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전 내한 공연이 취소된 후 아쉬움을 삼켜야했던 많은 팬들이 고대하던 '엔니오 모리꼬네'의 첫내한 공연이 지난 10월 2,3일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열렸다.
공연장에는 많은 사람들이 어쩌면 생애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영화음악의 대가 '엔니오 모리꼬네'의 공연을 볼수있는 단한번의 기회라는 생각때문인지 많은 사람들이 공연장을 찾았다.
엔니오 모리꼬네는 <석양의 무법자>,<시네마 천국>, <미션>,<러브 어페어>,<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어메리카>,<말레나> 등 400여편이 넘는 영화음악을 작곡한 세계적인 영화음악가로 2007년 제7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평생 공로상을 수상하고, 같은 달 UN에서 열린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취임 기념 공연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그 명성과 공로를 인정 받은 바 있는 거장이다.
단원들이 무대에 오르고 드디어 엔니오 모르꼬네가 많은 사람들의 환호와 박수속에 등장했다. 검정색 정장을 차려입고 80이 다된 나이라고는 믿겨지지 않는 가볍고 경쾌한 걸음으로 무대에 오른 그는 고개를 깊이숙여 오래토록 자신을 사랑해준 팬들을 위해 인사를 건넸다.
오랜 기다림의 설레임 속에 첫곡으로 케빈 코스트너 주연의 영화 <언터쳐블>의 주제곡이 흘러 나왔다.빠르고 강하게 긴장감을 자극하던 첫곡이 끝나고 <원스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Once upon a time in America> – "데보라의 주제곡(Debora’s theme)"가 흘러 나오자 머리카락이 쭈삣쭈삣서는 전율이 느껴졌다.제니퍼 코넬리가 발레를 추던 장면이 머릿속에 떠올려지며 엔니오 모리꼬네의 아름다운 선율이 온몸을 감싸안았다.
어느 누구하나 숨소리 조차 크게내지 못한채 감동을 만끽하는 진정한 영화음악의 힘이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이어서 원스어폰어 타임 인 아메리카의 Poverty가 흐른후 The legend of 1900 (피아니스트의 전설)이 연주되며 비교적 서정적인 곡들로 이뤄진 "LIFE AND LEGEND (삶과 전설)"의 첫번째 테마가 끝났다.
이날 공연은 "LIFE AND LEGEND (삶과 전설)" ,"SOCIAL CINEMA (사회속의 씨네마)", "SCATTERED SHEETS (조각난 악보들)", "THE MODERNITY OF MITH IN SERGIO LEONE CINEMA (세르지오 레오네 영화의 신화의 모더니티)", "AGIC, LYRIC AND EPIC CINEMA (비극, 서정, 그리고 서사시의 씨네마)"의 4가지 테마로 분류되어 공연이 진행됐다.
두번째 테마인 "SOCIAL CINEMA (사회속의 씨네마)"의 곡들은 전쟁과 범죄,노동자의 사회적 테마들을 다룬 음악인지라 다소 무거운 분위기의 곡들이 선곡되었다.
<알제리의 전투>,<완전범죄>,<천국으로 가는 노동계급>,<전쟁의 사상자들> 등의 곡이 엔니오 모리꼬네의 사회에 대한 성찰을 음악적으로 진지하고 깊이있게 관객들에게 전달해 주었다.
세번째 테마인 SCATTERED SHEETS (조각난 악보들) <H2S>,<시실리안 패밀리>
,<어느날밤의 만찬>,<어느날밤의 만찬>,<막달레나> 등의 이태리 영화음악들이 연주 되었는데 두번째와 세번째 악장은 국내 일반팬들에겐 다소 낯설은 곡들이어서 객석의 집중도는 다소 떨어져 보였다.
"THE MODERNITY OF MITH IN SERGIO LEONE CINEMA (세르지오 레오네 영화의 신화의 모더니티)"의 챕터에서는 그 유명한 전설적인 서부영화 <석양의 무법자>를 비롯한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웨스트>,<석양의 갱들>의 곡이 연주되었다.특히 <석양의 무법자>의 익숙한 멜로디와 함께 휘파람 소리가 연주되자 객석에서는 환호가 터져 나왔다.
