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 '짬밥'보다 맛없는 학교 밥, 정말 '안습'

비교 체험 극과 극! 서울지역 대학 학생식당 체험기

등록 2007.10.13 15:40수정 2007.10.14 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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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국민대학교에 다닌다. 2004년 봄. 오후 수업을 마친 나는 허기진 배를 달래며 학생식당으로 향했다. 항상 돈가스, 볶음밥 종류가 대부분이었기에 별다른 고민을 하지 않고 '수제 돈가스'를 주문했다. 하지만 이게 뭔가! 견본에 나온 화려한 장식과는 달리 내가 받은 식판은 돈가스 한 점에 쌀밥, 그리고 단무지 세 쪽이 전부였다.


'아줌마 이게 뭡니까~, 샐러드와 감자튀김은 어디로? 재료가 떨어지면 판매를 하지 말든가. 아니면 값을 좀 적게 받든가!'

오만가지 생각이 머릿속을 맴돌았지만 너무 배가 고팠던 나는 울며 겨자 먹기로 2200원을 내고 밥을 먹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한 장의 사진을 찍어 우리학교 학생들이 많이 모이는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려 놓았다.

우리학교 밥은 정말 '안습', 군대도 이렇게 안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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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제 돈가스(2200원) 우리 학교 식판, 그야말로 '안습' ⓒ 박상익


사진이 올라간 후 학생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수많은 댓글들이 나의 생각을 옹호(?)했다.

"군대 '짬밥'이구만."
"'짬밥'보다 더한 것 같은데?"
"군대에서 이렇게 나오면 탈영병 급증합니다! 군대에서도 이렇게는 안 나옴(00년 만기제대 예비역 병장)."

"위의 식사는 원가 한 700원 나올려나? 식당 2배 장사도 아니고 3배 장사하네 --+(02년 만기제대 예비역 병장)."
"요즘 군대 반찬 겁나 좋습니다. 항상 고기 반찬 1개 정도는 나옵니다. 여름에는 수박 등 과일도 나오고 가끔 가다 여름에 메타콘도 줍니다."



이중 가장 재밌었던 댓글은 경제학적으로 접근한 다음 댓글이었다.

"아무리 비싸게 팔아먹는다 계산해도 단무지 하나당 10원씩 30원, 밥 450원, 국 300원, 돈까스 500원, 합이 1280원 -_-;;;"


이 사진은 나중에 학교신문에 실려 많은 학생들의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별다른 변화는 없었고 나는 그 이듬해 군대에 입대했다. 2007년 전역 후 학교를 다시 찾았다. 학생회관을 새로 지어, 학생식당이 아주 쾌적하고 깨끗해졌다. 하지만 식당만 쾌적해졌을 뿐 맛은 전혀 바뀌지 않았다.

만두 3개뿐인 만두국, 평양에서도 만두를 얼려 먹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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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식 왕만두국(2200원) 정갈해 보이지만 맛은 전혀 그렇지 않다. 만두는 냉동 만두보다 맛없었다. ⓒ 박상익


바뀐 학생식당에서 처음 맛본 메뉴는 그 이름도 찬란한 '평양식 왕만두국', 겉으로 볼 때는 정갈해 보였다. 당연히 맛도 좋을 것이라 기대했다. 숟가락으로 국을 휘저으며 만두를 찾았다. 그러나 만두를 찾기는 정말 힘들었다. 열심히 찾아보니 들어있는 만두는 달랑 3개. 어렵게 찾은 만두도 슈퍼에서 파는 냉동만두와 별반 차이가 없었다. 

3년이 지나도 변한 게 없었다. 처음엔 '울며 겨자 먹기'로 몇 번 학생식당에 갔지만, 이제는 일주일에 한 번도 가지 않는다. 인내심의 한계가 온 것인가?

혹시 나만 불평 불만을 쏟아내는 것이 아닌지, 다른 사람들의 생각은 어떤지 궁금하여 학교 커뮤니티의 익명게시판에 글을 남겨보았다. 글을 올린 지 사흘 만에 30개의 댓글이 달렸다. 만족한다는 댓글도 있었지만 강한 불만을 나타내는 댓글이 훨씬 많았다.

"비싸고 맛없어요."
"대부분 지방과 탄수화물로 이뤄져서 살찌는 원인입니다. 단백질이 너무 부족해요."
"정말 2200원이 아깝다는 생각이 듭니다."
"사람들이 회사밥 엉망이라고 하는데 너무 학교밥이 맛이 없어서 저는 회사밥이 더 맛있습니다."


