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막극, 시청률 지상주의의 '희생자'

<베스트극장> 지난 3월 잠정 휴식... KBS <드라마시티> 폐지설 모락모락

등록 2007.10.02 10:07수정 2007.10.02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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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마지막 방송이었던 <베스트극장-드리머즈>.

마지막 방송이었던 <베스트극장-드리머즈>. ⓒ IMBC

마지막 방송이었던 <베스트극장-드리머즈>. ⓒ IMBC

 

우리는 곧잘 한국드라마의 진부함을 이야기한다. 시청률만을 의식한 작품을 내놓고자 대부분 비슷한 소재들로 드라마를 만들어 방영한다고 이야기한다. 그래서 미드열풍 속에서 우리는 한국드라마의 문제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미국드라마가 다시금 부활하며 인기를 얻은 가장 큰 이유로 ‘신선함’을 주는 실험성 때문이었다. 그러한 도전과 시도가 빛을 발하며, 다양한 소재의 드라마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반면 한국드라마는 청춘드라마 혹은 사극, 정통 멜로드라마가 장악했다. 간혹 전문직드라마, 수사드라마가 등장하지만 그마저도 쉽게 제작되지 못하고 있다. 블록버스터라 불리는 작품들까지 사극에 올인하는 것을 보면 안타까울 따름이다. 이처럼 한국드라마는 다양한 소재, 시도를 좀처럼 하지 않는다.

 

이유는 막대한 제작비를 들였는데, 시청률에서 성공하지 못하면 광고수입이 끊길 수 있다는 부담감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에게도 낯설고도 재미난 드라마가 있었다. 바로 단막극이 그것. 미니시리즈, 주말드라마 등에서 시도하지 못한 독특한 소재, 재기발랄한 연출로 우리에게 설렘을 주었던 단막극.

 

헌데, 이 단막극의 진한 향기가 이젠 추억으로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다. 단막극의 대표주자였던 MBC <베스트극장>은 지난 3월 ‘드리머즈’를 끝으로 잠정 휴식기에 들어갔다. SBS <남과 여>는 지난 2004년에 종영되었고, 유일하게 남아 있던 KBS <드라마시티>도 폐지설이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있는 중이다. 이들의 폐지가 아쉬울 수밖에 없는 이유는, 단막극은 드라마의 기본이요 기초공사격이기 때문이다.

 

잔인한 시청률의 살인극


그렇다면 단막극이 사라지고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답은 하나다. ‘과열 시청률 경쟁’으로 인한 ‘시청률 지상주의’ 덕분이다. 우리는 시청률에 따라 내용이 다 전개되지도 않은 드라마 내용을 함축해 단기간에 끝내버리는 전력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수많은 드라마들이 인기를 얻지 못하면 조기조영이라는 철퇴를 맞고 단명을 하기 일쑤다.

 

이처럼 단막극의 가치를 시청률로 따지는 방송사의 분위기가 한몫을 한 것이다. 제아무리 재기발랄하고, 실험성이 돋보여 시청자들이 환호를 해도 그저 방송사들에게는 ‘소리 없는 아우성’일 뿐이다.

 

일단 드라마 한편을 만드는데 제작비를 건져 올릴 광고수입을 낼 수 없는 단막극이기 때문이다. 시청률에 따라 광고수입이 천차만별로 이뤄지기 때문에 단막극은 이 땅에서 더 이상 살 수 없다.

 

그런데 과연 단막극에까지 광고수입을 운운하며 시청률을 잣대로 내밀어야 했을까? 적어도 기존 드라마에서 실험적인 시도를 하지 못할 것이라면 한국드라마의 질적 향상과 우수한 인재 배출을 위해 단막극은 존재해야 한다.

 

a  유일한 단만극 <드라마시티> 마저 종영 위기에 시달리고 있다.