판초를 둘러맨채 시가를 입에 문채 멋지게 등장하던 클린트 이스트우드와 함께 흘러나오던 휘파람 소리와 '빠라바라 밤~바바밤~♪'의 그 멜로디.그곡을 바로 엔니오 모리꼬네의 지휘로 직접 듣게 되니 유년시절의 추억과 함께 색다른 감동의 물결이 밀려왔다.
"어떤 배우가 그의 음악이 나올 때 멋지게 말을 타고 등장하고 싶지 않겠습니까?"
영화배우이자 감독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2007년 제7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평생 공로상의 시상자로 나와 자신의 오랜 친구이자 동료인 자신인 엔니오 모리꼬네에 대한 애정과 존경심을 표현한 바 있다.
빨간 의상이 돋보이던 천상의 목소리 '수잔나 리가치'가 합창단과 어우러져 장엄한 화음을 들려주던 'The ecstasy of gold'는 깊은 울림을 주었다.
마지막 테마인 "AGIC, LYRIC AND EPIC CINEMA (비극, 서정, 그리고 서사시의 씨네마)"에 이르러서는 엔니오 모리꼬네의 대표 영화음악중 하나인 <미션>의 곡들 중심으로 공연의 클라이막스를 장식했다. 특히 Gabriel’s Oboe (가브리엘의 오보에)가 연주될 때는 단연 압권이었다. 이어 <미션>의 'Falls', 'In Earth as it is in Heaven'의 곡들이 연이어 연주되어 많은 박수와 환호를 받으며 엔니오 모리꼬네가 퇴장했다.
앵콜곡으로 <시네마 천국>의 주제곡과 사랑의 테마가 흘러 나오자 토토와 알프레도의 세대를 뛰어넘는 사랑과 우정의 감동을 온몸으로 느끼며 감동했다. 클라리넷, 플룻, 바이올린 연주로 이어지며 공연장을 찾은 이들에게 말 그대로 '시네마 천국'을 느끼게 해준 잊을수 없는 감동의 물결이 가슴 깊은 곳까지 전해져 왔다.이에 관객들은 끊이지 않던 박수갈채로 보답했다.The Ecstasy Of Gold와 마지막 앵콜곡인 Here's To You을 끝으로 두시간 30여분의 짧게만 느껴지던 공연은 막을 내렸다.
평소 자신의 연주곡에 클래식 연주는 물론 전자기타, 하모니카, 오보에 등 다양한 악기를 도입해 신선한 음악을 선보였다. 이런 특징을 제대로 전달하기 위해 그는 이날 80인조 로마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100인조 합창단을 이끌고 무대 위에 올랐다.
엔니오 모리꼬네는 80인조 로마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100인조 합창단을 지휘하며 2시간여 동안 객석을 꿈과 감동의 세계로 이끌 주었다.객석의 박수를 받을때마다 진심으로 깊이 고개숙여 인사를 하던 거장의 모습은 또하나의 감동으로 다가왔다.
한 가지 아쉬웠던 점은 클래식 공연을 소화하기에는 다소 부적합했던 올림픽체조 경기장의 선택이었다.소리가 집중되지 못하고 더군다나 클래식 공연처럼 예민하고 서정적인 공연장에는 맞지 않아 아쉬움을 남겨줬다.예술의 전당이나 호암아트홀등에서 치뤄졌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했다. 2일 공연에는 두 차례의 작은 음향사고도 발생하여 공연진과 관객들을 놀라게도 했다.
또한,공연장을 찾은 관람객들도 일부 아쉬운 관람태도가 눈살을 찌푸리게 했는데 공연중에 이동하거나,사진촬영이 금지 되었음에도 계속 플레쉬를 터트리며 찍어대는 사람들도 눈에 띄었다.
엔니오 모리꼬네의 영화음악을 듣는 순간 그가 마법사가 된것처럼 관객들을 영화의 한장면속에 살아숨쉬게 해주는 신비로운 마법과도 같은 순간을 경험하게 해주었다.엔니오 모리꼬네라는 이유만으로도 행복했던 내한공연은 왜 그가 영화음악의 거장인지를 음악으로 증명해준 시간이었다.
80이 가까운 엔니오 모리꼬네지만 그 열정과 뜨거운 음악적 에너지는 어떤 누구못지 않은 그가 꼭 다시 한번 한국을 찾기를 기대해 본다.
2007.10.07 18:32 | ⓒ 2007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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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과도 같은 행복한 순간 ,엔니오 모리꼬네 내한 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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