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아누크빌도 개발의 바람이 불어 고급 호텔들이 들어서기 시작한다.
이강진
호텔에서 나와 관광지도에 표시된 절을 찾아 떠났다. 골목을 몇 번 돌아도 절이 나타나지 않는다. 목도 축일 겸해서 바닷가에 있는 가게를 찾았다. 간단한 음식도 파는 곳이다. 바다가 한눈에 보이는 좋은 위치에 자리를 잡았다. 바닷바람이 시원하다.
바로 옆 식탁에서는 캄보디아 현지인과 일본사람들이 음료를 마시며 영어로 이야기를 나눈다. 일본에서 호텔을 구입하려고 온 모양이다. 캄보디아에도 서서히 관광객이 모이기 시작한다. 곳곳에 호텔 짓는 공사를 하고 있으며 한국어 간판이 붙은 호텔도 있다. 속된 표현으로 개발이 시작되고 있는 시아누크빌이다. 캄보디아 주민들에게 개발의 혜택이 나누어졌으면 하는 기원을 해본다.
콜라를 주문했다. 겉모양은 비슷하지만 우리가 흔히 마시는 코카콜라 혹은 펩시콜라가 아니다. 도시에서 떨어진 곳에는 미국 상표가 붙은 콜라는 없고 단지 캄보디아에서 만든 콜라만 판다. 미국 콜라에 길들어 있는 입맛에는 맞지 않는다.
가게에서 일하는 직원에게 절을 찾아가는 길을 물었다. 잠깐 기다리게 해 놓고는 옆에 있는 호텔에서 지도가 곁들여 있는 작은 소책자를 주면서 가는 길을 알려준다. 음료수를 마시며 책자를 보다가 새로운 사실을 발견했다. 캄보디아와 베트남을 잇는 새로운 국경이 개통 되었다는 것이다. 이곳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이다. 바닷가를 따라 베트남에 갈 수 있어 마음이 끌린다. 원래 계획은 이곳에서 캄보디아의 국경도시 코콩(Koh Kong)을 거쳐 태국을 배와 육로를 이용해 간 후 비행기로 베트남에 올 예정이었다. 베트남을 떠날 때의 계획을 수정했다. 육로를 이용해 새로 개통된 국경을 통해 베트남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나그네처럼 목적 없이 길을 거니는 사람은 우연한 기회로 여정이 바뀌기 십상이다.
절에 도착했다. 절은 동네에 비해 큰 규모다. 경내 한복판에 누워있는 커다란 금색의 부처상이 눈을 끈다. 또한 '앙코르왓'을 연상시키는 제법 큰 석탑이 서너 개 세워져 있다. 대웅전에 들어가 벽화를 구경하고 경내 구석에 만들어 놓은 긴 의자에 앉아 절 특유의 분위기에 젖어본다. 황색의 도포를 입고 거니는 스님들의 모습이 보기에 좋다. 한 스님은 담배를 피우며 어디론가 걸어 가고 있다. 절에서 담배 피우는 스님을 본 일이 없었기에 특이한 모습으로 기억된다. 스님도 사람인데 하면 그만이겠지만 구도를 하는 모습으로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을 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