유일한 단만극 <드라마시티> 마저 종영 위기에 시달리고 있다. ⓒ KBS

유일한 단만극 <드라마시티> 마저 종영 위기에 시달리고 있다. ⓒ KBS

 

단막극이 존재해야 하는 가장 큰 이유


그러한 오아시스를 없애버린다면 우리는 어디서 갈증을 해결해야 한단 말인가. 우리는 단막극의 가치를 시청률이 아닌 다른 곳에서 찾아야 한다고 부르짖는다. 시청률은 기존 드라마에서 찾고. 그것으로부터 오는 광고수입만으로도 충분하지 않는가?

 

단막극의 묘미는 바로 기존 드라마에서 시도할 수 없던 실험적인 시도가 있다는 점이다. 그러한 실험적인 시도와 독창성이 힘을 발휘하며 한국드라마의 기초로서 충실히 역할을 해냈다면 그것만으로도 단막극이 존속해야 하는 이유가 충분하지 않은가 반문하고 싶다.

 

<베스트극장>을 보자. <베스트극장>는 한국드라마가 오늘날까지 이어질 수 있는 기본을 만들어 준 토대라고 할 수 있을 만큼 실험성과 독창성으로 시청자들의 갈증을 해결해 줬다.

 

가령 지난 2004년 TV드라마 상의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제 44회 몬테카를로 TV페스티벌에서 국내의 한 작품이 ‘최고 작품상’을 받은 적이 있었다. MBC <베스트극장-늪>은 이전에 볼 수 없었던 드라마를 보여주어 지금도 회자되는 작품 중의 하나다.

 

이러한 작품성을 차치하고도 단막극이 존속해야 하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바로 한국드라마의 기본이 되는 감독, 작가, 배우를 배출하는 양성소이기 때문이다. 그러한 양성소를 폐지한다면 한국드라마의 미래는 어떨까? 굳이 물어보지 않아도 답은 나온다.

 

물론 단막극이 아니더라도 충분히 드라마를 제작할 수 있다. 하지만 일종의 검증무대를 거쳐 배출된 인재와 무작위로 영입해 배출된 인재는 분명 큰 차이를 보인다. 가령 <베스트극장>을 통해 스타가 되어 배우로 거듭난 인물들을 살펴보자.

 

최민수, 하희라, 차인표, 감우성, 심은하, 한석규, 이종원, 심혜진, 전도연, 이나영 등 한국드라마를 이끌던 주역들이 한 자리에 다 모이고도 남을 만하다. 이뿐 아니다. 단막극이 내놓은 감독과 작가는 그야말로 한국드라마를 이끌어가는 이들로 가득하다. 황인뢰, 김종학 감독이 그러하고, 최완규, 노희경, 임성한 등이 단막극이 배출해낸 이들이다.

 

즉 단막극이 양성소와 검증자 역할, 두 가지를 모두 하는 셈이다. 실례로 <내 이름은 김삼순>을 만든 감독이 바로 <베스트극장-늪>을 만들었고, <커피프린스 1호점>을 만든 이윤정 감독도 <베스트극장-태릉선수천> 만들었다.

 

이러한 사실을 생각해 볼 때 단막극은 분명 존속해야 하는 이유가 있다. 그럼에도 시청률이라는 잣대에 눌려 종영된다면 한국드라마를 이끌어갈 양성소를 문 닫겠다는 이야기나 마찬가지이다.

 

더욱이 다른 드라마들로 시청률을 올려 광고수입을 늘리려는 방송사들은 단막극의 시간편성 자체부터 바꿔야 한다. 대부분의 사람이 잠을 자는 심야시간대에 방영하니, 당연히 시청률이 나오지 않을 수밖에 없다.

 

일례로 <베스트극장>은 금요일 10시간에 방영되었다가 토요일 밤 11시 40분으로 방영시간이 밀렸다. 그 시간대는 누가봐도 시청률이 크게 나오질 않을 시간대다. 그럼에도 시청률을 운운하며 단막극을 종영하려 드는 것은 실험적인 드라마를 만들 의지가 없음을 보여주는 것이나 다름없다.

 

분명 단막극의 종영은 한국드라마의 미래를 어둡게 만드는 것이다. 기초를 빼버린 채 공사한다면 그것은 파도에 휩쓸려갈 모래성을 짓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2007.10.02 10:07ⓒ 2007 OhmyNews
#단막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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