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대운하인가, 영월동강댐인가

[주장] 한반도대운하, 남한강 치수와 연계해야

등록 2007.10.20 11:16수정 2007.10.20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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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온난화, 이상기온 등으로 기습폭우와 대홍수 등 기상이변 현상이 심각해지고 있다.

최근 강우 양상은 댐 설계 당시 추계했던 홍수량을 넘어서고 있다.  20세기 들어 전 세계적으로 약 200건 이상의 댐 붕괴 사고가 발생하여 약 11,000여명 이상의 인명피해가 발생했고, 우리나라 역시 1999년 경기도 연천댐을 비롯한 많은 댐과 저수지 붕괴사고 일어났다.
현행 하천법과 자연재해대책법은 각 댐의 붕괴 등을 대비하여 비상대처계획 (EAP, Emergency Action Plan) 수립을 의무화하고 있다.

이는 댐 붕괴 등 비상상황이 발생하였을 때 하류부의 생명과 재산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한 것으로서 댐 운영 및 관리책임자가 극한홍수 및 지진발생 조건하에서 댐의 물리적, 지형적, 구조적 특성에 따른 발생 가능한 비상상황을 예상하고 이에 효율적으로 대처하기 위한 사전계획을 수립하는 것이다.

우리 현실을 보면, 한국수자원공사나 한국수력원자력이 관리하는 다목적 댐의 경우 계획 수립이 곧 마무리되지만, 자치단체가 관리하는 중소규모 댐들은 아직 계획도 세우지 못하고 있다.

극대홍수에 너무나 취약한 남한강 수계 

한강의 경우, 북한강 수계는 댐이 많아 상대적으로 안전하고 지금 치수 및 홍수 조절 능력 향상을 위한 공사가 추진되고 있다. 그림  한반도대운하 계획의 한강-낙동강연결 그러나 남한강 수계는 충주댐만 홍수 조절을 담당하고 있고 유역 면적도 넓어 취약하지만, 현재 그 어떤 홍수조절 능력 향상 대책도 실행되지 않고 있다.

충주댐의 붕괴를 막고 2천만 수도권 민들의 안전을 위해서는, 영월 동강 댐의 재추진이나 필요시 낙동강 수계로의 방류 등 특단의 대책이 지금 당장 추진되어야 한다.


재난 예방, 수자원 활용 등을 위해 가장 효율적인 대책은 남한강 충주댐 상류의 물을, 낙동강 유역으로 넘기는 방안이며, 그 구체적인 방안은 바로 한반도대운하인 것이다. 평시 만성적 물 부족을 겪는 낙동강 유역으로 연간 2억톤의 물을 넘겨 물부족 사태를 해소하고, 남한강 극대홍수 발생 등 유사시 낙동강 수계로 물을 넘길 수 있는 물길을 내는 것이다.

그동안 경제적 효율성이나 환경적 관점에서 많은 논의들이 있었지만, 이런 재난 대비 · 방재(防災) 측면의 접근은 거의 없었다. 이젠 이런 관점에서도 한반도대운하를 살펴보아야 한다. 그래야 한반도대운하의 온전한 모습이 보일 것이며, 불필요한 논란이나 소모적 논쟁을 최소화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댐붕괴를 대비한 비상대처계획 (EAP·Emergency Action Plan)

한국수자원공사가 2002년 작성한 ‘한강권역 댐 비상대처계획(EAP·Emergency Action Plan)’과 ‘충주댐 EAP’ 그리고 관련 연구자료 (이래철, 극대홍수에 대한 한강유역 기존 댐의 수문학적 안정성 평가 및 대처방안 연구 ) 등을 보면, 충주댐은 설계 당시 일일 260mm 강수량을 기준으로 설계되었으나, 2002년의 EAP에서는 420mm로 48시간 이상 비가 올 경우 물이 넘치는 것으로 추정되었다. 즉 초당 4만7000톤의 물이 유입되는 ‘가능최대 홍수량’(PMF, Probable Maximum Flood)의 경우, 댐 최고 수위는 150.31m로 최고 설계 수위 148m를 초과하게 된다.
                       
저수용량 27억 5천만톤인 충주호는 유역면적이 6,648㎢으로 소양강 유역면적의 3배에 이르고, 남한강 수계에 홍수조절용의 다른 댐이 없어 홍수에 매우 취약하다. 200년빈도 홍수 예측량은 설계 당시 보다 87.1%, PMF의 경우는 75.8% 상향되었다. 설계시 PMF는 20년 만에 200년빈도 홍수량에 근접하고 있다. 이런 증가 속도라면 2015년에는 200년빈도 홍수량은 지금의 PMF를 넘어서게 된다. 2006년 7월 14일에는 수위는 144m까지 오르기도 했으며, 2002년 태풍 루사 당시에는 이미 물이 댐 마루를 넘어 흐르는 월류(越流)가 발생하기도 했다. 

심각한 월류가 발생하여 콘크리트댐인 충주댐이 완전 붕괴되는 경우를 상정한 충주댐 EAP에 따르면, 전면 붕괴될 경우 팔당댐 붕괴로 이어지고 최소 서울 25개구 및 강원·경기 12개 시·군 등의 총 1,300여만 명이 직접적 피해를 입게 된다. 이 물폭탄이 충주호에서 잠수교로 밀려오는 시간은 채 5시간을 넘지 않는다.  

