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거릿 대처는 위대한 정치가? 고약한 전염병?

[화제의 책] 박지향의 <중간은 없다>

등록 2007.10.13 19:46수정 2007.10.13 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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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파랑


영국의 여성 정치인 마거릿 대처(82)처럼 그 평가가 극단으로 엇갈리는 사람이 또 있을까?

대처를 지지하는 이들은 그를 "2차대전 후 영국에 만연했던 의존주의와 게으름을 척결한 철의 여인이자, 영국부흥의 영웅"이라 부르지만, 또 다른 이들은 "고약한 전염병 같았던 여자"라고 폄하한다. 노동조합 활동을 부정하고, 영국을 전근대적 보수사회로 되돌렸다는 판단에서다.


그렇다면, 대체 진실은 뭘까? 대처는 제2의 영국 부흥을 견인한 '위대한 정치가'였을까? 그게 아니면, 일부 '가진 자'를 위해 탄광 인부와 부두 노동자를 탄압한 '고약한 전염병'이었을까?

한국에선 서양사학을 전공하고, 뉴욕주립대학에선 철학을 공부한 서울대 교수 박지향(54)이 최근 출간한 <중간은 없다 - 마거릿 대처의 생애와 정치>(기파랑)는 이 질문에 이렇게 답한다.

"누가 뭐라 해도 대처는 '대처 혁명'이라 불러 마땅할 거대한 변혁을 이끈 긍정적 정치인이자, 영국사회의 작동방식을 바꾼 극적인 인물이다."

이는 분명 호의적인 평가다. 하지만, 박 교수가 처음부터 대처에 대해 우호적이었던 것은 아니다.

박지향이 런던에서 박사학위를 준비하던 1984년. 대처에 비협조적이었던 영국 광부노조가 파업을 선언한다. 박씨는 대처를 격렬하게 비난하며 노조를 위한 후원금까지 쾌척한다. 그 파업이 광부들의 패배로 끝났을 땐 분에 못 이겨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그랬던 박지향이 어떤 이유로 대처의 정치·경제 정책에 매료됐으며, 나아가 삶에까지 관심을 기울이게 됐을까? 박씨가 저자 서문에서 스스로 밝히는 이유는 이렇다.

"이 책은 내 젊은 시절의 환상에 대한 되새김이다. 대처를 몹시 미워했던 내가 이제 대처가 이룬 것을 높이 평가하는 책을 내게 된 것은 연륜이 주는 가르침 덕분이다."


이 말은 비판과 논란을 부를 여지가 충분하다. 앞서도 언급했지만, 마거릿 대처에 대한 세간의 평가는 현재까지도 여전히 극단을 달리고 있다. 박지향의 선언적 어투는 대처에 대해 비판적 자세를 견지하는 이들에겐 '변절'로 읽힐 가능성이 충분하다.

1979년부터 3번의 총선거를 승리로 이끌며 11년이 넘는 기간 동안 영국 총리직을 수행한 마거릿 대처. 긴축적 재정정책을 리드함으로써 경제부흥을 이끌었고, 1982년엔 포클랜드 전쟁에서 이겨 영국이 종이 호랑이가 아님을 보여줬다는 평가가 있지만, 그의 '반노동자-반노동조합' 성향에 분노한 사람의 숫자도 적지 않았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

책은 대처의 생애와 정치 역정을 되짚으며, 그 안에서 긍정과 희망의 메시지를 찾아 사람들에게 전달하려 한다. 하지만, 저자의 그런 노력을 조소하거나 반대 입장에서 논쟁을 걸어올 독자들이 존재할 가능성은 여전하다. 대처의 집권 시절 자유주의적 성향의 록밴드가 냉소적인 그들의 노래로 대처의 열정을 조롱했던 것처럼.

어쨌건 나쁘지 않다. 한국사회에 정치의 계절이 돌아왔다. 목전으로 다가온 대통령선거. 국민들 모두가 정치평론가가 되는 시기다. 그들은 현재의 '한국 정치'가 아닌 과거의 '영국 정치인'에 대해 어떤 평가를 내놓을까?

박지향이 논란을 불사하고 던져놓은 "오늘날, 한국사회에서 '대처주의(ism)'는 어떤 의미를 지니는가"라는 화두. 몹시도 민감하고 뜨겁다.

중간은 없다 - 마거릿 대처의 생애와 정치

박지향 지음,
기파랑(기파랑에크리), 2007


#대처 #마거릿 대처 #중간은 없다 #박지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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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꽃> <한국문학을 인터뷰하다> <내겐 너무 이쁜 그녀> <처음 흔들렸다> <안철수냐 문재인이냐>(공저) <서라벌 꽃비 내리던 날> <신라 여자> <아름다운 서약 풍류도와 화랑> <천년왕국 신라 서라벌의 보물들>등의 저자. 경북매일 특집기획부장으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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