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다의 동북아 외교를 전망한다

등록 2007.09.24 12:38수정 2007.09.26 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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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민당 총재에 당선된 후쿠다 야스오 전 관방장관. 25일의 총리지명선거를 거쳐 후임 총리에 취임하게 된다. ⓒ 출처: 후쿠다 야스오 홈페이지.


아베 신조 총리가 사퇴의사를 발표한 직후인 9월 중순만 해도, 강경파인 아소 다로 간사장이 유력한 후임 총리 후보로 떠올라 있었다.

그러나 아베 총리의 불안정성에 대한 반작용으로 안정적 지도자를 찾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23일의 자민당 총재선거에서는 온화한 이미지를 띠고 있는 71세의 후쿠다 야스오 전 관방장관이 아소 간사장을 제치고 자민당 총재에 당선되었다. 후쿠다는 25일 국회의 총리지명선거를 거쳐 후임 총리로 취임하게 된다.

일부에서는 후쿠다 내각을 과도기적인 선거관리내각으로 평가하고 있지만, 이번 후쿠다 내각의 등장에는 동북아 국제정치의 구도와 관련하여 음미해볼 만한 대목이 있다. 그것은 일본의 동북아 정책이 강경 색채를 띠는 경우에는 미국의 동북아정책에 걸림돌이 될 수 있으며, 그런 강경정책을 추진하는 일본 정권은 미국의 지지와 보호를 받을 수 없다는 것이다.

아베 총리가 출범 1년도 안 되어 사퇴선언을 하게 된 배경에는, 자민당 정권의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는 미국이 자민당의 강경노선을 불편해 한다는 중요한 요인이 있었다. 미국의 보호막이 사라졌기에, 일본 내 반대파의 공격도 한층 더 자유로울 수 있었던 것이다.

미국과 호흡이 맞지 않은 아베 총리와 비교할 때에, 후쿠다는 적어도 지금 상황에서는 미국과 호흡이 맞을 만한 파트너라고 할 수 있다. 후쿠다가 총리로서 장수하든 단명하든 간에 적어도 향후 일정 기간 동안에는 후쿠다처럼 미국의 구미에 맞는 인물이 일본 정계를 이끌어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점에서, 후쿠다의 등장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엄밀히 말하면, 후쿠다 야스오에 주목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후쿠다 야스오 류(類)에 주목해야 하는 것이다.

그럼, 후쿠다의 동북아 외교는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 것인가? 이 점을 이해하는 데에 ‘친미’와 ‘유연성’과 ‘안정’이라는 세 가지 코드가 도움이 될 것이다.


후쿠다는 아시아 외교 중시론자라고 하는데...

첫째, 후쿠다는 대미관계에서 친미를 한층 더 강화할 것이다.


흔히 후쿠다를 ‘아시아 외교 중시론자’라고들 말한다. 이 표현이 틀리다고는 할 수 없겠지만, 그렇다고 아주 정확한 표현이라고도 할 수 없다. 왜냐하면, 이 표현을 통해서는 아시아 외교 중시가 후쿠다 외교의 최상위인지 아닌지를 얼른 판단할 수 없기 때문이다.

뒤에 언급되겠지만, 아시아 외교 중시라는 것은 후쿠다 외교의 최상위 개념이라기보다는 한·중 양국과의 관계에 국한된 개념에 불과하다.

‘아시아 외교 중시’라는 표현은 일견 반(反)서구적 혹은 반미적 외교를 연상케 할 수 있다. 이는 최근 일본에 존재하는 경향 중 하나인 아시아 회귀론을 연상시키는 것이다. 아시아 회귀론은 1871년 이래 일본 대외정책의 기조였던 탈아노선에 대한 반성을 기초로 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후쿠다를 ‘아시아외교 중시론자’라고 하면, 그가 마치 미국에 맞서 목소리라도 높일 사람인 것 같은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그러나 후쿠다의 노선을 살펴보면, 그가 대미관계를 매우 중시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지난 9월 15일 발표한 <자유민주당 총재 입후보의 결의>에서 후쿠다는 “미일동맹을 기축으로 하는 주체적 외교를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최근 홈페이지에 발표한 선거공약에서도 그는 국제연합과 미일동맹을 견지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고이즈미와 아베의 강경외교가 미·일 간의 마찰을 불러왔고 또 그것이 현재 자민당 정권의 위기를 초래하고 있다는 것을 잘 인식하고 있으며, 그러한 당내 위기감 때문에 자신이 자민당 총재에 당선되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후쿠다는 고이즈미나 아베보다도 한층 더 친미외교를 중시할 가능성이 높다고 예측할 수 있다.

이 같은 친미외교를 통해 후쿠다가 얻고자 하는 결과물은 단순히 자민당 정권의 안정만은 아니다. 그는 위의 결의에서 다음과 같이 강조했다.

“평화로운 국제사회를 유지하기 위해 우리나라가 가진 능력을 활용하고 테러와의 전쟁이나 분쟁지역과 관련하여 평화의 창출에 공헌하겠다.”

여기서 드러나는 후쿠다의 생각은, 이전의 총리들과 마찬가지로, 미국의 대테러 전쟁에 협력하면서 일본의 국제적 영향력을 넓혀가겠다는 것이다. 후쿠다도 자민당 사람인 이상, 그라고 해서 일본의 대외팽창을 싫어할 리는 만무하다. 그는 미국과의 협력체제를 기축으로 또 그것에 편승하여 일본의 영향력 확대를 추구할 것이다.