팔당댐의 경우는 더욱 심각하다. 팔당댐은 PMF는 초당 65,000톤이지만,  초당 38,000톤의 물이 유입되면 이미 월류가 시작된다. 팔당댐의 홍수조절 능력은 PMF의 절반을 조금 넘는 수준이다. 이 경우 수위는 32.6m로 무려 7m 이상 월류하여 댐은 완전히 물속에 잠기게 된다. 팔당댐 하류부는 협곡이 좁으며 암반 수직벽으로 되어 있어 하류 8.5Km까지는 초기 20분 내에 완전 침수된다.

서울 보호를 위해 경안천으로 물길을 돌려라

이미 집중호우와 이상기후는 심각하며, 상황은 점점 악화되고 있다. 2002년 강릉에는 하루 877㎜ 폭우가 내렸다. 올해 9월16일 제주에는 420mm의 강수량을 기록했으며, 지난 8월 18일 평양 등은 580mm 이상의 폭우가 쏟아지기도 했다. 이런 재난이 홍수에 가장 취약한 남한강 수계에 집중되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다.

남한강 수계의 EAP 대책을 보면, 비상 여수로·도수터널· 댐 증고 등이 논의되고 있다. 일부 전문가는 팔당댐의 경우 경안천으로 홍수로(flood way)를 설치하여 물길을 돌리는 비상수단을 제시하기도 한다. 한강 유역을 살리기 위해 광주·용인 등의 곡창지역을 버리는 방안이다.

과거 1987년 당시 금강산댐의 수공 가능성과 비슷한 위협이 남한강 수계에 잠재되어 있는 것이다. 치수 및 물 관리 대책은 고사하고 주민대피 계획 역시 엉성하지 그지없다. 국가비상기획위원회의 충무훈련이나 소방방재청의 재난대응 ‘안전한국’훈련은 고사하고 하다못해 민방위훈련 조차 변변히 진행되지 않고 있다. 

현재 소양강 댐의 경우에는 1,603억원을 들여 2008년 말까지 7,500톤을 방 류할 수 있는 여수로 공사를 진행하고 있지만, 상황이 가장 심각한 충주댐은 공사 계획조차 세우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대운하 터널구간, 남한강 극대홍수때 비상도수터널로 활용

이제 근본적이고 혁신적인 남한강 방재 · 치수 대책이 시급하다. 그리고 논란이 되고 있는 한반도대운하에 대한 새로운 시각과 접근이 필요하다.

충주댐 EAP와 전문가들의 보고서는 남한강 극대홍수 대비를 위한 방안으로 남한강 상류지역에 9.4억 톤 규모의 저수 용량의 새로운 댐 건설을 기대하고 있다. 그동안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했던 영월 동강댐이 그것이다. 이 댐이면 충분했기 때문에 별도의 극대홍수 대비 시설은 고려하지 않았다. 그러나 환경단체 등의 반대로 이 댐의 건설이 무산된 지금, 남한강 수계는 극대홍수의 무방비 상태에 놓여 있는 것이다.

이제 또 다른 대안으로 생각할 수 있는 것이 바로 현재 논의 중인 한반도 대운하이다. 한반도 대운하는 남한강 유역의 극대홍수 발생시, 낙동강 수계가 견딜 수 있는 만큼의 물을 낙동강 수계로 빼내어 충주댐과 수도권의 안전을 보호할 수 있는 대책이다.

한반도 대운하 계획을 보면, 충주댐 또는 충주조정지 댐에서 조령수로 터널로 연결하거나 스카이라인 방식 등으로 운하를 연결하도록 하고 있다. 대운하가 열리면 연간 2억 톤의 물을 한강수계에서 낙동강 수계로 보낼 수 있다.

충주댐 수위는 조령수로보다 고도가 높기 때문에 물길만 뚫어주면 물은 저절로 흐른다. 보통 때는 물이 부족한 낙동강 수계로 물을 보내고, 극대홍수 등 유사시에는 충주댐의 물을 낙동강 수계로 넘기는 비상 도수터널로 활용하면 된다. EAP에서는 17m급 2개의 여수로 또는 7m급 비상도수 터널 5개 등이 필요한 것을 되어 있는데, 대운하 터널 또는 조령운하 정도라면 충분하다.  충주댐의 비상대비와 안전대책은 한반도대운하 건설로 충분한 셈이다.

영월 동강댐 재추진인가, 한반도대운하인가

결국 한반도 대운하는, 치수 및 방재의 측면에서도 한강과 2천만 수도권 주민들을 보호하는 안전판인 것이다. 앞으로 추진될 한반도대운하에는 반드시 이런 남한강 수계의 치수와 방재 개념을 고려하여야 한다.

현재 정부가 마련 중인 충주호 비상 여수로·비상도수터널 설치 계획과 한반도대운하의 조령구간을 연계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예산절감은 물론 국토 및 수자원 관리의 효율성은 한층 높아질 것이다. 

남한강 수계의 치수와 방재는 발등의 불이다. 최근의 한반도대운하를 둘러싼 논란은 남한강 수계의 재난관리 측면에서도 고려되어야 한다. 올해 홍수 위험을 넘겼다고, 집중호우대가 남한강 유역을 피해갔다고, 언제까지 이런 행운만을 기대 할 수는 없는 것이다.

영월 동강댐 재추진인가, 한반도대운하인가. 이젠 대답할 때이다.
첨부파일
남한강 대홍수-대운하-오마이뉴스.hwp
덧붙이는 글 * 주) 이 기사는 국회 정무위원회 한나라당 박계동의원(서울 송파을)의 10월19일(금) ‘경제인문사회연구회 및 소관연구기관’에 대한 2007년 국정감사 보도자료를 근거로 하여 작성된 것이며, 기사에 나온 수치 및 자료 등은 이 보도자료를 인용한 것임을 밝힙니다.
#한반도대운하 #극대홍수 #충주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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