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스를 배반할 수 없다는 조직원의 심정인지, 혹은 스승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집단 이기주의에 대한 힘찬 타협의 악수인지를 냉철하게 성찰해 볼 때다 .. <강성민-학계의 금기를 찾아서>(살림,2004) 14쪽
보기글에 나온 ‘악수’가 ‘손잡기’를 가리킨다면 통째로 다듬어서, “보스를 거스를 수 없다는 조직원 마음인지, 또는 스승이라는 이름으로 덧씌워진 집단 이기주의와 굳게 맞잡은 손인지를 차분히 돌아볼 때다”쯤으로 다시 쓰면 어떨까 싶습니다. 하지만 다른 뜻으로 쓰인 ‘악수’라면…… 골치가 아프네요.
┌ 악수 : 물을 퍼붓듯이 세게 내리는 비
├ 악수(幄手) : 소렴(小殮) 때에 시체의 손을 싸는 헝겊
├ 악수(惡手) : 바둑이나 장기에서 잘못 두는 나쁜 수
│ - 악수를 두다
├ 악수(惡水)
│ (1) 마셔서 해로운 물
│ (2) 수질이 나쁜 물
│ (3) 부르튼 곳 따위에 괴는 진물
├ 악수(惡獸) : 흉악한 짐승
├ 악수(握手) : 인사, 감사, 친애, 화해 따위의 뜻을 나타내기 위하여 두 사람이
│ 각자 한 손을 마주 내어 잡는 일. 보통 오른손을 내밀어 잡는다
│ - 악수를 나누다 / 악수를 청하다
├ 악수(樂手) = 악사(樂士)
└ 악수(顎鬚) : ‘턱수염’의 북한어
‘억수’보다 작은 말이 ‘악수’임을 처음으로 압니다. 그러고 보니, 우리 토박이말은 큰말-작은말이 있어서 ‘억수’가 큰말이면 ‘악수’가 작은말이네요. 홀소리나 닿소리 하나를 살짝 바꾸어 뜻과 느낌도 살짝 바꾸는 우리 말입니다. 요새는 표준말 굴레에 갇혀 이처럼 자유로이 말세기나 말느낌을 넓히고 있지는 못하지만요.
국어사전에 나오는 한자말 ‘악수’는 모두 일곱 가지. 이 가운데 ‘턱수염’을 가리킨다는 북녘말 ‘顎鬚’는 글쎄, 북녘에서 이런 말을 쓸까요? 잘 모르겠으나 이런 말을 쓸 까닭은 없지 싶은데. 흉악한 짐승을 가리킨다는 ‘惡獸’, 마셔서 나쁜 물을 가리킨다는 ‘惡水’는 쓰일 일이 없는 짜깁기 한자말로 보입니다.
‘악사(樂士)’는 더러 쓰지만, ‘악수(樂手)’는 쓸 일이 있을까요. 무슨 헝겊을 가리킨다는 ‘幄手’도 얄궂습니다. 주검을 싸는 ‘헝겊’이라 하면 넉넉합니다. 마지막으로, 바둑에서 쓴다는 ‘악수(惡手)’는 ‘호수(好手)’라는 말과 함께, ‘좋은 수(잘 둔 수)-나쁜 수(못 둔 수)’쯤으로 풀어내면 좋겠습니다.
┌ 힘찬 타협의 악수인지를
│
├ (1) 나쁜 수
└ (2) 손잡기
이렇게 하여, 한자말 ‘악수’ 가운데 여섯 가지를 덜어내니 두 가지가 남습니다. 남은 두 가지는 (1) 나쁜 수, (2) 손잡기.
손을 잡는다는 ‘악수’는 곧잘 쓰여서 아이들도 따라서 쓰곤 하는데, 아이들한테는 “손을 잡자”고 해야 한결 낫다고 봅니다. 어른들도 “손을 잡읍시다”고 하면 더 좋고요. 나쁜 수를 가리키는 말은, 말뜻 그대로 ‘나쁜 수’, ‘(얄)궂은 수’, ‘잘못된 수’쯤으로 풀어쓰면 됩니다. 쓰임새가 없거나 굳이 쓸 까닭이 없는 군더더기 한자말은 국어사전에서 덜어내어, 두꺼운 국어사전을 가볍게 추슬러 주면 좋겠습니다.
2007.10.24 16:2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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