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스를 뜨는 여인(The Lacemaker, 1632-1675).
Vermeer
맑고 부드러운 은빛으로 가정의 평화로움을 강조 이 외에도, 베르메르는 렘브란트를 연상시키는 붉은색, 갈색, 은색은 명암 대비를 위한 또 하나의 기법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위 소녀와 여인의 작품들에서 보여지 듯이, 색조가 아주 뛰어나며, 적·청·황 등을 정묘한 대비로 함께 사용함으로써, 실내 풍경이 마치 비 개인 날 아침의 새벽 대기를 생각나게 합니다. 또한 맑고, 부드러운 빛의 조화로 한 가정의 조용한 정취와 가족 사이의 친밀감을 느끼게 합니다.
바로 위 네 그림 가운데 특히 세 번째의 '물주전자를 든 여인'과 마지막 네 번째의 '레이스를 뜨는 여인'에서 보는 것처럼, 빛을 이용한 미묘한 색조가 아주 돋보이는데, 붉은색·짙은 초록색·노란색의 정묘한 대비를 보여줌으로써 부드러운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모든 그림들이 맑으면서도 부드러운 빛과 은은한 색채를 각 화폭마다 조화롭게 구성하여, 마치 한 편의 서정시처럼 평화로운 가정 풍경을 묘사해 주고 있습니다.
그는 색조의 진가를 보여주었을 뿐만 아니라, 화폭 안에서의 공간표현과 구성의 거장이었습니다. 각 작품의 주인공인 인물이나 액자, 탁자, 의자, 과일, 창문, 커튼, 피아노, 악기, 거울, 주전자, 레이스 도구와 같은 사물의 배치와 구도 그리고 그 크기를 최전방과 중간, 그리고 먼거리와 최후방을 세밀하게 계산하여 배치함으로써 원근법을 강조하였으며, 안정감을 극대화시키고 있습니다.
빛의 가치를 기록한 객관적인 관찰과 예민한 통찰력지금까지 감상하고 살펴본 것처럼, 베르메르는 주요 인물로 등장하는 가족 구성원이 책이나 편지를 쓰거나 읽는 모습, 악기를 연주하는 모습, 또는 집안일을 하며 가재도구들을 다루는 모습 등을 햇빛이 비치는 창가를 배경으로, 온화하면서도 다정한 실내정경을 주요한 주제로 다루고 있습니다. 그는 대상을 객관적으로 관찰함으로써, 단원 김홍도나 혜원 신윤복의 풍속도가 우리의 삶을 사실적으로 보여주는 것처럼, 17세기 네덜란드의 생활을 풍속화로 정밀하고 생생하게 제작하여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전해주고 있습니다.
이와 같이 베르메르의 초기 작품에서 볼 수 있는 밝은 부분과 어두운 부분의 뚜렷한 대비는 만년이 될수록 점차 완화되었으며, 정경을 더욱 풍부하게 감싸주고 있습니다. 그 누구보다도 예민한 통찰력과 섬세함, 그리고 가정환경을 바라보는 순수한 눈으로 빛의 효과를 기록하였음을 확인하였을 것입니다. 이는 그가 네덜란드의 가장 위대한 화가들 가운데 한 명으로 평가받는 이유입니다.
앞에서의 그 어떤 다른 그림들보다도 마음 편안하고 여유롭게 감상하였을 것으로 확신합니다. 시공을 초월하여 1600년대의 어느 집 품 안으로 들어간 듯, 또는 그 옆에 조용히 앉아서 바라하고 있는 듯, 기분 좋은 착각 속의 감상이었으리라 생각합니다. 한편, 그 시대의 그림이지만 시대를 뛰어넘어 당시의 사진 9점을 보고 있는 듯도 한, 따듯한 경험이었을 것입니다.
이번 주말도 가족과 함께 즐거운 일 가득, 평화로운 시간 보내시길 바랍니다. 오는 한 주 내내 오늘 감상한 베르메르의 그림처럼 가족과 함께 잊지 못할 좋은 추억 만드시길 바랍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뉴스 앤 조이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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