대북 강경노선 이어질까

둘째, 후쿠다는 대북관계에서 유연성을 추구할 것이다.

고이즈미와 아베는 미국과의 협력체제를 유지한다고 하면서도 유연성의 부족으로 인해 결국에는 미국의 눈총을 사고 말았다. 미국이 핵문제 해결을 목표로 북미평화협정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데도, 고이즈미와 아베는 미국과 보조를 맞추지 못하고 계속해서 대북 강경노선을 걸었다.

이로 인해 미국의 대북정책과 일본의 대북정책이 다소 엇나가는 인상을 주었으며, 이는 결국 미국 내부에서 고이즈미와 아베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도록 만드는 원인이 되었다. 

이에 대한 반성으로, 향후 후쿠다는 북미관계와 북일관계의 진행속도를 맞추려는 노력을 전개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이 북한에 대해 강경으로 돌아서면 신속히 강경노선을 취하고 미국이 온건으로 돌아서면 신속히 온건노선을 취함으로써 미국의 대북정책에 호흡을 맞추려 할 것이다.

특히 후쿠다는 소위 ‘납치문제’가 북일관계 나아가서는 북미관계에 지장이 되지 않도록 할 것이다. 최근 일본에서 제기되는 목소리를 반영하여, 그는 북일수교 이전에 납치문제를 모두 해결하려 하기보다는 경우에 따라서는 납치문제 해결을 북일수교 이후로 미룰 수도 있을 것이다.

위와 같이 후쿠다는 대북관계에서 유연성을 제고함으로써 미국과 보조를 맞추는 동시에 ‘북일수교와 납치문제’라는 서로 조화되기 힘든 두 문제를 원만히 해결하려 할 것이다.

셋째, 후쿠다는 한·중과의 관계에서 안정을 추구할 것이다.

위의 입후보 결의에서 후쿠다는 “동아시아의 안정과 발전을 위해 양호한 일·중·한 관계의 구축과 미일동맹관계를 기축으로 하는 주체적 외교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르면, 전임자들과 달리 그는 한·중 양국과의 관계개선에 상당히 큰 비중을 두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후쿠다는 한·중과의 관계개선을 위해 1995년 무라야마 담화(일본의 침략으로 아시아에 피해를 입혔다고 인정한 무라야마 당시 총리의 담화)의 정신을 재확인하고 그 정신에서 이탈하지 않는 노선을 지향할 것으로 보인다.

이것이 흔히 말하는 후쿠다의 ‘아시아 중시 외교’라고 할 수 있다. 한·중과의 관계개선에 주안점을 둔 아시아 중시 외교는 한·중 양국과의 관계에서 불필요한 잡음이 발생하지 않도록 단속하는 데에 주안점이 놓일 것이다.

하지만, 후쿠다 내각이 위안부 문제나 과거사 배상과 관련하여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을 하기는 힘들 것이다. 일본의 책임을 모호하게나마 추상적으로 인정하는 선에서 그칠 뿐, 일본의 책임을 구체적으로 인정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여전히 소극적이고 신중하게 대처할 가능성이 크다.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을 하는 데에 필요한 자민당 내 분위기가 아직은 형성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금년 3월 1일 기자간담회에서 아베 총리가 “일본군에 의한 위안부는 없었다”고 말해 이웃나라들을 불쾌하게 했는데, 위안부 문제나 과거사 배상과 관련하여 후쿠다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그저 그런 발언을 하지 않는 정도일 것이다. 

후쿠다는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할까

한편, 한·중과의 관계개선을 위한 후쿠다의 노력은 야스쿠니신사 참배문제에서 가장 상징적으로 드러날 것이다. 고이즈미처럼 야스쿠니참배를 무대포로 단행하는 강경수는 두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전몰자추도시설 건립 같은 우회적 수단을 하루빨리 추진할 가능성이 더 크다고 볼 수 있다. 

한·중과의 관계를 안정적으로 유지함으로써 후쿠다 내각은 일본이 미국의 동북아정책에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하는 동시에, 국제연합과 국제사회에서 일본의 영향력을 강화하는 데에 한·중 두 나라가 장애물이 되지 않도록 하려 할 것이다.

이상과 같이 후쿠다 내각은 대미관계에서는 친미를, 대북관계에서는 유연성을, 한·중과의 관계에서는 안정을 추구함으로써 전임자인 고이즈미와 아베의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으려 할 것이다.

그런데 고이즈미와 아베는 그 점을 잘 알면서도 우익세력의 목소리에 밀려 결국 우를 범하고 말았다. 향후 후쿠다가 과연 우익세력의 목소리를 잠재우면서 그의 외교적 목표를 이룩할 수 있을지에 관심이 주목된다. 
#후쿠다 #자민당 #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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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jongsung.com.일제청산연구소 연구위원,제15회 임종국상.유튜브 시사와역사 채널.저서:대논쟁 한국사,반일종족주의 무엇이 문제인가,조선상고사,나는 세종이다,역사추리 조선사,당쟁의 한국사,왜 미국은 북한을 이기지못하나,발해고(4권본),패권쟁탈의 한국사,한국 중국 일본 그들의 교과서가 가르치지 않는 역사,조선노비들,왕의여자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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