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22일 정무위 국감에서 한나라당 김정훈 의원은 가칭 창조한국당의 대통령 후보인 문국현 후보를 향해 문 후보가 유한킴벌리 재직 당시에 발생한 불공정 행위에 대해 언급하며, 문 후보는 즉각 후보사퇴할 것을 촉구하는 등의 날선 비판을 가해 눈길을 끌었다.
물론, 정치인이나 정당에서 정치적 이슈를 제기하고 다른 당과 경쟁 후보에 대한 비판을 제기하는 것은 나무랄 일이 아니며, 더더군다나 대선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는 그 수위가 날선 비수가 되어 난도질의 형국이 된다는 건 익히 지금까지 보아온,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는 우리나라의 정치현실인 점은 주지의 사실이다.
하지만, 그 어떤 비판이든, 그 어떤 이슈든, 정치적인 사안을 제기할 때는 우선 정확한 사실인식이 먼저 기초를 이뤄야 하고, 그 비판과 이슈가 어느 분야까지 파급 효과를 미칠지어느 정도 고민은 해봐야 하는 것도 당연한 이치다.
한나라당 김 의원이 제기한 유한킴벌리의 불공정 행위 세가지를 살펴보면,
첫째, 유한킴벌리가 A업체에게 사전에 아무런 통보없이 종이물수건 원단 공급을 전면 중단해 1997년 1월 공정위로부터 시정명령 처분을 받았다는 것이고
둘째, 유한킴벌리가 자사 제품을 직거래처와 대리점 등을 통해 판매하면서 거래상 지위를 남용한 행위로 1997년 12월에 공정위로부터 시정권고 처분을 받았고
셋째, 지난 2005년 6월 소비자 시민모임 조사결과 유한킴벌리가 피부에 닿을 경우 암을 발생시키거나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킬 수 있는 형광물질이 함유된 아기 물티슈를 시중에 판매했다는 것이다.
이에 유한킴벌리측의 해명자료를 보면,
첫번째, 1997년 1월 공정위의 시정명령은 ‘자체판매증가로 인한 원단수급 차질이 원인이었던 일시적 현상’이었고,
둘째, 1997년 12월 권고사항은 당시 업계의 통상적인 약정서’로 단 한 차례도 동일 계약조항으로 계약을 해지한 사실이 없었고 공정위의 권고에 따라 즉시 보완하여 시정했던 사
안이고,
셋째, 2005년 형광물질 검출논란은 국내 최초로 물티슈를 생산하던 시절, 국내 물티슈 관련 포름알데히드 사용 법적 기준치가 마련돼 있지 않던 때였고, 소비자단체의 검출치(210ppm)가 자율적인 검사제도인 항균마크 부착 기준(30ppm)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지적이었을 뿐이다. 오히려 유한킴벌리는 국내 화장품 허용기준과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용기준(2000ppm)의 1/10수준인 300ppm내외로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간과한 지적이라고 해명했다.
일일이 해명자료를 따지지 않아도, 어느 회사의 영업 조직이든 매출 극대화를 위해 매진을 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고의적으로 창고에 쌓아둔 자신들의 제품을 납품하지 않았다는 것은 극히 보기 힘든 일이라는 당연한 사실을 김 의원은 정말 알지 못했을까?
또한 자신이 발표한, 문제가 된 계약서의 조항에 대해서 공정위의 권고가 있기 전에, 유한킴벌리 측에서 불공정하게 계약해지한 업체들이 있었는지, 공정위에서 그에 대한 검토결과나 혹은 그에 상응하는 조치가 있었는지에 대한 조사는 정말 불필요하다고 생각했을까?
더구나 물티슈 건은 한국에 있지도 않은 안전기준 때문에 발생한 1회성 해프닝의 성격이 짙었는데도, 정치권에서 그에 대한 조치를, 물티슈의 안전기준 하나 마련하지 못했다는 자괴감이나 반성은 하지 않고, 그저 시민단체의 발표에 의존해서, 유한킴벌리를 부도덕한 기업으로 낙인찍어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일까?
유한킴벌리라는 회사는 생활용품 전문업체이다. 생활용품 업계에는 유한 킴벌리 이외에도 대기업인 CJ, LG, 대한펄프, 외국계 기업인 P&G등 여러 회사가 사활을 걸고 경쟁을 펼치고 있다. 생활용품 업계는 화장지와 기저귀, 생리대등의 티브이 광고가 몇 달이 멀다고 끊임없이 바뀌어 나와야 하고 대형 할인마트나 백화점 매장에 가보면 끊임없는 행사를 펼쳐야 살아남을 만큼 피말리는 경쟁의 전투장이다.
