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재 대통합민주신당 의원
오마이뉴스 이종호
지난 28일 부산에 와 있는 이광재 의원을 만났다. 그는 한명숙 후보를 도왔지만 후보 단일화가 되면서 이해찬 캠프에서 일하고 있다. 자신의 지역구(강원도 영월·평창·정선·태백) 조직을 바탕으로 이해찬의 '강원도 1위'를 만들어낸 핵심 공로자다.
- 후보단일화 효과가 안 나오고 있다. "후보가 단일화되었다고 한명숙·유시민 지지자들이 바로 안 넘어온다. 국회의원은 정리되었다. 하지만 밑바닥 조직까지 하나의 대오를 형성하기엔 시간이 부족했다. 지지하고 사랑했던 사람에게 대한 열망이 있는데 쉽게 정리되겠나. 두 분(유시민·한명숙)이 열심히 돌아다니고 있고 조직의 탄력이 붙고 있다. 이번 4연전(광주·전남, 부산·경남)으로 이제 비로소 경선 레이스가 시작되었다고 본다."
- 조직·동원선거 논란이 있다. 정동영쪽에선 '그럼 이해찬의 강원도 1위는 뭐냐'고 역공을 취했다.
"선거는 기본적으로 지지자를 모아서 투표장으로 가게 하는 것인데 그 자체를 나쁘다고 할 수 없다. 다만 정도가 과하면 안된다. 나와 이용희 의원(충북)을 비교하는데 나는 절대로 투표율이 30%를 넘지 않도록 했다. 그 이상이 넘어가면 공정성의 시비가 온다. 절제가 필요하다."
- 손학규 후보가 조직․동원 선거 문제를 정면으로 제기했는데."어느 정도 효과를 냈다고 본다. 경각심을 줬다. 손학규 후보의 경우 대세론으로 밀고 가다가 우리 당의 선거환경에 적응을 못했는데 '아 이게 아니구나' 하고 제대로 드라이브를 걸었다. 본인 입장에선 값비싼 학습비용을 치렀다. 선거의 열기는 더해졌다. 후보들 간의 본격적인 인파이팅이 있어야 한다. 경선이 치열해야 흥행이 된다."
- 대통합신당의 경선이 재미가 없다. 관전 포인트를 뭘로 보나.
"두 가지다. 하나는 '플러스 알파'를 누가 먹느냐에 따라 결판이 난다. 광주·전남의 결과도 중요하지만 '플러스 알파'의 출발지는 부산·경남이 될 것이다. 전통적인 지지층 호남을 제외한 지역에서 누가 더 경쟁력이 있느냐가 이명박과의 본선 경쟁력에 있어 핵심이다. 전국정당의 모양새를 가지려면 손학규와 이해찬의 선전이 필요하다.
전국적인 후보를 뽑아야 한다. 대통합신당의 탄생으로 '집토끼 논쟁'은 마무리되었다. 산토끼를 잡아야 한다. 우리가 선거에서 이긴 역사적 경험을 보면 전국정당을 만들려는 피나는 시도가 있었다. 97년 대선에선 DJP 연합으로 이겼고, 2002년에는 행정수도로 충청도를 돌파했다. 다른 지역의 표를 가져올 수 있는 후보는 상대적으로 이해찬과 손학규가 낫다." (이광재 의원이 꼽은 두 번째 관전 포인트는 인터뷰 후반부에 나온다.)
- 이해찬과 손학규가 왜 유리하다는 건가. 출신지 때문인가.
"일단 연고지 문제가 있다(정동영은 전북, 손학규는 경기, 이해찬은 충남). 영남에서 30년을 집권했다. 호남에서도 나왔다. 이제 다른 지역에서 나와야 나라에 도움이 된다. 절대 권력의 힘이 다양한 지역으로 분산되어야 한다. 그리고 경험의 문제가 있다. 이해찬은 5선 국회의원에, 정책위의장, 장관, 총리까지 지냈고 손학규는 교수, 국회의원, 장관, 경기지사 등 다양한 방면을 경험했다."
- 정동영 후보는 '호남후보 필패론은 또 다른 지역분열주의'라고 반박한다.
