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버섯과 모양새가 비슷한 먹물 버섯.
맛객
어린 시절 갓버섯은 흔하디흔한 버섯이었다. 강가의 풀밭에는 늘 소똥이 있었고 소똥 주변에서 많이 자라났다. 이걸 뚝뚝 끊어서 초장에 무쳐먹거나, 호박잎으로 여러 곁 싸서 아궁이 잿불 속에 파묻어 구워 먹기도 했다. 버섯 자체에서 나는 향은 미미하지만 쫄깃거리는 식감이 좋아 쇠고기와도 바꾸지 않는 버섯이었다. 그런 버섯도 환경의 변화로 인해 점차 보기 힘들어지고 있다. 사라져가는 게 어디 이 버섯뿐이겠는가마는. 갓버섯은 선도가 금세 나빠지는 단점이 있다. 따면 최대한 빨리 요리해 먹는 게 상책이다. 어린 시절의 추억도 되살릴 겸 호박잎으로 싸서 구워먹을 생각이다.
버섯은 참 오묘하다. 식물처럼 씨앗이나 뿌리로 번식하는 것도 아닌, 곰팡이 균으로 번식을 하고 암수 구분도 없다하니 말이다. 생육조건도 까다로워 송이나 능이는 아직도 인공재배가 되지 않고 있다하니 그 까다로움을 어떤 식물이 따라올 수 있을까?
생김새 또한 우리 민족의 질그릇처럼 담백한 것이 있는가 하면 화려함의 극치를 자랑하기도 한다. 화려한 만큼 맹독을 품고 있으니 인간사 버섯에서 배워도 되지 않겠는가. 세계 3대 진미(송로버섯, 거위 간, 철갑상어 알) 중 하나에 들어갈 정도로 버섯은 맛과 향을 자랑한다. 꽃송이버섯이나 운지처럼 항암성분이 많은 것은 약용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버섯은 자연의 선물이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