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운영지원비는 '헌법 31조' 위반"

[주장] 의무교육은 무상교육 돼야

등록 2007.10.19 17:13수정 2007.10.19 18:26
0
원고료로 응원
a

ⓒ 참교육을 위한 전국 학부모회

ⓒ 참교육을 위한 전국 학부모회

“학교 운영지원비라는 것 아세요?”
“운영위원회 회비 말씀 하시는 것인가요?”
“회비는 아닌 것 같고 학교에서 스쿨뱅킹으로 분기당 4만7천원 정도 인출해 가거든요.”
“글쎄요, 잘 모르겠는데요. 한번 알아보겠습니다.”

 

장아무개씨는 시민단체 모임에서 처음 만나 가끔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다. 장씨에게는  중학교에 다니는 아들이 있다. 학교 운영지원비가 있다는 사실을 그를 통해 알게 되었다. 의아했다. 의무 교육기관인  중학교에서 공식적으로 운영비를 걷는다는 사실이. 무엇인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의무교육은 무상교육이 되어야 한다

 

아니나 다를까! 현재 뜨겁게 쟁점으로 부각되고 있는 사안이었다. 학부모 단체인 ‘참교육을 위한 전국 학부모회(이하 참학)’에서 중학교 운영지원비 납부 거부 운동을 벌이고 있었고 이미 납부한 운영비에 대해서도 반환 청구 소송을 제기한 상태였다. 지난 10월 9일 ‘참학’에서는 운영지원비 납부에 반대하는 학부모들의 서명을 받아서 법원에 제출했다.

 

10월 10일에는 경기도 지역에서 ‘학교운영지원비 폐지 운동본부’ 출범식과 토론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학교 운영지원비 납부 거부 운동'을 전국적으로 확산시키기 위해 ’찾아가는 설명회'를 개최하자고 결의했다.

 

“대기업이나 공무원들은 교육비를 국가나 회사에서 지원받기 때문에 사실 운영지원비도 돌려받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중소기업 다니는 분들이나 자영업자들은 지원받지 못하고 있지요. 거꾸로 된 것이지요. 사실은 소득이 적은 분들이 지원 받아야 하거든요.”

 

최주영 참학 경기지부장은 전화 통화에서 이렇게 말했다. 또, "헌법 31조 3항에 '의무교육은 무상으로 한다'고 명시돼 있는데 의무교육기관인 중학교에서 학교 운영지원비를 징수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경기도 교육비 6% 정도 확충해서 운영지원비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운영비 사용처는 대부분 비정규직 인건비와 교원 연구비다. 학교운영비는 지역에 따라 연간 14만~21만원을 학부모가 부담한다. 전국의 중학교 학부모들이 내는 학교 운영비는 연간 3700억원이다.

 

운영지원비는 그동안 사친회비. 기성회비. 육성회비 등으로 명칭을 바꿔 가면서 학부모들에게서 징수해 왔다. 학교 비정규직 근로자의 인건비, 교사들의 연구비 등에 70~80%를 사용하며, 나머지는 교육활동을 위한 교재·교구 구입비 등에 쓴다.

 

교육부에서 운영지원비를 걷는 법적 근거는 초·중등교육법 제32조 제1항 제7호의 규정이다. 학교운영위원회에서 학교운영지원비의 조성·운용 및 사용에 관한 사항을 심의해서 징수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이러한 법 조항에 대해 최 지부장은 위헌이라고 말했다. 상위법인 헌법 제31조 3항에 ‘의무교육은 무상으로 한다’가 명시되어 있기에 초·중등 교육법 32조 1항 7호 자체가 위헌이라는 것.

 

학부모들의 이러한 움직임에 대해 경기도 교육청 기획예산과 예산 담당 사무관은 전화 통화에서 난색을 표했다. "운영 지원비 징수 안하면 힘든 상황이다. 일선 학교에서 학교 운영하는데 대단히 힘이 들 것"이라며 "교육 예산 확충돼서 부족한 부분 채울 수 있을 때까지는 걷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예산확충 말고 다른 방법으로 운영지원비를 일선 학교에 보존해 줄 수 는 없느냐? 는 질문에 담당자는 “현재로서는 없다”고 대답했다.

 

운영지원비 폐지, 서민들에게는 '단비'

 

중학교가 의무교육이 된 것은 지난 2002년이다. 경기 교육청 담당자의 말처럼 학부모에게 운영 지원비를 걷지 않으면 당장 일선 학교에서는 예산에 혼선이 올 것이다. 언제나 있던 돈이 갑자기 없어지면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 참학 측에서도 그 부분은 인정하고 있기에 예산확충과 운영지원비 폐지가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학교 운영지원비 징수가 운영위원회 심의 사항이라고 하지만 일선 학교에서 회의를 통하여 운영 지원비를 폐지하는 것은 힘들 것이다. 참학에서는 내년 운영위원회에서 운영지원비를 심의하지 않도록 학부모 대상 설명회 등을 통하여 꾸준히 홍보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예산서에 이미 짜여져 있는 항목을 학부모들이 회의석상에서 폐지하자고 주장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세상 일에는 우선순위라는 것이 있다. 우선순위는 급한 순으로 이루어 지기도 하고 중요한 순으로 이루어지기도 한다.

 

운영경비를 없애서 학부모 부담을 줄여주고 무상교육의 취지를 높이는 것은 매우 시의적절하고 상징적인 일이다. 경기도 교육청에서는 중학생 학부모 1인당 연간 17만7840원을 운영 경비로 징수하고 있다. 이 금액이 부담스러운 학부모도 있을 것이고 그리 부담스럽지 않은 학부모도 있을 것이다.

 

현재 가장 큰 사회적 이슈는 먹고 사는 문제다. 또, 과다한 교육비 문제(사교육비 포함)는 서민들의 가장 큰 골칫거리다. 운영 지원비 폐지가 서민들에게는 가뭄에 단비처럼 달콤할 것이고 중산층에게는 무상교육 의미를 알게 되는 계기가 될 것이다. 때문에 운영지원비 폐지는 시의적적하고 상징적인 일이다.

 

돈의 쓰임은 조절하기 나름이다. 다만 그것을 조절하는 사람의 철학이 문제일 뿐이다. 교육부 철학이 학부모 부담 줄이고 무상교육이라는 높은 가치를 실현시키는 쪽으로 작용하길 바란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안양뉴스(aynews.net)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2007.10.19 17:13ⓒ 2007 OhmyNews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안양뉴스(aynews.net)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운영지원비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전세 대출 원금, 집주인이 은행에 돌려주게 하자" "전세 대출 원금, 집주인이 은행에 돌려주게 하자"
  2. 2 단풍철 아닌데 붉게 변한 산... 전국서 벌어지는 소름돋는 일 단풍철 아닌데 붉게 변한 산... 전국서 벌어지는 소름돋는 일
  3. 3 늙음은 자전거 타는 친구가 줄어들고, 저녁 자리에도 술이 없다는 것 늙음은 자전거 타는 친구가 줄어들고, 저녁 자리에도 술이 없다는 것
  4. 4 "한달이면 하야" 언급한 명태균에 민주당 "탄핵 폭탄 터졌다" "한달이면 하야" 언급한 명태균에 민주당 "탄핵 폭탄 터졌다"
  5. 5 대법원에서 '라임 술접대 검사 무죄' 뒤집혔다  대법원에서 '라임 술접대 검사 무죄' 뒤집혔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