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마가 광주다 이것들아

[노순택의 사진 한 장, 생각잠깐 28] 입이 부르트신 분들께

등록 2007.10.03 14:02수정 2007.10.03 15:13
0
원고료로 응원
a

누군가 노란선을 넘을 때, 누군가는 노란선에 가로 막혔다. ⓒ 노순택

누군가 노란선을 넘을 때, 누군가는 노란선에 가로 막혔다. ⓒ 노순택

 

안에 있는 이들이 피 터지는 저항으로 죽음의 공포를 겨우 견디어 갈 때,
밖에 있는 이들은 피 말리는 답답함으로 무기력한 자신을 미워한다, 증오한다.

 

안과 밖에 넘나들 수 없는 선이 그어 있다.
안은 섬이다. 광주가 그랬다.

 

이천칠년 시월 이일,
대한민국 대통령은 없던 노란선마저 그어가며 경계를 뛰어넘는 상징의식을 연출했다.
하긴, 드러난 세상에 상징 아닌 것이 무엇이겠는가.
반도를 가르는 비가시적 상징라인에 가시적 옐로라인을 그어
고무줄넘기를 하듯 사뿐 넘어보겠다면, 그런 ‘장면’을 만인에게 선물하고 싶다면,
잘한 일이다, 박수를 친다.

 

이천칠년 시월 이일,
대한민국 대통령이 평양에서 인민군의 사열을 받으며, 입이 째져라 웃고 있던 그 시간,
섬 밖의 사람들은 한남동에 모여 눈물을 삼켰다.
가만 앉아 있을 수만은 없어, 가족과 친구들의 살육을 더는 지켜볼 수 없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섬 안으로 들어갈 수 없어, 그들은,
한남동에 모였다, 외쳤다.
살육을 중단하라, 군부는 물러나라, 버마에 민주주의를....
대한민국경찰이 이런 조무래기들 보다는 대사관을 지켜주어야 한다는 것쯤이야 모를 리야 없지만,
그들을 가로막고 나선 대한민국 폴리스라인, 질서를 유지하라는 지엄한 명령의 선,
플라스틱 쪼가리로 만든,
눈에 화악 띄는 그 노란선은 보이지 않는 어떤 선마저 긋고 있는 것 같아 떫었다.

 

인류사에 정치란 물건이 배달된 이래,
공포정치 아니었던 때가, 공포정치 아니었던 곳이,
그 어느 때, 그 어느 곳에 있었는가마는,
사실은 비가시적 공포정치가, 가시적 공포정치보다 더 무서운 것이라지만,
어제를 잊고 하는 소리다, 그런 오만은....

 

자의든 타의든
광주정신이야말로 대한민국의 새로운 정통성이라고 입만 열면 떠들어 대는 자들아,
선거가 다가와 그 입이 부르트고 있는 자들아,
버마가 광주다 이것들아.

 

2007.10.03 14:02 ⓒ 2007 OhmyNews
#버마 #미얀마 #광주 #항쟁

AD

AD

AD

인기기사

  1. 1 '100개 눈 은둔자' 표범장지뱀, 사는 곳에서 쫓겨난다
  2. 2 뱀딸기를 먹었던 아이
  3. 3 카자흐스탄 언론 "김 여사 동안 외모 비결은 성형"
  4. 4 [단독] '김 여사 성형' 왜 삭제? 카자흐 언론사로부터 답이 왔다
  5. 5 최재영 목사 "난 외국인 맞다, 하지만 권익위 답변은 궤변"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