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원선 기차타고 노동당사에 가다

최북단 기차역 신탄리역에서 자전거 타고 간 노동당사

등록 2007.09.26 11:43수정 2007.09.26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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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이 이렇게 분단되기 전에 경원선은 서울 용산에서 북한 동해안의 항구 함경남도 원산까지 가는 장장 222.7Km의 기차길이었다고 합니다.

 

그렇게 긴 기차길이 철원의 신탄리역에서 뚝 끊깁니다. 동두천역, 소요산역, 한탄강역, 전곡역 등등 남한의 최북단을 향해 달리는 경원선 기차는 전철의 깔끔함과 기차의 편안함을 갖춘데다 차비도 천 원 정도로 서민적이어서 좋습니다. (경원선 기차를 타려면 전철 1호선 동두천역에 내려서 천원짜리 표를 끊고 갈아타면 됩니다)

 

 경원선 기차를 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가을 햇살에 익어가는 논밭들이 보입니다.
경원선 기차를 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가을 햇살에 익어가는 논밭들이 보입니다.김종성
경원선 기차를 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가을 햇살에 익어가는 논밭들이 보입니다. ⓒ 김종성

 

 간이역같이 작지만 정감가는 신탄리역입니다.
간이역같이 작지만 정감가는 신탄리역입니다.김종성
간이역같이 작지만 정감가는 신탄리역입니다. ⓒ 김종성
 신탄리역 코앞에 휴전선이 있고 저 위로 종점역인 원산역도 보이네요.
신탄리역 코앞에 휴전선이 있고 저 위로 종점역인 원산역도 보이네요.김종성
신탄리역 코앞에 휴전선이 있고 저 위로 종점역인 원산역도 보이네요. ⓒ 김종성

 

철도중단역이라고 써 있는 신탄리역은 남한의 최북단역이라는 선입견과는 다르게 꽃들을 많이 심어놓은 낭만적인 간이역 같습니다.

 

밥맛 좋은 쌀로 유명한 철원지역은 고슬고슬 익어가는 벼들이 자라나고 있는 논들과 밭들이 주변에 많이 보입니다.

 

이 정감가는 신탄리역 가까이에 예전 북한이 만들어놨다는 노동당사 건물이 아직도 남아있다고 해서 지난 24일 경원선 기차를 타고 거기까지 가 봤습니다. 6.25 전쟁때 북한이 만들어 놓고 철원지역의 주민들을 괴롭히고 쌀과 자원등을 수탈하였다고 노동당사앞 게시판에 써 있습니다. 

 

전쟁 막판 휴전 직전에 서로 조금이라도 땅을 더 확보해 두려는 의도가 노동당사 외벽의 많은 총탄구멍에 고스란히 남아 있습니다. 전쟁의 상흔이 생생하게 남아 있어서인지 상처와 뼈대만 남은 이 노동당사를 보러 사람들이 꽤 오더군요. 외국인들도 보이고 단체로 오토바이를 타고 오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가까이에 백마부대의 백마고지 기념관도 있고 심심치 않게 군차량도 지나가서 삭막한 곳 같지만 철원일대의 넓은 평야가 벼가 익어가는 황금들판으로 바뀌면서 그 어디보다 풍요로움이 느껴지는 곳입니다.

 

 신탄리역에서 노동당사까지 자전거를 타고 가보았습니다.
신탄리역에서 노동당사까지 자전거를 타고 가보았습니다.김종성
신탄리역에서 노동당사까지 자전거를 타고 가보았습니다. ⓒ 김종성

 밥맛 좋기로 유명한 철원의 가을들녁 - 야생 노루들이 논 한가운데 숨어서 새끼를 낳는다고 합니다.
밥맛 좋기로 유명한 철원의 가을들녁 - 야생 노루들이 논 한가운데 숨어서 새끼를 낳는다고 합니다.김종성
밥맛 좋기로 유명한 철원의 가을들녁 - 야생 노루들이 논 한가운데 숨어서 새끼를 낳는다고 합니다. ⓒ 김종성
 깨끗한 임진강의 지류천이 보이고 기차가 원산을 향해 달렸을 철교도 보입니다.
깨끗한 임진강의 지류천이 보이고 기차가 원산을 향해 달렸을 철교도 보입니다.김종성
깨끗한 임진강의 지류천이 보이고 기차가 원산을 향해 달렸을 철교도 보입니다. ⓒ 김종성
 총탄과 포탄의 전쟁상흔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노동당사
총탄과 포탄의 전쟁상흔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노동당사 김종성
총탄과 포탄의 전쟁상흔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노동당사 ⓒ 김종성
 노동당사 매점에 북한산 식품들도 있었으면 좋겠네요.
노동당사 매점에 북한산 식품들도 있었으면 좋겠네요.김종성
노동당사 매점에 북한산 식품들도 있었으면 좋겠네요. ⓒ 김종성
 오랜만에 보는 구호입니다. 간첩신고에 112가 추가되었네요.
오랜만에 보는 구호입니다. 간첩신고에 112가 추가되었네요.김종성
오랜만에 보는 구호입니다. 간첩신고에 112가 추가되었네요. ⓒ 김종성

신기한 것은 노동당사 가는 길에 띄엄띄엄 보이는 땅투기 업자들의 간판입니다. 6자 회담의 순항과 곧 이루어질 남북정상회담에서 통일의 기운을 느끼는 건 부동산 투기꾼들도 마찬가지인 것 같지만, 누구보다 재빠르게 피부에 와닿는 통일에 대비한 실천적 행동을 하는 것 같아 그냥 실소가 났습니다.

 

신탄리역에서 철마는 더 이상 못가지만 다행히 철길은 남아 있으니 어서 통일이 되어 경원선 기차를 타고 예전 우리나라 동해안 최대의 항구였다는 원산역에 꼭 가보고 싶네요.

덧붙이는 글 신탄리역 바로 앞에서 버스를 타고 갈 수 있는 고대산도 있으니 산을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꼭 한 번 가보세요.
#신탄리역 #노동당사 #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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