아야


  네 차례의 발제가 이뤄진 뒤, 첫 번째 지정토론자인 이대훈 소장(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은 채 교수의 발제에 대해 “‘진정한 선교’가 가지는 평화지향성, 대화지향성, 섬김의 정신을 강조한 것은 보수적이고 수직적인 기독교회에 대한 의미있는 비판이자 성찰”이지만, “평화-대화-섬김의 신앙을 누가 어떻게 교회 내부에서 가로막고 있는지, 실현되기는커녕 왜 퇴보하고 있는지 그 집단 내부를 향한 ‘권력 분석’을 하지 않은 것은 아쉬움으로 남는다”고 지적하면서, “문제가 된 행위를 한 집단의 내부 권력 구조를 문제삼지 않을 경우, 자칫 잘못하면 마치 선교에 대한 더 깊은 이해가 있으면 이러한 공격성이 제어될 수 있다는 오해가 생길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서 그는 이 사무처장의 발제에 대해 “‘개발-안보 복합체론’이라는 접근을 선교단체들이 수용하여 평화적 선교를 해야 한다는 점을 추가했으면 더 좋았겠다”고 말했다. 개발-안보 복합체론이란, 개발협력기관이 빈곤지역의 갈등상황에 대한 이해와 평화유지활동을 겸비해야 한다는 뜻과 평화유지활동기관이 갈등지역의 빈곤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이해와 활동을 겸비해야 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

 

끝으로 그는 박 대표의 발제에 대해 “인권 감수성을 기준으로 선교의 문제점을 비판한 점은 높게 평가되어야 하지만, 인권 규범을 통한 종교 행위의 비판이 박 대표의 결론처럼 ‘배려하는 종교’로 쉽게 귀결되는 것은 치열한 탐색이라고 보기 힘들다”라고 지적하면서, “인권적 접근의 중요한 가치는 독점된 권력이 개인의 자유를 넘보는 그 횡포를 고발하고 교정하는데 있으므로, 인권 규범에 따른 종교 행위 비판은 핵심적으로 종교적 권력이 개개인의 자유를 어떻게 침해하는지에 우선적으로 관심을 두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다음 지정토론자인 장석만 소장(충간문화연구소)은 한국 개신교의 피난 트라우마(상흔)가 배타주의를 낳았고, 그러한 한국 개신교의 문제점이 선교활동에 적나라하게 드러났다고 말하면서, “이런 토론회가 이제 조금씩 그 견고한 독단주의를 해체할 틈을 마련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리고 마지막 지정토론자인 정웅기 사무처장(밝은세상)은 “선교는 종교선전이 아니라, 진리를 몸소 행하는 것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2007.09.19 09:22 ⓒ 2007 OhmyNews
#선교 #제3시대 #우리 #신학 #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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