더군다나 생활용품 업계는 주부들과 아기들이 사용하는 제품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신문기사 하나에도 매출이 요동을 치고, 시민단체 인터뷰 하나에도, 티브이 광고 하나에도 판매는 급격히 곤두박질치기도 하고 오르기도 한다.
한나라당이 문 후보를 견제하기 위해 애쓰고 싶다는 것은 십분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위법사항으로 판결이 난 일도 아닌 공정위의 권고 사항일 뿐인 사안을, 더군다나 10년전에 발생했던 일인데, 또한 큰 이슈도 되지 못하고 1회성 해프닝으로 전락한 사안까지 국감에서 큰 비리라도 발견한 것처럼 발표를 할만큼 그렇게 한나라당은 절박한 상황은 아닐텐데, 한나라당에서는 문 후보를 겨누고 발표한 말 한마디에, 유한킴벌리 임직원들은 전 사장이 출마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적으로 1등 품질이라 자부할만큼의 제품력이라는 그들의 자긍심이 상처난 것은 생각하지도 못하고, 그저 자신들 제품 판매에 영향을 미쳐 매출과 이익에 타격이나 오지 않을까 죄없이 전전긍긍해야 할 유한킴벌리 임직원들의 입장은 생각조차 하지 않는 이 경박함과 성급함은 어떻게 이해해줘야 하나?
더군다나 한나라당 김 의원이 말미에 언급한, 존재조차 하지 않는 발암기저귀 운운했던 이 기막힌 사실 오도로 인해서 발생할지 모르는 기업의 피해를 한나라당에서 어떻게 책임질 수 있을까?
한나라당에서는 대선을 앞둔 국감에서 의례히 있는 상황이라 대수롭지 않게 생각할지 모르지만, 자신들의 말 한마디에 해당 기업의 임직원들의 사기는 저하되고, 또한 그들의 말 한마디가 이슈가 되어 소비자들까지 반응하게 되면 매출은 급감할 수 있고, 더욱 악화되면 한 기업의 존폐까지도 좌지우지 할 수 있다.
한나라당이 대선을 앞두고 앵무새처럼 내세우는 경제 살리기라는 슬로건은 결국, 이명박 후보에게 위협이 된다고 생각되는 장애물을 제거하기 위해서는, 사기업 하나쯤, 그 기업에 종사하는 임직원들쯤은, 유한킴벌리쯤은 흔들어서 패대기쳐도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인가? 과연 그것이 한나라당식 경제살리기인가?
좋다. 없는 일도 아닌 사실이니 비록 십년이 지난 사안이지만, 1회성 해프닝이었지만, 십년동안의 일중에 찾아낸 사안이 겨우 세가지 일 뿐이었지만, 사실은 사실이었으니 인정해주고 다시 돌아보자. 사안은 결국 발생한 공정위의 권고사항 2가지와 시민단체의 발표 하나 뿐이다. 한나라당의 김 의원은 이 사안들이 문 후보가 후보사퇴를 해야할 요건이라고 목소리를 드높였다.
똑같은 기준을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에게 드리워보자. 한나당 이명박 후보는 당내 경선 과정에서 전과 14범 운운하는 의혹에 스스로 자신의 전과는 4회이며 그 중에 1회만이 개인적인 문제이고 나머지는 회사를 운영하다 발생한 것이라고 스스로 시인까지 했다.
김 의원은 공정위의 권고나 시민단체의 발표로 인해서 문 후보가 후보사퇴까지 해야한다고 했으니, 같은 기준으로 김 의원이 모시고 있는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의 전과는, 더군다나 그의 전과는 자신이 시인한 위법사항이니 이명박 후보는 문 후보다 더 큰 대가를 치러야 할텐데, 왜 이명박 후보는 대통령 후보사퇴를 하지 않는지, 왜 김 의원은 이명박 후보에게는 후보사퇴를 요구하지 않는지, 김 의원에게 물어보자.
국감 중이라 바쁘다면 국감 이후에라도 김 의원의 친절하고 세밀한 답변이 있기를 바란다.
2007.10.23 08:28 | ⓒ 2007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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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장] 한나라당의 경제 살리기는 건전 기업 죽이기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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