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버스기사, 외면하지 마세요

등록 2007.10.11 11:00수정 2007.10.11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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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버스에 붙어 있는 승객에게 서비스를 하기 위한 다짐

버스에 붙어 있는 승객에게 서비스를 하기 위한 다짐 ⓒ 김정애

버스에 붙어 있는 승객에게 서비스를 하기 위한 다짐 ⓒ 김정애

 

“어서 오세요~”
“어서 오세요~”


종로 5가에서 의정부 일대를 운행하는 대원여객 버스에 오르면 승객들에게 일일이 인사를 건네는 기사아저씨, 그러나 승객들의 반응은 의외로 무덤덤하다.

 

그럴 만도 한 것이 그동안 시내버스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은 난폭운전, 무정차, 불규칙한 배차간격, 불친절 등 부정적인 면이 많았는데 느닷없이 기사아저씨의 친절한 인사를 받으려니 어리둥절할 수밖에….  나 또한 준비된 인사말도 없고 왠지 어색해 그냥 버스에 오르곤 했다.

 

그런데 문득 2003년도에 잠시 호주에서 생활했을 때 아침마다 버스를 타면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버스기사와 승객이 서로 "good morning~!"이라고 인사를 주고받던 기억이 났다. 그들에겐 몸에 밴 습관이고 의례적인 것이었지만 공원에서 마주치거나 버스를 탈 때 주고받는 짧은 순간의 교감은 까만 머리의 이방인에겐 가슴까지 따뜻함이 전해져왔다.

 

이처럼 국적이 다른 사람들일지라도 경계의 벽을 허물게 되고 상대방의 기분까지도 좋게 해 주는 인사를 일방적으로 받고 있으려니 미안한 생각이 들어 남들이 하는 대로 따라 하리라 마음먹고 승객들의 반응을 한참동안 눈여겨봤다.

 

그런데 대부분 승객들은 요금통에 현금을 넣거나 버스단말기에 카드를 찍고는 못들은 듯 그냥 지나치거나 어정쩡한 태도를 취할 뿐 제대로 인사를 하는 사람이 없었다. 기사아저씨 혼자만이 일방적으로 “어서 오세요~”를 반복하고 있는 모습이 민망하기까지 했다.

 

몇 정거장을 갔을까? 녹음기를 틀어 놓은 듯 정거장마다 반복되는 인사에 “수고가 많으십니다”라며 버스에 오르는 60세가량의 아저씨의 그 소리가 마치 나에게 한 듯 어찌나 반갑게 들리던지…. 기사아저씨도 금방 목소리에 생기가 넘치는 듯했다.

 

버스 앞면에 붙어 있는 “승객에게 친절히 인사하기” “정류장 무단통과 안 하기”라는 글귀로 보아 회사 측에서 승객을 위한 서비스의 일환으로 실천하고 있는 듯했다. 어쨌거나 승객 입장에선 손님 대접을 받는 것 같아 기분도 좋았지만 요금을 인상할 때마다 구호로만 외치던 질적인 서비스 향상이 지켜지고 있는 것 같아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시민의 한 사람으로 내심 흐뭇했다.

 

1970년대 학창시절을 돌이켜보면 콩나물시루를 방불케 했던 시내버스는 노후차량에다 정비 불량으로 툭하면 운행도중 고장이 나곤 했다. 등교길에 고장이라도 나는 날은 낭패가 아닐 수 없었다. 가뜩이나 발 디딜 틈도 없이 만원인 버스에 정원을 무시한 채 고장난 버스 승객들까지 옮겨 타야 했으니까 배차간격이 들쭉날쭉하다보니 또 언제 올지 모르는 버스, 지각을 면하려면 태워 주는 것만으로도 감지덕지했던 시절.

 

어찌나 많이 태웠는지 닫히지도 않는 문에 매달려 안내양은 “오라이~”를 외치며 차체를 쾅~!쾅~! 두드렸다. 사인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기사아저씬 능숙한 솜씨로 곡예를 하듯 ‘S자’ 커브를 틀어 버스가 터지도록 승객을 밀어 넣고서야 문이 닫히곤 했다.

  

더욱이 하절기엔 흰 카바양말에 하얀 운동화를 신고 집을 나설 때의 상쾌함은 어디로 사라지고 만원 버스에 시달리면서 이리 밟히고 저리 밟혀 얼룩진 운동화를 보며 울상을 지었던 일이 허다했다.

 

그런데 요즘은 냉난방 장치에 정거장엔 친절하게도 버스가 도착할 시각까지 알려주는 시스템이 설치되고 장애인이나 노약자가 이용하기에 편리하도록 만들어진 저상버스도 등장했다. 그리고 일부 버스회사에선 고객만족을 넘어 감동을 주고자 노력하는 모습에서  승객에 대한 서비스는 꿈도 꿀 수 없었던 시절을 생각하면 격세지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손바닥도 마주쳐야 소리가 난다’고 시민의 발인 시내버스가 좀 더 선진화된 모습으로 거듭나기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는 요즘 ‘승객에게 친절히 인사하기’가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어 정착될 수 있도록 이용하는 시민들도 기사아저씨에게 “안녕하세요” “수고가 많으십니다” 등 간단한 인사를 건넸으면 하는 바람이다.

2007.10.11 11:00ⓒ 2007 OhmyNews
#버스 #서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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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십니까~? 저는 글쓰기를 좋아하는 52세 주부입니다. 아직은 다듬어진 글이 아니라 여러분께 내놓기가 쑥스럽지만 좀 더 갈고 닦아 독자들의 가슴에 스며들 수 있는 혼이 담긴 글을 쓰고 싶습니다. 특히 사는이야기나 인물 여행정보에 대한 글에도 관심이 많습니다. 이곳에서 많을 것을 배울 수 있길 희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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