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 만발한 북릉공원 입구.
최종명
공원 문을 나와 시끄러운 소음 앞에 섰다. 그리고 붉은 꽃잎 뒤에 선 짜오링에 대한 기억을 깊이 담았다.
다시 숙소로 돌아왔다. 밤새 기차를 탔더니 역시 피곤하다. 게다가 짜오링도 다녀왔더니 더 그렇다. 하루 쉬었다. 저녁 무렵 션양(沈阳) 씨타(西塔) 거리를 나가볼까 생각했는데, 한국인들 많은 유흥가에 별 볼만 한 게 있을까 싶어 그만뒀다. 방에서 곧 있을 '장춘연길비즈니스포럼' 취재를 위해 자료조사를 했다. 게다가 날씨도 비가 뿌리는 게 심상치 않다.
다음날(5월 28일), 점심 먹고 오후 2시 지나 밖으로 나왔다. 날씨가 시원해서 좋았다. 오후에 취재를 한 후 저녁에는 션양에 있는 후배 여자친구를 만나볼 생각으로 전화를 했다.
베이징(北京)에서 중국어 공부할 때 통우(同屋)인 대구 후배가 결혼할 여자친구이다. 몇 번 같이 보고 둘이 친해지더니 어느덧 결혼한다고 연락이 왔다. 그래서, 중국여자와 한국남자가 결혼해서 사는 것이 예사롭지 않다는 것을 좀 말해주고 싶기도 했고.
하여간 베이징에 있을 때 같이 놀러도 다니고 둘이 친해지는 것을 옆에서 지켜봤고 거들었으며 충고도 했던 터라 일말의 책임도 느끼기도 했으니 션양에 온 김에 만나볼 요량이었다. 그런데 약속이 있다고 한다. 친구들이랑 선약이. 물론 늦게 연락한 것도 있긴 하지만 아쉬웠다. 하여간 둘이 10월에 결혼한다니 평생 사이 좋게 잘 살길 바란다. 그때 가기 힘들 거 같으니 미리 축하한다.
버스를 타고 시내 중심에 있는 짱스솨이푸(张氏帅府)로 갔다. 마침 길거리에 물붓으로 글씨를 쓰는 아저씨랑 한참을 놀았다. MBC 취재진이 자신이 쓴 글씨를 취재해 갔다고 자랑하기도 하고 온 동네 나라 관광객들에게 다 관심을 보이는 재미난 사람이었다.
짱스솨이푸는 동북군벌 짱줘린(张作霖, 1875~1928)의 따솨이푸(大帅府)와 그의 장자인 짱쉬에량(张学良,1901~2001)의 쌰오솨이푸(小帅府)로 나뉜다. 관저이기도 하고 사택이기도 한 이 옛 건물들은 당시 군벌의 힘이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컸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