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는 나만 미워해

열 손가락 깨물어서 안 아픈 손가락이 있을까?

등록 2007.09.19 18:40수정 2007.09.19 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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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둘째가 불만이 많아요.”
  “무슨 불만?”
  “집에서 일은 제일 많이 하고 귀여움은 언니하고 막내가 독차지 한다는 것이에요.”
  “뭐라고?”

 

 집사람이 하는 말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 생각을 평소에 조금이라도 하고 있었다면 이해가 갔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전혀 그런 생각은 해본 적이 없다. 자식이 많다면 모를까, 달랑 셋이다. 그런데 그 중 하나가 미움을 받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니, 그 것은 보통 문제가 아니다. 뭔가 대책을 강구해야 하였다.

 

아이의 마음 

말하지 않으면 알 수가 없어
아이의 마음 말하지 않으면 알 수가 없어정기상
▲ 아이의 마음 말하지 않으면 알 수가 없어 ⓒ 정기상

 

  어린 시절이 떠오른다. 이불 하나에 8명이 함께 자면서 자랐다. 한 순간도 조용할 날이 없었다. 여기서 다투는 소리가 나는가 하면 이내 다른 쪽에서 큰 소리가 나왔다. 작은 방 하나에 모든 식구들이 함께 살았으니, 작은 문제들이 이어질 수밖에 없었다. 아옹다옹하면서 정을 쌓으면서 자랐다.

 

  그 때에는 불만도 없었다. 가난하였으니, 당연 부족한 것이 많았다. 먹는 것에서부터 시작하여 입을 것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이 부족하였다. 가지고 싶은 것들은 너무 많았다. 그렇지만 가질 수 있는 것은 거의 아무 것도 없었다. 부족하면 부족한 대로 살았다. 없다고 하여 불편하기는 하였지만 견딜 만 하였다.

 

  초등학교 다니던 시절의 추억이 생생하다. 이웃에 잘사는 부잣집에 형이 하나 있었다. 중학생이 되어 새 가방을 사서 헌 가방을 얻을 수 있었다. 책보에 책을 싸가지고 학교에 다녔었다. 그런데 헌 가방이지만 내 가 방이 생긴 날의 기쁨이란 이루 말로 다 표현할 수가 없었다. 잠이 오지 않아 날밤을 세웠던 기억이 생생하다.

 

  가난하였지만 형제들이 큰 불만 없이 자랄 수 있었던 것은 어머니의 사랑 덕분이었다. 큰 소리로 울면서 항의를 하여도 어머니 앞에만 서면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어머니의 눈길 하나로 모든 문제는 쉽게 해결이 되었고, 모두가 동의하였다. 그만큼 어머니의 사랑은 모든 자식들에게 공평하였다.

 

  둘째의 하소연처럼 어머니는 누구만 예뻐한다고 불평하는 자식은 아무도 없었다. 가난하였지만 어머니의 손길이 모두에게 닿아 있었기 때문이다. 어머니의 사랑은 절대적이었고 그만큼 컸었다. 어머니의 능력은 신의 경지에 이르고 있었다. 어른이 된 뒤에서야 어머니가 얼마나 고생하셨는지를 알게 되었지만.

 

흔들리고 

서운하여
흔들리고 서운하여정기상
▲ 흔들리고 서운하여 ⓒ 정기상

 

  어머니와는 달리 나는 고작 아이가 셋뿐이다. 그런데도 그 중의 하나가 미움을 받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니, 그 것은 심각한 일이었다. 웃음으로 그냥 지나칠 일이 절대로 아니었다. 사랑을 주는 사람의 의지나 생각은 아무런 소용이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당사자가 사랑을 받지 못하고 있다면 그 것이 사실인 것이다.

 

  사랑이란 그렇다. 주는 사람의 생각은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 사랑은 그런 속성을 가지고 있다. 사랑을 아무리 많이 주고 있어도 사랑을 받고 있는 사람이 사랑을 받지 않고 있다고 생각하면 그 것은 사랑을 받지 않는 것이 되고 만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이 사랑을 받는 사람의 마음이기 때문이다.

 

  대학원 준비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 외로움을 느끼고 있어서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였다. 이유야 어찌되었건, 성인인 된 둘째가 부모로부터 사랑을 받지 않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는 것은 분면 문제였다. 어떻게 해결해야 할 것인지 심각하게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 우회하지 말고 정면 돌파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진이야. 사랑받고 있지 않다고 생각한다면서?”
  “엄마가 그래요?”
  “아빠는 진이를 제일 사랑하는데, 왜 그런 생각을 하였을까?”
  “정말이세요?”
  “그럼. 정말이고말고.”

 

환한 웃음 

풀려서
환한 웃음 풀려서정기상
▲ 환한 웃음 풀려서 ⓒ 정기상

 

  아이에게 얼마나 사랑하고 있는지를 자세하게 설명하였다. 사랑하고 있다는 것은 모두 다 표현하기란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을 실감하였다. 부족한대로 사랑을 역설하니, 아이의 얼굴에서는 웃음꽃이 피어난다. 환하게 웃는 아이가 그렇게 사랑스러울 수가 없었다. 만족해하는 표정에 겨우 안심이 되었다. 열손가락 깨물어서 안 아픈 손가락이 있을까?<春城>

덧붙이는 글 | 사진은 전북 전주시 삼천천에서

2007.09.19 18:40ⓒ 2007 OhmyNews
덧붙이는 글 사진은 전북 전주시 삼천천에서
#아이 #서운 #사랑 #환한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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