"DJ에 필적하는 경험과 이력을 가진 인물이라면 왜 호남 출신이라서 안되겠나. 정동영은 DJ가 아니지 않나. 고건(전북)의 경우에도 영남 보수의 지지를 꽤 받았지만 호남 고립 구도에 묻히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있었다."
"부산, 과연 이해찬을 사위로 받아들여줄까?"- 부산 민심은 어떤 것 같나. "택시 기사들 말을 들어보면, 이명박도 마음에 안 들고, 우리쪽은 그만그만해 보이는 것 같더라. 한나라당 경선 때 부산에 내려와 봤는데 박근혜 열풍이 불고 있었다. 하지만 박근혜가 지고 나서 시들해 졌다. 이명박에게는 호감이 별로 없다. 97년에는 이인제가 영남 표를 잠식했고 2002년에는 노무현이 이 곳 출신이라 표를 가져왔는데 이번에 PK(부산·경남) TK(대구·경북)가 한 덩어리로 가면 굉장히 상황은 심각해진다."
- 부산·경남은 이해찬 후보가 약간 우세한 가운데 초박빙이라고 하던데.
"글쎄 잘 모르겠다. 사모님(김정옥)이 부산 출신인데 이 후보를 사위로 받아줄 수 있을지…."
- 이해찬 후보가 부산 연설에서 "내가 노무현을 끝까지 지켰다"고 강조했는데 '친노' 프리미엄이 있을까.
"득과 실이 있을 것이다. 경상도 사람들은 의리를 중시한다. 노무현은 DJ가 정권 말기 어려웠을 때 차별화 하지 않았다. 자산과 부채를 승계했던 게 먹혔다. 노무현에 대해 애증이 있다. 여기가 워낙 한나라당 판이니까 동네 분위기에 짓눌려 박수를 못치지만 외국에 나갔을 때 보면 연호하며 달려든다."
- 변양균·신정아 비리 의혹 사건이 경선에 영향을 미쳤다고 보나.
"YS는 야당이면서도 주류였고, DJ는 비주류였지만 호남에선 주류였다. 노무현은 비주류의 비주류다. 특정한 지지기반이 없다. 임기 끝날 때 우리가 득표한 51%의 지지도로 끝나도 200점짜리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봤다. 신정아 사건이 터지기 전에는 40%까지 갔었고 잘하면 목표를 달성하겠다고 생각했는데… 참 아쉽다."
- 노 대통령의 '부산파 386' 참모 3인방 중의 한 명인 정윤재(전 청와대 의전비서관)씨가 김상진 불법 로비 사건에 연루된 것도 부산경남 판세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마음 아픈 사건인데… 아쉬운 측면은 있다. (정윤재씨가 총선 출마를 준비 중인) 사상구의 경우 선거인단을 많이 받아놨는데 이렇게 되니까…. 그 정도 수준이다. 더 큰 영향은 없다."
- 이해찬 후보가 연설에서 '몰표'를 달라고 했다. 예상치가 얼마인가.
"표의 격차보단 '1위'라는 상징성이 중요하다. 부산경남 선거에서 이기는 후보가 가장 의미 있는 후보가 될 가능성이 높다."
- 이해찬 후보가 너무 안 뜬다. "부산·경남과 대전·충남의 결과가 말해줄 것이다. 선거는 자기 존재 가치를 알리는 장이다. 이해찬의 존재가치는 과연 영남에서 표를 얻을 수 있는 후보냐, 또 자기 동네인 충남에서 득표력을 보여줄 수 있느냐, 그 두 가지다. 두 곳에서 일등을 한다면 플러스 알파를 지닌 후보가 되는 것이다."
- '비호감'이 높은 건 마이너스 요인이다.
“이해찬에 대해선 두 가지 마음이 있다. 마음에 안 들기도 하지만 '그래도 일은 잘할 거야'라는 느낌이 있다. 지지율 50%가 넘는 이명박도 비호감 1위 아닌가. 능력과 가능성을 보는 것이다. 대선은 이성적인 선거다. 하지만 신당의 후보로 당선이 되면 완전히 다른 전략을 쓸 것이다."
"2007년엔 전북이 '2002년 광주'와 비슷한 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