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만원 들고 자전거 중국종단, 무모하다고?

[책으로 읽는 여행 8] 대한민국 청년 박정규의 <희망 여행>

등록 2007.10.02 11:47수정 2008.01.25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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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민국 청년 박정규의 희망여행> 표지
<대한민국 청년 박정규의 희망여행> 표지한국방송출판
통장에 200만원, 주머니에 30만원을 넣고 자전거 하나로 중국 횡단을 감행하는 건 무모한 일일까? 책 <희망 여행>의 저자 박정규씨는 이 돈만으로 9개월 동안 몽골 여행, 종국종단, 인도여행, 미국 횡단을 마치고 돌아온다.

2006년 5월에 인천항을 떠나 2007년 2월 한국으로 귀국할 때 그의 재정은 여행의 출발 때보다 두 배 가까이 늘어난 상태. 기업들의 후원이 아닌, 길에서 만난 사람들과 홈페이지 방문자들이 사랑의 점심값으로 도와주는 덕분에 쉽게 여행한 그는 진정한 행운아이자 멋진 자전거 여행객이다.


현재 저자는 1차 자전거 세계 일주에서 얻은 것을 좀 더 배우고 실천하기 위해 2차 여행 중에 있으며 쿠바와 남미, 북아프리카 횡단 여행을 감행하고 있다. <희망 여행>은 그의 첫 여행지였던 중국에 대한 기록이다.

"중국을 첫 여행지로 선택한 것은, 중국을 무사히 종단한다면 자전거 세계 일주를 할 수 있는 기술적, 체력적, 정신적인 부분에서 자신감을 얻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중국은 변수가 많아서 힘들 거야. 아마 한 달 안에 한국으로 다시 돌아올 거야. 중국 사람들은 외부인들에게 매우 무관심하고, 돈밖에 모른다'고 한 말들이 사실이 아니란 걸 확인시켜 주고 싶은 마음과 '세상에는 좋은 사람이 더 많다'는 걸 증명하는 것이 여행의 목적 중 하나였기 때문이다."

이런 마음가짐으로 출발해서인지 그가 가는 곳곳에는 그를 돕는 좋은 사람들과 친구들이 항상 존재한다. 힘들게 자전거로 언덕을 오르고 있으면 지나가는 트럭이 새 생수병을 던져 주어 목을 축이게 하고, 길을 가다가 우연히 만난 사람들은 자신들의 집을 숙소로 빌려 준다.

가난한 사람의 집에서 머무를 때면 미안한 마음에 마음이 무겁지만, 자신에게 침대를 양보하고 소파에 눕는 중국 친구들을 보면 거절하기가 쉽지 않다. 손님에게 맛난 것을 대접하기 위해서 자신들은 계란 하나도 안 먹으면서 저자의 밥그릇에 커다란 계란을 두 개나 담아 주는 사람들. 중국의 시골 인심은 우리네의 그것과 다를 바가 없다.

좋은 여행이 되라면서 일주일치 점심값을 쥐어주는 사람들과 자신들의 누추한 거처를 불쑥 숙소로 내어주는 사람들 덕분에 저자의 여행은 생각보다 순조롭다. 중국인은 더럽다는 편견, 중국 사람들은 돈만 안다는 선입견으로 그들을 대하지 않는다면 그들도 자연스레 친구가 되어 선의를 베푼다.


중국어도 제대로 알지 못하지만 사람들은 저자가 한국인이라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호의적이다. 태극기를 달고 자전거 타는 모양이 신기한지 시골의 중국인들은 쉽게 그에게 호기심을 갖는다. 저자도 친근한 태도로 중국인들에게 다가가니 한중 양국의 수교가 저절로 이루어지는 셈이다.

우리는 여행을 통해 무엇을 얻으려고 하는 걸까? 새로운 세계와 낯선 이들과의 만남은 자신의 삶을 스스로 돌아보게 하는 좋은 기회를 제공한다. 저자 또한 예외는 아니어서 중국에서 만난 소중한 사람들을 통해 자아 성찰의 시간을 갖는다.


무거운 짐을 지고 가는 어린 아이들, 나이가 많이 들었는데도 열심히 노동하는 중국인들. 이들의 모습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소비와 향락을 지향하는 우리네 삶을 반성하는 촉매제이다.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음식들을 선뜻 내주는 모습도 우리 도시 생활에서는 보기 힘든 정다운 시골 풍경이다.

길에서 만난 사람들은 한국인인 저자와 대화 나누기를 즐긴다. 그래서인지 낯선 사람이지만 쉽게 식사를 제공해 주고 잠자리를 마련해 주는 것 같다. 힘들게 일하는 사람들에게 미안한 마음에 돈을 내밀며 음식을 사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음식 값을 거절한다. 자기 집에 머무르라며 손을 잡아끄는 이도 있다.

한번은 저자를 초대하는 사람의 집이 언덕 밑에 있다는 말에, 그 길을 다시 내려갔다가 거슬러 올라오기가 싫어 거절한 적이 있다. 가야할 길이 바쁘다는 핑계지만 그런 말을 둘러대고 내내 미안한 마음이 든다. 그리고는 스스로 생각한다. '마음의 중심이 사람에게 있지 않고 목적지에, 단순히 길에 맞춰져 있음'을 반성하게 되는 것이다.

이렇듯 여행은 우리에게 새로운 경험과 자극을 준다. 넓은 중국을 어떻게 자전거 하나로 여행 하냐고 묻는 이들도 있겠지만, 의외로 저자의 여행은 바람에 돛 단 듯 순풍 흘러간다. 최종 목적지까지 안전하게 도착한 그의 여행에 독자도 동화되어 마음이 뿌듯하다.

저자의 여행은 지금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요새는 많은 이들이 자전거로 여행하는 걸 꿈꾸고 실행하는 것 같다. 비록 엉덩이가 아플 때도 있고 비오는 날 자전거 펑크로 고생할 때도 있겠지만 환경을 해치지 않는 여행은 그 자체로도 매력이 있다.

저자처럼 다양한 방법으로 여러 나라를 여행하는 한국인들이 많길 바란다. 그들이 펼쳐 놓은 꿈의 조각들은 좋은 글과 사진으로 남아 독자들의 마음을 움직일 것이다. 비록 내가 자전거로 중국을 종단하지 못하더라도 그의 종단을 함께 기뻐할 수 있음이 좋다.

대한민국 청년 박정규의 희망여행

박정규 지음,
나래울(한국방송출판), 2007


#여행 #자전거 #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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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연재 강지이의 <책으로 읽는 여행> 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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