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석제주시에서 번영로를 따라 30분정도 가면 와흘본향당 표지석이 있다.
김강임
제주시 조천읍 와흘리 1274-1번지 와흘 본향당. 태초에 탄생이 이만큼 고요했을까? 10여 평 정도 되는 당집에 들어설 때 나는 꼭 심판을 받으러 가는 기분이었다.
'신이 머문다'는 와흘 본향당 들어섰다. 나를 위압하는 것은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태고의 신비처럼 느껴지는 팽나무, 팽나무 가지에 걸려있는 오색포편 물색(신을 아름답게 치장하는 옷), 마주보고 있는 2개의 석비, 동백나무에 걸려 있는 지전(저승 갈 때 가지고 간다는 돈), 그리고 타다 남은 향과 촛불. 이 모든 것이 나를 오싹하게 했다.
동행한 김 선생님은 가지고 간 술을 백조도령의 신위와 서정승 신위 앞에 바쳤다. 그리고 380년 된 팽나무 앞에도 술을 따랐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본향당집은 바람 한 점 일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