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병, 국가적 대책이 필요하다

3년 전 평생 고생해야 한다는 당뇨병 대열에 동참하다

등록 2007.10.19 10:08수정 2007.10.19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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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스푼으로 덜어내는 것처럼 살이 쭉쭉 빠졌다. 거의 쌀 한가마니에 육박하던 몸무게가 열흘 만에 70kg 남짓으로 줄어버렸다. 늘 빵빵하던 바지가 주먹이 쑥 들어갈 정도로 널널해졌으며 퉁퉁하고 부석부석하던 얼굴도 턱 선이 살아났다. 갑자기 총각 시절의 몸매와 얼굴을 다시 찾게 되었다면 다이어트에 열중하는 사람들이 부러워하겠지만, 문제는 그것이 당뇨병에 의한 것이라는 점이다.


당뇨병이 내 몸에 깃든 것은 3년 전 이맘 때였다. 직장에서 점심 식사를 한 다음 견디기 어려울 정도의 피곤에 휘감겼다. 마라톤 풀코스를 완주하기라도 한 것처럼 파김치가 되어 꾸벅꾸벅 졸았다. 처음에는 과로와 과음이 겹친 탓으로 여겼는데, 견딜 수 없는 피로가 계속 나를 압박했다.

퇴근하여 귀가할 때 느끼는 허기도 예전과는 전혀 달랐다. 마치 며칠이나 굶은 것처럼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은 몸을 추슬러 간신히 돌아오기 일쑤였다. 허겁지겁 밥을 챙겨먹고 나면 죽을 것 같은 허기와 피곤에서 겨우 벗어날 수 있었다.

몸에 이상이 왔다는 가장 큰 증거는 갈증이었다. 사하라 사막의 중심에 선 것처럼 무섭게 밀려드는 갈증은 아무리 물을 마셔도 사라지지 않았다. 사무실에 비치된 생수통에 든 물의 대부분을 내가 소비할 정도였다. 그렇게 물을 마시다보니 자연히 소변의 양도 많아졌으며 물을 마시고 소변을 보느라 밤잠을 설칠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그러기를 얼마만에 앞에 열거한 급격한 다이어트 증상이 나타나게 되었다. 직장을 조퇴하고 병원을 찾은 결과 즉석에서 당뇨라는 진단을 받게 되었다. 당시 측정된 혈당치가 무려 460, 정상수치의 무려 4배를 초과하고 있었다.

그때부터 나는 치료가 되지 않아 평생 고생해야 한다는 당뇨병 환자의 대열에 동참하게 되었다. 대부분 그렇듯이 병을 얻게 된 주범은 나 자신이었다. 이럴 줄 알았다면 음식을 알맞게 섭취하고 일주일에 한번이라도 등산을 해야 했다고 후회했지만 후회는 언제나 때를 놓친 다음에 찾아오게 마련이다.


게다가 먹고 싶은 것은 왜 그리 많은가, 예전에는 거들떠보지도 않았던 아이스크림과 콜라, 과자 같은 것들이 그렇게 당긴다. 먹지 말하고 하니까 더욱 당기는 모양인데, 그것들을 입에 대지 않기 위한 노력은 처절하기까지 할 정도였다.

당뇨병은 췌장에서 인슐린이 분비되지 않아 생긴다. 섭취한 음식물은 췌장에서 분비되는 소화효소에 의하여 포도당으로 바뀐 다음 산소와 함께 구석구석의 세포에 운반되어 활동에 필요한 에너지가 된다. 그런데 어떤 이유로 인해 췌장이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여 인슐린이 부족하거나 결핍되면 포도당이 세포 내로 들어가지 못하고 혈관을 흐르다가 소변으로 배설된다. 에너지로 사용될 당분이 소변을 통해 배출되다보니 무기력과 피곤함을 느끼게 되고 심한 허기와 갈증을 동반하는 것이다.


당뇨병이 일정 기간 이상 진행되면 당분으로 혼탁해진 혈액 때문에 모세혈관에 제대로 혈액이 공급되지 못하게 된다. 그 결과 심장에서 가장 먼 다리의 세포가 괴사하게 된다. 당뇨합병증으로 다리를 잃게 되는 경우는 교통사고 다음으로 많다고 한다. 그리고 혈관이 섬세하게 얽혀 있는 안구(眼球)에도 영향을 끼치게 된다. 당뇨병의 말기 증상인 실명(失明)과 다리 절단은 정말 치명적이다. 그밖에도 신부전증 같은 심각한 합병증을 동반하는 당뇨병 환자가 급격히 늘어가는 추세에 있다는 것은 매우 우려스럽다.