맛집 찾아 삼만리, "와~ 정말 학교 다닐 '맛' 나겠다"

'그래, 더 이상 이렇게는 참을 순 없어. 다른 학교 밥은 어떤 거야? 원래 다들 맛이 그럴까? 아니면 우리학교 밥만 이렇게 맛없을까?'

나는 궁금해졌다. 나는 친구들에게 학교밥이 맛있다는 몇 군데를 추천 받아 10월 10일부터 12일까지 무작정 '서울지역 대학교 학생식당 투어'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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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상익

가장 먼저 떠난 곳은 학교와 가까운 A여대였다. 이곳은 주메뉴와 반찬 등을 개별 가격으로 팔고 있었는데 밥은 500~600원, 주메뉴는 1400원, 각종 반찬은 300원 정도로 저렴한 편이었다. 나는 류산슬 덮밥과 참치김치찌개를 주문했다.

"아줌마 밥 많이 주세요~"라는 말에 양껏 퍼주었다. 푸짐한 양에 맛도 좋았다. 같이 밥을 먹던 친구는 "네가 남자라서 아주머니들이 많이 좋아하는 것 같은데? 밥 퍼준 거 봐"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며칠 뒤, 운동을 하고 나니 배가 고팠다. 마침 밥을 사주겠다는 친구의 말이 생각나 무작정 친구의 학교로 달려갔다. "친구! 자네 학교 학생식당의 밥을 보여주게~"라며 은근슬쩍 얻어먹기로 했다. B대학도 A여대처럼 종류별로 가격을 매겨 판매하고 있었다.

마침 카레밥이 먹음직스러워 보여 식판에 얹고, 계란옷을 입혀 노릇하게 구운 두부도 얹고, 고추장찌개와 디저트용 바나나를 올리니 가격은 2700원 정도 나왔다.

'음, 한 끼 식사값 치고는 조금 비싸네.'

하지만 나는 우리학교 식당에서 2700원을 내고 최악의 참치김치치즈돌솥밥을 먹은 기억이 있기에 이 정도는 오히려 저렴한 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B대학 학보사 기자 활동을 하는 친구에게 학생들의 의견이 어떤지 물어봤다.

"너희 학교 학생식당 밥은 먹을 만한 것 같냐? 다른 애들 반응은 어때?"
"응. 뭐 엄청 맛있다고 할 수는 없어도 가격에 비해선 괜찮은 것 같아. 불만 있는 애들도 거의 없고…."


같은 급식회사, 매우 다른 밥맛

내친김에 C대학으로 갔다. 물어물어 찾아가니 이미 저녁 영업시간이 끝날 무렵이었다. 무엇을 먹을까 고민하다가 식당 앞에 붙은 급식회사 문구를 보고 깜짝 놀랐다.

'어! 여기 우리랑 같은 급식회사잖아! 이거 괜히 온 거 아냐?'

그래도 여기까지 왔는데 밥은 먹어봐야지. 메뉴를 살펴보니 양식과 부대찌개가 진열되어 있었다. 가격은 2400~2500원. 단일메뉴로 보자면 저렴한 가격은 아니었다. 점심 때 카레를 먹었기에 2500원을 내고 새우볶음밥을 먹었다.

한 술 뜨면서 드는 생각, '이런… 정말 맛있잖아.' 정말 '눈물나게' 맛있었다. 나는 그릇에 붙어있는 밥풀까지 싹싹 떼어 먹었다. 급식 회사는 같아도 음식을 만드시는 분에 따라 밥맛이 다를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많은 생각이 들었다. 우리학교 밥을 맛있게 먹는 사람도 있고 내가 맛있게 먹었던 다른 학교 밥을 맛없게 생각하는 그 학교 학생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만난 우리학교 학생들 중에 학생식당 밥을 좋게 평가하는 이는 거의 없었다.

가장 큰 문제는 2200원에서 2700원 사이의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은 대학생에게는) 저렴하지 않은 가격으로 판매하는 밥이라면 맛과 질이 중요한데 그것을 충족시키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학생들 사이에는 항상 급식회사와 학교, 총학생회까지 성토하는 글이 심심치 않게 올라온다.

하지만 고민해 봐야 무슨 소용이 있나. 주면 주는 대로 먹는 것이 우리 학생의 숙명인 것을…. 게다가 우리학교는 밖에 나가서 먹을 만한 곳도 없단 말이다!

울고 싶다! 정말~.

덧붙이는 글 | <우리학교 식판> 응모글입니다.


덧붙이는 글 <우리학교 식판> 응모글입니다.
#식판 #학생식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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