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범생' 문국현, '쇼' 없이 비상할까

대권 행보 지속은 10월 지지율에 달려

등록 2007.10.05 09:12수정 2007.10.06 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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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마산 어시장을 찾아 두 손을 모으고 상인들에게 인사하는 문국현 후보. ⓒ 박상규

2일 마산 어시장을 찾아 두 손을 모으고 상인들에게 인사하는 문국현 후보. ⓒ 박상규

노무현 대통령이 남북정상회담을 위해 북으로 떠나던 2일 오전, 문국현 대선 예비후보는 홀연히 남쪽으로 떠났다.

 

언론과 대중의 관심은 당연히 노 대통령의 '북진'에 쏠렸다. 안 그래도 언론의 조명을 받지 못하는 문 후보의 '남진'은 관심을 끌지 못했다.

 

문 후보의 행선지는 경남 김해-마산-부산. 이날 문 후보는 김해 인제대학교에서 특강을 했고, 마산 어시장을 탐방했으며, 부산에서 창조한국 창립식에 참석했다. 문 후보는 이리저리 숨가쁘게 움직였다. 그런 문 후보를 따라나선 한 참모는 바짝 마른 입술을 훔치며 말했다.

 

"시간은 촉박하고, 인지도는 낮고, 마음 좋은 교장 선생님 같은 우리 문 후보님은 '쇼'를 하지 않으시고…."

 

12월 19일 대선까지는 채 3개월도 남지 않은 상황. 이 말은 문 후보 캠프의 고민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10월은 문 후보에게 운명의 한 달이다. 이 기간에 4~5%대에 머물고 있는 지지도를 두 배 이상 올리지 못하면 그의 대권 행보는 어려워진다.

 

문 후보는 "10월 말이면 지지도가 10%대로 올라서고, 11월 창당을 하면 많은 범여 의원들이 자신을 지지할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다. 과연 확신은 현실이 되고, 그는 10월에 비상할 수 있을까? 2일 문 후보가 방문했던 김해-마산-부산 현장 분위기를 통해, 그의 현실과 가능성을 짚어본다.

 

기도하듯 간절하게 유권자 만나는 문 후보

 

"문 후보는 지금 한나라당 지지율이 높은 지역에 혼자 와 있다."

 

문 후보를 수행했던 이정기 공보담당의 말이다. 서울이 아닌 지방에서 문 후보의 지지율은 취약하다. 무엇보다 그를 아는 사람이 많지 않다. 게다가 이날 방문한 지역은 한나라당의 텃밭이다.

 

이런 상황을 모를 리 없는 문 후보는 주민들에게 매우 깍듯한 모습을 보였다.

 

특히 마산 어시장에서는 '기도라도 하는 듯한 간절한 모습'으로 시민들을 만났다. 문 후보는 두 손을 모으고 시민들에게 몇 번이고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큰 목소리로 "제가 문국현입니다, 경제 살리기 위해 출마했습니다"라며 자신을 소개했다.

 

시민들의 반응은 냉랭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크게 환영한 것도 아니다. 많은 상인들은 "문국현을 TV에서 봤기 때문에 얼굴은 알지만, 자세히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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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인제대학교에서 열린 문국현 후보의 강연회에는 좌석이 다 차지 못했다. ⓒ 박상규

2일 인제대학교에서 열린 문국현 후보의 강연회에는 좌석이 다 차지 못했다. ⓒ 박상규

 

썰렁한 대학 vs 뜨거웠던 창조한국 창립식

 

마산 어시장 방문 전에 문 후보는 김해 인제대학교에서 특강을 했다. 문 후보는 청년실업 극복과 경제 활성화 대책을 담은 프리젠테이션을 직접 준비해 발표했다. 그리고 열성적으로 강의했다.

 

그러나 3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강의실의 많은 자리는 비어 있었다. 문 후보가 강의실에 들어설 때와 마칠 때도 그에게 '폰카'를 들이대거나 사인 공세를 하는 대학생은 많지 않았다. 강의를 지켜본 박병진(법학과 2학년) 학생은 기성 사회의 평가와 비슷한 소감을 밝혔다.

 

"강의 내용도 좋고, 문 후보의 깨끗한 느낌도 좋았다. 그런데 많은 대학생들은 그가 누구인지, 무엇을 했던 사람인지 모른다."