그리고 당뇨병은 다른 성인병을 동반하기 쉽다. 나도 그렇지만 많이 먹고 적게 움직였던 것이 발병의 원인인 만큼 환자의 상당수가 과체중과 고혈압, 고지혈증 등을 가지고 있다. 그것들이 진행되는 과정의 마지막이 당뇨병이라고 보면 그리 틀리지 않을 것이다. 상당히 진행된 다음에야 자각증상이 발생하는 당뇨병은 마지막 남은 도미노 칩의 모습이거나 폭발을 기다리는 시한폭탄의 뇌관과 흡사하다.

당뇨병이 특히 우려스러운 점은 그로 인해 생존능력을 잃게 된다는 점이다. 무기력하여 생산력이 능력이 떨어지는 직원을 달가워할 직장이 어디 있겠는가, 다른 이유로 강제해고를 당해 복직소송을 제기하고 있는데 차라리 그것이 다행스럽다고 생각할 정도다. 그렇지 않았다면 견디지 못하고 스스로 사표를 내었을 것이 분명하다.

그냥 집에 있어도 피곤과 졸음을 견디기 어려운 상태인데 주로 육체를 움직여야 하는 근로환경을 버텨내기 어려웠을 것이다. 정상적인 생존경쟁을 불가능하게 만들어 가족의 생계마저 위협하는 무서운 질병인데도 그것의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하는 점도 우려스럽다.

일단 발병하면 완치가 불가능하지만 적절한 식이요법과 운동을 병행하면 완치에 가까운 효과를 볼 수 있다. 당뇨병은 무엇보다도 혈당 조절이 가장 중요하다. 대부분의 환자가 약물치료와 함께 식사 조절과 운동요법을 사용하고 있으며 나 역시 그렇게 해보았다. 그런데 식사 조절에서부터 문제가 발생했다.

맞벌이를 해야 겨우 먹고 살 수 있는 처지에 나만을 위한 별도의 식단을 짠다는 것이 그리 만만치 않았던 것이었다. 시간에 쫒기다보니 주로 아이들 위주로 식사를 준비하게 하게 되는데, 아이들이 고기와 라면 등을 워낙 좋아하다보니 거기에 이끌리는 경우가 빈발했다.

먹는 양을 줄일 수는 있어도 혈당 조절에 필수적인 야채나 섬유소 등을 섭취하기 어렵게 된 것이다. 비단 나뿐 아니라 맞벌이를 하는 가정에서는 흔히 발생하는 일이다. 최근 당뇨병이 급격히 증가한 것과 맞벌이를 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사회구조는 분명히 연관이 있어 보인다.

현재까지의 경과는 그리 성공적이지 못하다. 계속 이렇게 나가다가는 어느 날 아침 눈을 떴는데 사물이 흐릿하게 보이거나 다리에 감각이 느껴지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 실명과 절단이 남의 이야기가 아닌 것이다. 물론 그렇게 되고 싶지 않다. 누군들 자신이 괴롭고 가족의 부담이 될 신세가 되고 싶겠는가. 각자가 부단히 노력하는 길 밖에 없겠는데 우리 사회는 도움을 받을 여지가 거의 없다. 정점(頂點)을 지나 추락이 시작된 롤러코스터에 탄 것만 같은 심정이다.

앞으로 당뇨병이 가져올 피해는 대단히 심각하다. 30년 전만 해도 100명 중 1명꼴이었던 성인 당뇨병 환자가 2003년 현재 전체 인구의 7.75%로 불어났으며 매년 기존환자의 10%에 달하는 신규 환자가 발생하고 있다.

대한당뇨병학회는 이러한 상태로 나간다면 2010년에는 전 인구의 10% 선으로 폭증할 것으로 경고하고 있다. 실로 당뇨 대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상황이 여기에까지 이르렀다면 국가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본다.

가장 중요한 것은 예방이겠지만 이미 발생한 환자들에 대해서는 적절한 조치가 요구된다. 당뇨병 환자의 증가는 그만큼의 국가경쟁력 저하를 의미하지 않는가, 개인과 국가의 경쟁력을 보전하기 위한 방도는 반드시 마련되어야만 한다.

덧붙이는 글 | [성인병 탈출]


덧붙이는 글 [성인병 탈출]
#성인병 #당뇨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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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권 출판을 목표로 하는 재야사학자 겸 작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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