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대적인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는 삼성SDI가 회사의 구조조정을 규탄하는 집회에 참석한 노동자들에게 경고장을 발부해 논란을 빚고 있다.
삼성SDI는 지난 6월 28일 부산공장 정문 앞에서 열린 집회에 참석한 노동자들에게 "회사를 비방하는 집회에 참석해 회사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취지의 경고장을 지난 7월 초 발부한 것으로 확인됐다.
삼성SDI가 문제삼은 것은 사내기업 노동자들의 계약해지에 항의하는 집회로, 민주노총과 금속노조가 주최했다. 이 집회에는 삼성SDI 노동자 50여명 등 총 400여명이 참석해 삼성SDI의 일방적 구조조정에 항의했다.
"회사비방 집회 참석은 회사의 명예를 훼손한 행위"
<오마이뉴스>가 입수한 경고장(7월 3일)에 따르면, 삼성SDI는 "당 사업장은 현재 급격한 경영악화 상황에 따라 노사 모두가 합심해 이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을 다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귀하는 당사와 아무런 관련이 없는 외부인들이 주최한 회사 비방 취지의 집회에 참석한 사실이 확인되어 관련문제점을 지적 및 경고한다"고 밝혔다.
삼성SDI는 "귀하의 행위는 당사업장의 취업규칙 제 48조 17호(회사의 명예를 훼손하며 사원으로서의 체면을 손상한 행위)를 위반한 사항"이라며 "회사 사유지인 정문 앞에서 이러한 집회에 가담한 것은 회사의 질서유지권에 대한 명백한 위반행위"라고 지적했다.
구조조정 규탄 집회가 열린 다음날 삼성SDI 측은 집회에 참석한 노동자들에게 경위서 작성을 요구했고, 이에 직원들이 "그냥 구경만 했는데 무엇이 문제냐"며 거부하자 경고장을 발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SDI 측은 일부 노사협의회 위원들이 경위서 작성 요구 등에 반발하자 '이미 발부한 경고장을 회수하겠다'며 한발 물러선 상황이다.
당시 집회에 참석했던 한 삼성SDI 해고노동자는 "삼성SDI 창사 이래 현직 노동자들이 민주노총 집회에 60여명 참관한 것이 처음이라서 회사는 큰 충격을 받았을 것"이라며 "이번 삼성SDI 탄압은 차후 집회 참관자가 늘어날 것을 우려한 방어용 조치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삼성SDI에서는 생산량이 줄어 반 강제적으로 노동자들의 월차를 이용해 순환 휴무를 실시하고 있다"며 "오랫동안 구조조정에 시달려온 삼성노동자들이 더 이상 구조조정을 당하지 않기 위해 대대적인 저항이 시작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구조조정 반발해 과장급 간부들 집단행동에 나서
한편 삼성SDI와 삼성전자의 희망퇴직 대상자(과장급)들이 일방적인 구조조정에 반발하며 모임 결성 등 집단행동에 나서 노동계가 주목하고 있다.
과장급에 대한 구조조정이 본격화된 이후 수원과 천안에서 '삼성의 잘못된 역사를 바꾸는 사람들의 모임'(삼역모), 부산에서 '삼성 과장 연합'(스카이)이 구성돼 '무노조 경영'을 유지해온 삼성을 긴장케 하고 있다.
삼성은 최근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실시하고 있으며 올 상반기 삼성SDI에서만 100여명의 노동자들이 '희망퇴직'이라는 이름으로 사실상 해고됐다.
2007.10.17 14:51 | ⓒ 2007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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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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