 

대학에서 다소 차가운 반응을 접했던 문 후보는 부산 <부산일보> 빌딩에서 열린 창조한국 부산지부 창립식에서는 뜨거운 환대와 환호를 받았다. 창립식장은 400여 명의 지지자들이 몰렸고, 적지 않은 사람들은 일어선 채 그의 연설을 들었다. 연설 중간 중간에 수없이 박수가 터졌고, 마지막엔 기립박수가 쏟아졌다. 확실히 문 후보 '골수' 지지자들의 열성은 뜨거웠다.

 

현재 문 후보 공식 팬클럽 '희망문'과 포털사이트 다음·네이버의 팬카페 '문함대' '문지기' 등에는 약 2만 명의 열성 지지자들이 활동하고 있다. 문 후보가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한 게 8월 23일인 걸 감안하면 폭발적인 수치다. 그러나 이들의 폭발력은 아직 온라인에만 머물러 있다.

 

현재 문 후보를 둘러싼 외부 환경이 그리 나쁜 것만은 아니다.

 

우선 대통민주신당의 대선 후보 경선이 파행으로 치닫는 게 문 후보에게는 호재다. 또 김대중 전 대통령도 지난달 미국 방문 중에 범여권의 후보 단일화 대상으로 문국현 후보를 거론했다. 문 후보의 달라진 위상을 단적으로 보여준 것이다.

 

나쁘지 않은 외적 상황..."문국현, '쇼'를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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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부산일보> 빌딩에서 열린 창조한국 부산지부 창립식장은 문국현 후보의 지지자들로 가득했다. ⓒ 박상규

2일 <부산일보> 빌딩에서 열린 창조한국 부산지부 창립식장은 문국현 후보의 지지자들로 가득했다. ⓒ 박상규

무엇보다 눈길을 끄는 건, SBS와 <중앙일보>가 여론조사 기관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달 27일부터 29일까지 대선후보 인지도와 호감도를 조사한 결과다. 이 조사에서 문 후보는 인지도 49.10%을 기록해 주요 대선 후보자 중 꼴찌를 기록했다. 즉, 국민의 절반만이 그를 알고 있다는 이야기다.

 

이에 반해 이명박(98%) 한나라당 대선 후보를 비롯해 정동영(94%)-이해찬(92.8%)-손학규(92.5%) 민주신당 후보자들은 90%를 훌쩍 넘기는 인지도를 기록했다.

 

그러나 문 후보는 호감도 조사 결과에서 37.80%을 기록했다. 즉 낮은 인지도에 비해 호감도가 높은 것이다. 호감-인지도 비율로 따지면 문 후보는 76.99%로 대선 후보 중에서 1위다.

 

한귀영 한국사회여론조사연구소 연구실장은 "인지도가 낮은데도 호감도가 높다는 건, 결국 인지도를 높이면 지지율이 올라갈 가능성이 크다는 걸 나타낸다"며 "사람들에게 알려지기만 한다면, 인지도는 90%가 넘지만 호감도가 50% 미만인 범여권의 후보에 비해 문 후보의 지지율이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이어 한 실장은 "서울 거주 고학력 화이트 컬러 30~40대의 손학규 후보 지지자들은 문 후보 지지자들과 거의 겹친다"며 "손 후보가 경선에서 탈락하면 이들은 문 후보 지지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러한 외적 상황에 '플러스 알파'로 문 후보 캠프에서는 문국현의 '쇼'를 기대하고 있다. 모범생 이미지가 강한 문 후보가 파격을 보여야 언론을 타고, 그래야만 인지도와 호감도가 높아진다는 논리다. 그러나 문 후보는 쇼에 거부감을 보이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캠프 관계자의 고민은 이렇다.

 

"캠프 내부에서도 '쇼'를 해야 한다고 강하게 요구했다. 착한 교장선생님 이미지도 좋지만, 가끔은 튀는 발언과 행동도 해야 하지 않나. 그러나 번번이 문 후보가 거부하고 있다. 그런 정치적 제스처에 익숙하지 않은 분이다. 후보도 점잖고, 지지자들도 점잖다. 이래서 흥행을 일으킬 수 있겠나."

 

쇼를 거부하는 '모범생 문국현'은 과연 10월에 비상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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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한국 부산지부 창립식에 참석한 문국현 후보. ⓒ 박상규

창조한국 부산지부 창립식에 참석한 문국현 후보. ⓒ 박상규
2007.10.05 09:12 ⓒ 2007 OhmyNews
#문국현 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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